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설교 말씀
사람은 본래 하나님과 함께 살도록 지음 받았다. 그러나 하나님을 떠나 스스로 주인이 되려 한 불순종으로 하나님과의 관계가 끊어진 이후, 인간은 더 이상 참된 중심을 붙들지 못한 채 죄 아래에서 방향을 잃고 살아가는 존재가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내가 내 삶의 주인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상 풍조와 공중의 권세 잡은 자인 사탄을 따르고, 육체의 정욕에 이끌리며 살아가는 연약한 존재이다. 성경은 이러한 인간의 상태를 단순한 실수나 부족함이 아니라, 하나님을 떠난 영혼의 비극으로 보여 준다.
죄 아래 있는 사람은 자유로운 것 같지만 참된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원하는 대로 사는 것 같지만, 실상은 욕망과 두려움과 습관의 지배를 받는다. 세상의 기준이 옳다고 믿고, 눈에 보이는 성공과 쾌락을 좇으며,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애쓰지만, 그 끝에는 참된 평안이 없다. 하나님을 떠난 삶은 결국 생명의 근원에서 멀어진 삶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인간을 버려 두지 않으셨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피 흘리심으로 우리를 죄와 사망의 권세에서 건져 내셨다. 그 십자가는 단지 과거의 죄를 용서하는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 안에서 세상 풍조도, 악한 영의 권세도, 육체의 정욕도 결정적으로 심판받았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안에 있는 사람은 더 이상 옛 권세 아래 묶인 자가 아니라, 새로운 생명 안으로 부름받은 자이다.
예수님의 피로 거듭난 사람은 이제 성령을 모시고 살아갈 수 있다. 전에는 욕망이 이끄는 대로 살았다면, 이제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살아가는 길이 열렸다. 이것은 단지 종교적인 열심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주인이 바뀌는 일이다.
내 뜻과 내 기준이 중심이던 자리에서, 하나님의 뜻이 중심이 되는 변화이다. 그래서 신앙은 단순히 죄를 덜 짓는 훈련이 아니라, 성령과 함께 걷는 새로운 존재 방식이다.
물론 성령과 동행하는 삶에도 환난은 있다. 세상은 여전히 우리를 흔들고, 육체는 여전히 약하며, 삶의 현실은 때때로 무겁고 거칠다. 그러나 성령과 함께 걸어가는 사람은 그 환난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다. 이기는 힘이 자기 의지나 결심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와 위로, 그리고 내면에서 역사하시는 성령의 능력이 우리를 붙드신다. 우리는 강해서 견디는 것이 아니라, 붙들려 있기 때문에 견딘다. 신앙인은 환난을 피하는 사람이 아니라 통과하는 사람이다.
이 모든 삶의 원동력은 사랑이다. 인간의 결심만으로는 끝까지 걸어갈 수 없다. 그러나 성령께서는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 마음에 부어 주신다. 그 사랑은 메마른 심령을 다시 살아나게 하고, 두려움에 갇힌 사람을 자유롭게 하며, 자기중심성에 머물던 사람을 하나님과 이웃에게로 향하게 한다. 결국 성도의 헌신이란 자기 자신을 억지로 몰아붙이는 일이 아니라, 성령과 보조를 맞추는 일이다. 하나님이 이미 우리 안에 시작하신 사랑의 흐름에 순종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강권하신다는 말씀처럼, 그 사랑은 우리를 이전과 같은 삶에 머물게 두지 않는다. 그 사랑은 새로운 삶으로 이끈다. 새로운 삶이란 단순히 생활 습관 몇 가지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며, 새로운 분별력이며, 새로운 판단 기준이며, 새로운 마음이다.
예전에는 세상의 유익과 자기 만족이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이 기준이 된다. 예전에는 내 감정과 계산이 앞섰다면, 이제는 진리와 사랑 안에서 선택하는 삶을 배우게 된다.
이렇게 거듭난 사람은 더 이상 고아처럼 사는 존재가 아니다. 하나님 안에서 자녀가 된다.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것은 단지 신분이 바뀌었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아버지의 사랑 안에 거하며, 그분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는 뜻이다. 세상은 우리의 실패와 상처를 보고 한계를 말하지만, 하나님은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새로운 피조물로 보신다. 하나님은 우리의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으시고, 우리 안에 있는 최상의 가능성, 곧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회복될 미래를 바라보신다.
그리고 하나님은 이렇게 회복된 자들을 세상 속에 그냥 두지 않으신다.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분을 맡기신다. 하나님과 화목된 사람이 이제는 다른 이들을 화목으로 초대하는 삶을 살게 하신다. 상처와 분열, 미움과 단절이 가득한 세상 가운데서,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이 실제가 된 삶으로 부름받았다. 그 부르심은 거창한 말보다 먼저 관계 속에서 드러난다. 용서하고, 품고, 기다리고, 함께 아파하며, 서로를 세워 주는 사랑 안에서 하나님 나라가 보이기 시작한다.
교회는 바로 그런 새로운 가족 공동체이다. 혈연이나 이해관계로 맺어진 공동체가 아니라, 십자가와 성령 안에서 새롭게 태어난 하나님의 가족이다. 이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사랑을 배우고, 사랑을 받고, 사랑을 흘려보낸다. 그리고 바로 그 사랑 가운데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눈에 보이듯 경험하게 된다. 서로 사랑할 때 하나님이 우리 가운데 거하신다는 말씀은, 공동체 안에서 드러나는 사랑이 곧 하나님의 임재를 증언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삶은 과거의 죄책에 붙들린 삶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새로워지는 삶이다. 그것은 날마다 새주인을 모시는 삶이며, 사랑으로 이끌리는 삶이며, 하나님이 이루실 회복을 바라보며 걷는 삶이다. 우리는 여전히 연약하지만, 더 이상 소망 없는 존재가 아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새 피조물이며, 하나님의 자녀이며, 화목의 사명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를 통해 이 세상 한가운데 새로운 사랑의 질서를 세워 가신다. (고린도후서 5:14-15, 2026,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