므리바 물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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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아당

“당신이 어찌하여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해 내어서 우리와 우리 자녀와 우리 가축이 목말라 죽게 하느냐”

광야에는 늘 사람들의 목소리가 먼저 울려 퍼졌고 그 목소리는 감사보다 원망에 더 가까웠으며 물이 없다는 현실 앞에서 백성들은 모세를 향해 소리 높여 따지기 시작했다.


이 원망은 단순한 갈증을 넘어 하나님이 인도하신 길 자체를 의심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고 그 원망은 광야의 더위만큼이나 사람들의 믿음을 말라가게 했다.

이 첫 번째 사건이 일어난 곳은 르비딤이었고 그곳은 이후 "므리바"라 불리게 되었는데 이는 하나의 상징이 아니라 실제 지명으로서 ‘다툼의 장소’라는 의미를 지니며 하나님 앞에서 믿음과 불신이 충돌한 자리를 기억하게 한다.


그때 모세는 백성의 원망을 홀로 짊어진 채 하나님 앞에 나아갔고 "반석을 치라"는 말씀 앞에서 자신의 판단을 앞세우지 않고 그대로 순종했으며 반석에서 솟아난 물은 불평 한가운데서도 여전히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의 인내와 신실하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세대가 바뀌고 광야의 길도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장소에서 놀라울 만큼 같은 장면이 반복되었다.

두 번째 므리바는 르비딤이 아닌 가데스였고 지리적으로도 시대적으로도 분명히 다른 자리였지만 물이 없자 백성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똑같았다.


“당신이 어찌하여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해 내어서 우리와 우리 자녀와 우리 가축이 목말라 죽게 하느냐”

광야를 40여 년을 걸었음에도 원망은 없어지지 않았고, 시대와 장소는 바뀌었지만 마음은 그대로였으며 과거를 붙잡고 하나님을 원망하는 태도는 또다시 그 땅을 다툼의 장소, 다시 말해 또 하나의 "므리바"로 만들어 버렸다.

같은 이름이 다른 장소에 붙게 된 이유는 지도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었고 원망은 시대와 장소를 넘어 반복되며 믿음의 성숙을 가로막았다.


그 자리에서 하나님은 이번에는 "반석을 치지 말고 말하라"라고 하셨고 이는 단순한 방법의 변화가 아니라 더 깊어진 신뢰를 요구하시는 부르심이었지만 모세는 오랜 세월 쌓인 분노와 피로 속에서 그 말씀을 온전히 품지 못했다.

그는 백성을 꾸짖으며 반석을 두 번 쳤고 물은 여전히 흘러나왔지만 그 물은 더 이상 순종의 기쁨만을 남기지 않았으며 하나님의 거룩함이 가려진 채 아쉬움과 징계의 무게를 함께 남겼다. 그렇게 두 번째 므리바는 은혜의 기억과 함께 불순종의 상처를 간직한 장소가 되었다.


두 므리바를 함께 묵상하면 우리는 하나님이 변하지 않으신 분이라는 사실과 동시에 사람이 얼마나 쉽게 같은 원망을 반복하는지를 보게 된다. 하나님은 첫 번째 므리바에서는 행동의 순종을 통해 믿음을 배우게 하셨고 두 번째 므리바에서는 말과 신뢰로 드러나는 더 성숙한 순종을 요구하셨으며 광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순종은 더 단순해지되 더 깊어져야 했다.


"므리바"라는 지명은 그래서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처럼 남아, 환경이 바뀌어도 마음이 바뀌지 않으면 또 다른 시대와 또 다른 장소가 쉽게 또 하나의 므리바가 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오늘 우리의 삶에도 이런 반복이 있다. 상황은 달라졌고 시간은 흘렀는데 문제 앞에서 튀어나오는 말과 태도는 과거와 다르지 않을 때가 많고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같은 원망으로, 다른 자리를 다툼의 장소로 만들어 버린다. 이것은 부모님에게나, 형제자매에게나, 친구들에게나, 모든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듯하다.


이 묵상은 나를 멈춰 세워 묻게 한다. 나는 분명 살아오면서 많은 은혜와 도움을 받았음에도 어떤 한 고통점을 만나면 원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은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 서 있으면서도 여전히 예전과 같은 원망을 함으로써 마음을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 봐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이 이미 말씀하신 그 한마디를 붙들고 말로 신뢰하고 있는지 아니면 또다시 익숙한 과거의 방식으로 반석을 치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게 한다.(출애굽기 17장, 민수기 2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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