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뚱한 바벨, 혼자서만 밀어내던 시간들

벤치프레스 불균형 잡기

by 박보라

벤치프레스는 내가 욕심내는 운동 중의 하나다. 중량을 늘려보고 싶고, 자세도 완벽히 가꿔보고 싶은. 하지만 벤치에 누워 바벨을 밀어 올릴 때. 그때마다 바벨은 왼쪽으로 기울었다. 수평이 무너지는 찰나를 영상으로 목격할 때마다 난 무력함을 탓했다.

"왼쪽이 약하네..."


부족한 근력을 채우기 위해 왼쪽 상체 운동에 집착했다. 고립운동을 반복하며 더 선명한 힘과 정교한 궤적을 만들면 비뚤어진 수평이 바로잡힐 거라 믿었다. 하지만 힘을 키우는데도 바벨은 계속 위태롭게 흔들렸고, 내 왼쪽 어깨는 늘 과부하였다. 통증이 느껴지는 그 자리, 거기가 곧 문제의 발원지라 믿으며 스스로를 더 몰아세웠다.


그러나 진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발견되었다. 벤치프레스를 하는 내게 누군가 물었다.

"그런데, 오른쪽 아랫배와 왼쪽 아랫배에 들어가는 힘이 동일해요?"


그 질문, 그리고 이어진 조언을 들었을 때, 나는 비로소 내가 놓치고 있던 배후를 마주하게 됐다. 바벨을 왼쪽으로 기울게 만든 주범은 매력이 부족해 떨고 있던 내 왼쪽 팔이 아니었다. 지면 위에서 아무런 저항없이 조용히 수수방관하고 있던 오른쪽 다리였다.


벤치프레스는 상체의 독주가 아니다. 발바닥이 지면을 밀어내는 힘이 복압을 통과해 견갑까지 전달되는 거대한 협력의 산물이다. 이른바 키네틱 체인(Kinetic Chain)이라 불리는 이 에너지의 사슬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하단부에서 이미 끊겨 있었던 것이다.


오른쪽 다리가 지면을 밀어주지 않으니 발끝에서 시작되어야 할 에너지는 애초에 존재하질 않았다. 지지대를 잃은 몸통의 수평이 무너졌고, 그 보상 작용으로 왼팔이 과도한 짐을 억지로 떠안았던 것. 아프다, 소리치던 왼팔과 어깨는 단지 결과가 드러난 위치일 뿐이었다. 진짜 문제는 숨어서 힘을 보태지 않는 비겁한 방관자에게 있었다. 그 물리적인 교훈이 바벨의 무게를 타고 전해졌다.


양쪽 복압의 텐션을 동일하게 맞추며 잠잠하던 오른쪽 발바닥의 위치를 다시 살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왼쪽으로 힘껏 밀어도 기우뚱 했던 바벨이, 평형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문제는 내 팔의 근력이 아니었다. 하체의 불균형이랄까 오른 다리의 약함이랄까, 그 문제였다. 발끝에서 에너지가 시작되지 않으니 내가 아무리 상체를 단련한들 바벨은 결코 평형을 이룰 수 없었다. 팔에 가해지던 통증은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협력하지 않는 시스템의 불균형을 혼자서 감당하려 했던 과부하의 흔적을 남겼다. 결함이 느껴지는 지점이 언제나 문제의 핵심은 아니라는 것, 오히려 내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외부의 방관이 전체 궤적의 붕괴를 가져온다는 걸, 나는 바벨 아래에서 실감했다.


이러한 불균형의 원리는 관계의 역학과도 놀랍도록 닮아 있다. 우리는 관계가 기우뚱할 때 대개 스스로의 매력이나 자질을 의심하곤 한다. 눈앞에 보이는 결점을 고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스스로를 더 화려하게 포장하며 상대의 궤적에 들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그 갈등은 어쩌면 나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 상대라는 지지대가 이미 다른 무게를 점유하고 있거나 애초에 나를 향해 지면을 밀어줄 의지가 결여된 상태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가장 아픈 쪽은 가장 많이 노력한 쪽이다. 우리가 진짜 들여다봐야 할 곳은 조용히 힘을 빼고 있는, 수수방관하는 것들이다. 내가 나를 탓하며 서운함을 삼킬 때, 실은 내 삶의 지면을 함께 지탱해야 할 상대의 발바닥이 이미 공중에 떠 있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수평을 잡는다는 건 어느 한쪽이 초인적인 힘을 내는 일이 아니라, 양쪽의 지지대가 공평하게 지면을 밀어낼 때 완성되는 정직한 결과물이다. 나는 이제 바벨이 기울 때 내 팔을 의심하기보다, 내가 딛고 선 이 관계의 지면이 나를 밀어 올려줄 의지가 있는지를 먼저 점검한다. 가장 낮은 곳의 정직한 지지가 부재한다면, 가장 높은 곳의 무게는 결코 바로 설 수 없다는 역학의 진리. 이건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선에 새로운 균형점이 될 것 같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방관하고 있는 지지대를 억지로 깨우려 하기보다, 그 불통의 사슬을 인정하고 내 몸의 중심을 다시 잡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다음의 바벨이 여전히 기우뚱할지라도, 나는 더 이상 나를 탓하며 어깨를 망가뜨리지 않을 것이다. 바벨의 수평을 완성하는 것은 나의 성실함뿐만 아니라, 나를 향해 기꺼이 지면을 밀어주는 정직한 동력의 합작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게를 가슴으로 받아내며, 지금까지 응답하지 않았던 발바닥이 비로소 지면을 박차고 올라와주기를, 바벨을 밀어 올리면서 기대해본다.


https://youtube.com/shorts/DhqDiIea5YY?si=YsjMR_hQ1fqwCod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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