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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태 변리사 May 03. 2024

필수특허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전략

https://brunch.co.kr/@goodpat/49

어떤 특허의 대체기술이 등장할 가능성을 ‘대체불가능성’이라고 정의해 봅시다. 대체불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특허기술을 대체할 기술이 개발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고, 반대로 대체불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특허기술을 대체할 기술이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바람직한 특허전략은 대체불가능성이 높은 특허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특허의 대체불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까요? 기술적 측면특허전략적 측면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기술적 측면에서의 전략은 특허의 보호 대상인 기술 자체의 대체불가능성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기술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높으면 높을수록 다른 기술이 이를 대체할 가능성도 낮아지게 됩니다. 그러면 기술 자체의 대체불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술 자체의 우수성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대체기술의 등장을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성능이 우수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월등한 기술적 우위를 가진 기술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그에 필적하는 성능을 가진 기술을 새로 개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앞선 기술을 가진 선도기업이 끊임없이 연구개발 활동을 하는 것도 경쟁사와의 지속적인 기술 격차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기술의 예로 반도체 분야의 핀펫(FinFET) 기술을 들 수 있습니다. 핀펫은 기존의 2차원(2D) 구조의 문제점을 개선한 입체(3D) 구조의 반도체 공정 기술로서, 그 모양이 마치 물고기의 지느러미(Fin)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입니다. 핀펫은 최근 게이트올어라운드(GAA, Gate-All-Around) 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 선폭 20나노 이하의 초미세 트랜지스터 공정을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로 알려졌습니다. 핀펫 기술을 개발한 이종호 교수(현 과기부 장관)는 핀펫 특허를 통해 인텔, 삼성전자 등으로부터 막대한 로열티 수입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출처: 삼성전자


시장의 선호


반드시 기술적 우위가 아니더라도 시장의 강력한 선호 또한 대체기술의 등장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적극적인 마케팅 또는 가격 정책 등으로 특정 기술에 대한 시장의 선호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다른 경쟁기술이 이를 대체할 가능성은 낮아지게 됩니다. 한번 형성된 소비자의 인식은 여간해서는 잘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1970년대 가정용 비디오테이프 표준 전쟁을 들 수 있습니다. 당시 소니는 베타맥스라는 규격을, JVC는 VHS라는 규격을 각각 내세웠습니다. 베타맥스 방식은 VHS와 비교했을 때 화질 등 여러 기술적인 장점이 있었지만 정작 시장에서 살아남은 것은 VHS 방식이었습니다. JVC와 모기업인 마쓰시타는 VHS 규격의 영화와 이를 재생할 수 있는 기계(VCR)의 보급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소니는 베타맥스 방식의 영화를 출시하는 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베타맥스 방식은 일부 애호가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되는 운명을 맞았습니다.

VHS와 베타맥스


인증 규격에 포함되는 경우


특허기술 또는 특허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국가기관 등의 인증 규격에 포함되는 경우에도 대체기술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저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KS 인증을 들 수 있습니다. KS 인증이란 특정 상품이나 기술 또는 서비스가 한국산업표준 수준에 해당함을 인정하는 제품인증제도를 의미합니다. 물론 KS 인증이 제품 출시의 필수 요건은 아닙니다. 그러나 KS 인증을 받은 제품과 그렇지 못한 제품은 소비자의 인식이나 신뢰도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 특허기술이 적용된 제품 또는 기술이 KS 규격에 포함된다면 경쟁사로서는 인증을 받기 위해 반드시 해당 특허기술을 실시하여야 하므로, 사실상 특허기술의 실시를 강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다만 특허는 그 설질상 독점 배타적인 권리이므로, 많은 사람이 공통적으로 널리 사용하고자 하는 KS의 목적과는 상충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KS 인증을 주관하는 한국표준협회에서는 특허기술이 KS로 제정될 경우 특허권자는 해당 기술에 대해 ‘비차별적이고 합리적 조건으로 누구에게나 해당 특허권의 실시를 허락할 의사가 있음을 보증한다’는 취지를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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