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념어를 빼라

시짓는 법

by 운아당


“시를 어떻게 써야 하나” 같은 글에서 관념어를 빼라고 하는 이유는, 시를 더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1. 관념어가 뭐예요?

관념어(觀念語)는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으며
추상적인 개념을 말하는 단어이다.


예를 들면:

사랑, 행복, 자유, 희망, 슬픔, 외로움, 인생, 평화

이런 말들은 느낌은 있지만 모양이 없다.


2. 왜 시에서 관념어를 빼라고 할까요?

시는 설명하는 글이 아니라
보여주는 글이에요.

예를 들어볼게요.

관념어가 많은 문장

나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

‘슬픔’이 뭔지는 알겠지만,
어떤 슬픔인지 감각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아요.


관념어를 뺀 문장

빈 의자 위에 네 머리끈이 놓여 있다.

저녁이 와도 초인종은 울리지 않는다.

‘슬픔’이라는 단어는 없지만
더 슬프게 느껴지죠.

이것이 시적인 표현이다.


관념어 대신 무엇을 써야 할까?


1. 감각적 이미지

. 눈에 보이는 것 (색, 모양)

. 들리는 것 (소리)

. 냄새

. 촉감

. 구체적인 사물


2. 구체적 행동


. 울었다 X

. 베개가 젖었다 0


3. 구체적 장면


. 외롭다 X

. 컵 두 개를 꺼냈다가 하나를 다시 넣는다 0


4. 정리하면

관념어 중심 시이미지 중심 시

. 설명하지말고 보여줘라

. 생각을 말하지 말고 장면을 만들어라

. 추상적으로 쓰지 말고 구체적으로 써라


5. 한 줄로 정리


“말하지 말고 보여줘라.”
이게 관념어를 빼라는 뜻이에요.


(달빛 아래 검은 그림자 무서웠다. 알고보니 비닐이었다.)


먼저


임운아당


달빛 아래
검은 그림자
휙, 담벼락을 넘는다


휘리릭
샤샤삭


개가 먼저 짖었다


덜덜거리는 손에 손 누르고
창문 틈새로
미간을 좁힌다


바람에 붙들린
하얀 비닐 한 장

달빛에 눈을 뜨지 못한다


심장은
먼저
헐떡거리며 도망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