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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태 변리사 May 13. 2024

필수특허 획득 전략

경쟁사가 회피할 가능성이 낮은 특허를 창출하기 위한 방법들

https://brunch.co.kr/@goodpat/50

이전 글에서 필수특허의 대체불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측면에서의 전략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특허전략적 측면에서 고려할 사항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필수특허를 출원하고 등록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피설계의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회피설계(design-around)란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으면서 특허발명과 유사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특허발명이 a+b+c의 세 가지 기술요소로 되어 있는 경우, 경쟁사는 이 중 어느 하나의 요소를 제외하거나(예를 들어 c를 제외) 또는 다른 요소로 대체(예를 들어 c를 c’로 치환)함으로써 특허기술을 회피할 수 있습니다.


물론 회피설계가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특허발명의 일부 요소를 제외하거나 다른 요소로 대체할 경우 특허기술에 비해 성능이 현저하게 떨어지거나 아예 의도한 효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회피설계의 결과가 특허기술과 큰 차이가 나지 않거나, 성능 면에서 다소 떨어지더라도 가격 정책이나 디자인 등 다른 부분에서 특허제품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회피설계가 용이하도록 특허가 작성되어 있다면 특허를 통한 독점력은 제대로 발휘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회피설계의 가능성을 최대한 낮출 수 있을까요?


명세서를 충실하게 작성하자


첫 번째로, 특허 명세서를 충실하게 작성하여야 합니다. 여기서 명세서의 충실성이란 연구자가 개발한 발명의 내용 뿐만 아니라 발명으로부터 도출할 수 있는 다양한 변형례 및 연구 과정에서 고려되었던 다양한 대안들이 명세서에 최대한 빠짐없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발명이란 ‘주어진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해결 방안’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발명자는 여러 기술요소들을 다양하게 조합하고, 반복실험을 통해 이들 중 가장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선택함으로써 발명을 완성하게 됩니다. 그러나 특허는 다릅니다. 단순히 연구개발 과정에서 도출된 최적의 조합만을 특허로 등록한다고 해서 발명이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경쟁사가 등록특허에 기재된 최적의 조합을 조금만 변경하더라도 특허의 권리범위를 회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명세서를 작성할 때에는 연구자와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발명에 대한 다양한 변형 및 응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이들을 충실히 명세서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경쟁사의 관점에서 발명을 재검토하여 경쟁사가 시도할만한 회피안을 생각해보는 것도 명세서의 충실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권리범위를 면밀하게 설계하자


두 번째로, 특허의 권리범위를 면밀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특허의 권리범위는 특허청구범위에 의해 정해집니다. 만약 특허청구범위에 발명의 실시에 불필요하거나 중요도가 낮은 기술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면 경쟁사는 해당 요소를 제외하거나 대체함으로써 쉽게 특허발명을 회피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청구범위를 작성할 때는 자칫 불필요한 한정사항이 포함되지는 않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장 넓은 권리범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청구범위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최초 명세서 작성시에는 잘 작성되었던 청구범위가 특허심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축소되는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이 부분도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좋은 전략 중 하나는 특허 등록 시점에서 청구범위를 재검토하는 것입니다. 심사관의 심사 의견 및 경쟁사의 제품 등을 반영하여 등록된 청구범위를 확장하거나 변경할 수 있을지를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분할출원 등을 통하여 더 넓은 권리범위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허가 아닌 특허 포트폴리오로의 확장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은 하나의 특허 내에서 특허의 회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입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하나의 특허만으로는 기술을 충분히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기술이 복잡해지도 고도화될수록 단일 특허만으로 시장에서의 독점력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필수특허의 개념을 특허 단위에서 ‘특허 포트폴리오’ 단위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필수특허의 핵심 요건인 필수성은 단일 특허보다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통해 더욱 용이하게 달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특허를 회피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지만, 여러 특허로 구성된 특허 포트폴리오 전체를 회피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잘 짜여진 특허 포트폴리오는 개별 특허의 약점을 보완해줄 뿐만 아니라, 단일 특허로는 달성할 수 없는 시장에서의 강력한 독점력을 가져다줄 수 있는 최고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기업의 특허전략은 강력한 필수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해 알아야 할 사항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본격적으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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