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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태 변리사 Apr 26. 2024

후발 주자가 특허전쟁에서 살아남는 법 (2)


앞선 글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후발주자는 개량 기술에 대한 특허를 취득하더라도 시장에 먼저 진입한 경쟁사가 기존 기술에 대한 특허를 가지고 있는 한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후발주자에게도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팔걸이가 달린 의자”의 사례로 돌아가 봅시다. 팔걸이가 달린 의자의 특허권자인 A는 의자에 대한 특허를 보유한 B에게 로열티를 지급하고 특허의 실시허락(라이센싱)을 받은 다음에야 팔걸이가 달린 의자를 시장에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때문인지 판매량이 신통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일반 의자보다 편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점점 팔걸이가 달린 의자의 시장 점유율이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일반 의자의 판매량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렀습니다. 시장의 선호가 일반 의자에서 팔걸이가 달린 의자로 옮겨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의자의 특허권자인 B 또한 자신이 직접 팔걸이가 달린 의자를 판매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팔걸이가 달린 의자는 후발주자인 A의 특허기술입니다. 따라서 B가 팔걸이가 달린 의자를 제조, 판매하기 위해서는 반대로 A로부터 특허의 라이센싱을 받아야 합니다.


A는 이러한 시장의 변화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바로 크로스 라이센싱을 통해서입니다. 크로스 라이센싱이란 각각 특허권을 가진 양 당사자가 서로에게 특허 라이센싱을 부여하는 계약을 의미합니다. A는 B와 기존에 맺은 특허 라이센싱 계약을 크로스 라이센싱(cross licensing) 계약으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크로스 라이센싱을 통해 A는 기존에 B에게 지급하던 특허 실시료(로열티)를 대폭 절감하거나 아예 0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 B의 시장 진입으로 인해 A의 시장 점유율은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팔걸이가 달린 의자 시장 전체의 규모가 당분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크로스 라이센싱을 통해 지금까지 지급하던 로열티를 절감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A로서는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A와 B의 크로스 라이센싱 계약을 통해 팔걸이가 달린 의자 시장은 A의 독점 체제에서 벗어나 A와 B가 시장을 양분하는 과점 체제로 변화합니다. 이 체제 하에서 A와 B는 특허가 아닌 가격이나 디자인 등으로 경쟁하게 되지만, 자신들이 보유한 특허를 이용하여 제3의 경쟁자가 추가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막을 수 있습니다. 후발주자인 A로서는 최선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먼저 시장에 진입한 경쟁사가 이미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후발주자로서는 특허 로열티를 지급하거나 특허를 무효로 하지 않는 한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고 그에 맞는 후속 특허를 취득한다면 경쟁사의 독점 구조를 깨고 자신을 포함한 과점 체제로 시장을 변화시킬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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