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 리프팅, 부실한 지지

타인의 무거운 바벨이 되어 떨었던 시간

by 박보라

웨이트 트레이닝의 세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에고 리프팅(Ego Lifting)이다. 내 근력이 감당할 수 없는 중량을 오직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저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억지로 짊어지는 행위. 거기엔 정교한 수축도, 정직한 이완도 없다. 그저 부서질 듯 떨리는 관절과 뒤틀린 자세만 있을 뿐.


문득 궁금해졌다. 만약 바벨에 자아가 있다면, 그 모든 과정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쇳덩이는 어떤 기분일까.


단단하고 정직한 손길이 바벨을 감싸 쥘 때, 아마 그 바벨은 비로소 생명력을 느낄 거다. 바닥 지지면을 타고 올라오는 견고한 하체와 흔들림 없는 코어의 힘이 전달될 때, 그 쇳덩이는 비로소 '중량'이란 가치를 지니고 궤적을 그린다. 상호 간의 깊은 신뢰이며, 한계에 대한 인식과 성장을 전제로 한 진지한 대화라고 할 수 있겠다. 숙련된 운동인은 바벨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무게를 존중하고, 그 무게가 자신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스스로를 정직하게 가다듬는다.


반면, 바벨이 에고 리프팅에 동원된다면? 아마 모욕감을 느끼지 않을까. 본인이 오로지 '들었다!'는 착각을 완성하기 위한 도구로만 쓰인다면, 바벨은 조금 씁쓸하겠지. 지지 기반은 부실하고 자세는 비겁한 상태로 뒤틀려있는데, 그저 무거운 것을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 하나에 도취된 이. 그 사람의 품 안에서 바벨은 위태롭게 흔들린다. 그건 운동이 아니라, 연극이다.


돌이켜보니 지난 시간 내가 쏟았던 삶에 대한 진심은, 누군가의 어설픈 에고 리프팅을 위한 무거운 바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믿었으나, 사실 그 손길에는 무게를 감당할 만한 근력이 없었다. 그런데도 대충이나마 그 무게를 들고 있었던 뼈와 살들. 모호함 속에서 희미하게나마 나를 지탱하고 있다는 신기루를 보여주던 침묵들.


하지만 자세가 잘못된 리프팅은 오래가지 못한다. 정직한 지지 없이 억지로 버티던 근육은 결국은 끊어진다. 엉망인 자세로 중량을 버티다 결국 중심을 잃고 쇳덩이를 바닥에 내동댕이친 사람. 바닥에 떨어진 바벨의 금속음은 공간을 날카롭게 가르며 그의 미숙함을 폭로했다.


바벨은, 차가운 바닥에 떨어지고 나서야 평온을 찾게 될 테다. 더 이상 무책임한 손길에 휘둘리며 불안하게 떨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의 허영을 위해 억지로 들려 올려지는 모욕을 견디지 않아도 될테니까.


바벨에 담은 마음을 이제 다시 거두어 본다. 랙 위에 정물처럼 놓인 바벨. 그 바벨을 보며 다짐했다. 내가 어렵게 지켜온 삶을 대하는 이 태도와 마음을, 다시는. 다시는 자세조차 잡지 못하는 어설픈 리프터에게 내어주지 않겠다고. 나도 내 근력에 맞는 중량을 들어야 할테고, 반대로 정직한 호흡과 단단한 지지대를 가진 진짜 숙련자만이 나의 무게를 마주할 자격이 있을 거라고.


차가운 조명 아래에서 다시 숨을 골랐다. 누군가에게 엉망으로 들어 올려지는 중량이 아닌, 스스로 무게를 통제하고 궤적을 만드는 주체가 되기 위해서. 가짜 에너지가 빠져나간 자리에 정직한 힘을 새겨 넣으며, 가벼워진 맘으로 밤의 헬스장을 나섰다. 바벨은 그저 랙에 걸려, 환하게 켜진 조명 아래 숨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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