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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오 Mar 22. 2022

내 인생의 시퀀스 - 프롤로그

나를 스쳐간 취미 되새김질하기


 서로를 알아갈 때 가장 많이 주고받는 질문을 떠올려보면 '뭐 좋아해요?', '취미 있어요?', '쉴 때 뭐해요?' 정도로 정리가 가능할 거다. 너무 사적이지 않으면서도 공통의 관심사를 빨리 찾을 수도 있고 상대방의 취향이나 성향을 조심스럽게 짐작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순식간에 머릿속은...? 상태로 변해버린다. 먹고 싶은 게 많은 만큼 좋아하는 것도 많고 나를 스쳐 간 취미도 꽤 있어서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순간 멈칫하다가 간신히 '영화 보는 거 좋아해요.' 정도로 마무리해버린다.


 물론 이 '좋아해요'라는 표현 속에는 여러 의미가 혼재한다. 난 진짠데(?그럼 가짜도 있나?)... 1년에 100편 넘게 보는데 (꼬박꼬박 기록하고 매년 12월 31일에 혼자만의 시상식 엶)... 꽂히면 본 영화 하루에도 여러 번 이어 보는데 (일단 보고 너무 마음에 들면 나가는 길에 그다음 타임 예매해서 또 들어가서 봄)... 제대로 보려고 공부도 하는데 (인터스텔라 보기 전에 놀란 감독 동생이 각본 쓰면서 물리학 대학원 다녔대서 나도 EBS로 물리 공부한 적 있음)... 다음이나 네이버 포털 사이트 돌아다니다가 영화 정보 잘못되어 있으면 정중하게 수정 요청하고 수정된 거 확인하는 게 내 취미인데... 따위의 속마음이 숨겨져 있다. 하지만 가볍고 일상적인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면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직 이런 은밀한 취미는 친한 친구들만 알고 있다.

 


 암튼 이렇게 대외적이고도 동시에 비밀스러운 취미 생활 뒤에는 더욱 꽁꽁 숨겨둔 취미'들'이 존재한다. 단수가 아니라 복수로 표현하는 것은 한두 개로 나열하기엔 살짝 넘치기 때문이다. 꾸준히 나의 취향을 만들어 주고 스스로에 대해서 알아가는 맛을 알게 해 준 소중한 취미들. 동시에 나의 끈기 없음을 처절하게 깨닫게 해 준 취미들. 굳이 이 모든 취미들의 공통점을 찾고자 한다면 몸의 일부분을 혹사해야만 성취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 정도다. 개중 진짜로 병원 신세를 지게 만든 취미도 있었다. 끝마무리가 좋지 않아서 떠올려보기 애매한 것들도 있고 탭으로 그림 그리고 놀기 같은 간헐적 취미도 있다. (아래 그림 예시: 분홍과 공룡, 완벽한 조합의 니트를 발견해서 탭으로 냅다 그림)




 새로운 취미 생활이 코로나와 개인적인 건강 문제로 잠시 계류 중인 이 시점에 나를 스쳐 간 취미들을 되새김질해보면서 서러운 마음을 달래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이 취미 시리즈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간단히 앞으로 올릴 글 목록을 살짝 공개하자면


1) 성악(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데?)

2) 보컬 레슨(실연을 필연으로)

3) 민요(낮잠 방에서 사랑가를)

4) 민화(호랑이부터 십장생도까지)

5) 양궁(뭐든 쏴버리기 좋은 날씨)

정도? 물론 바뀔 수 있긴 하지만.. 이거 외에도 틈틈이 자잘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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