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를 받았다고 해서 특허제품의 실시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허는 일종의 독점권이지만, 특허권자라고 해서 자신의 특허발명을 언제나 자유롭게 실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특허의 독점권의 본질이 배타적 효력에 있기 때문입니다.
특허의 배타적 효력이란 특허권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특허 발명을 실시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는 힘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특허발명을 실시하는데 다른 사람의 선행특허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선행특허의 배타적 효력이 특허발명의 실시에도 미치게 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팔걸이가 달린 의자”를 발명해서 특허를 받았다고 생각해 봅시다. A는 자신의 특허권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이 팔걸이가 달린 의자를 만들거나 판매하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B라는 사람이 “의자” 자체에 대한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팔걸이가 달린 의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B의 특허기술인 “의자”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경우 B가 가진 특허권의 배타적 효력으로 인해 A는 특허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특허발명을 자유롭게 실시하지 못하게 됩니다. 특허를 받았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팔걸이가 달린 의자”를 만들어 파는 행위는 B의 특허권에 대한 침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후발주자가 기존 제품의 문제점을 개량한 신제품으로 시장에 진입하려고 할 때 흔히 일어납니다. 개량 기술은 그 특성상 기존 기술에 새로운 요소를 추가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팔걸이가 달린 의자(개량 기술)가 의자(기존 기술)에 팔걸이를 추가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문제는 먼저 시장에 진입해 있는 경쟁사들이 이미 기존 기술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후발주자는 신제품에 대한 특허를 취득하더라도 경쟁사의 특허로 인해 신제품의 출시가 좌절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후발주자는 어떻게 해야 신제품을 시장에 내 놓을 수 있을까요?
첫 번째는 경쟁사로부터 선행특허의 실시 허락을 받는 것입니다. 이를 특허 라이선싱(licensing)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경쟁사로부터 특허의 라이선싱을 받기란 쉽지 않습니다. 받더라도 상당한 금액을 대가(loyalty)를 지불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고스란히 신제품의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두 번째는 선행특허를 무효화하는 것입니다. 특허가 등록되더라도 무효사유가 있으면 무효심판에 의해 언제라도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후발 주자로서는 문제가 되는 선행특허에 대하여 무효심판을 제기하는 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 또한 문제가 많습니다. 먼저 무효심판을 제기하더라도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요즘 같이 제품 개발의 사이클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 시대에 길게는 수 년이 걸리는 무효심판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제품의 출시를 보류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무효심판에서 항상 특허가 무효로 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통상 1심이라고 볼 수 있는 특허심판원에서 무효심판의 무효율은 대략 50% 전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두 건 중 한 건은 특허 무효에 실패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경쟁사의 특허로 인해 후발주자가 겪는 어려움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경쟁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특허를 통해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을 방어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후발주자는 영영 시장에 진입할 수 없는 것일까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적절한 전략이 뒷받침될 경우 후발주자도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후발주자가 취할 수 있는 바람직한 특허전략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설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