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보다는 혼자 조용히 운동하고 싶다

by 박보라

내 운동 선생님은 칭찬에 후한 편이다. 자세가 좋다, 힘이 좋다, 끈기가 좋다, 몸도 요즘 좋아지고 있다, 운동에 도전하는 마인드가 좋다!며 엄청나게 칭찬을 많이 하신다. 선생님 말대로라면 나는 전인적으로 거의 완벽한 사람이다. 내가 아는 나와, 선생님이 아는 나는 굉장히 많이 다르다. 아무튼, 평생 살면서 받을 칭찬을 선생님께 다 받으며 운동을 하고 있는데, 우리 선생님은 확실히 나를 조련하는 데는 소질이 있는 분이라 생각된다.


"와, 이 정도면 우리 센터 여성분들 중에서 제일 잘하시는 것 같은데요?"


언젠가 벤치 프레스를 열심히 하던 중에 이런 칭찬을 들었다. 그것도 나름 기분 좋은 칭찬이라 한때 벤치 프레스를 엄청 열심히 했다. 플랫 벤치와 인클라인 벤치를 오가며 여러 번 깔리기도 하면서 어찌나 재밌게 했는지 모른다. 혼자서 무게와 횟수를 하루가 다르게 갱신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이 또 툭, 한마디 던지셨다.


"다른 여성분이 회원님 기록을 깼어요. 같은 중량을 횟수로 2배를 넘기시더라고요."


"..."


얼굴도 모르는 그 '여성 분'과 경쟁 구도로 몰리는 게 싫어서 그때부터 나는 벤치 프레스 연습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다. 그 '여성 분'도 나를 모를 텐데 나를 의식해서 무리해서 운동했다는 사실이 딱히 유쾌하지도 않았고. 그땐, 그 유쾌하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벤치에 눕는 게 조금 망설여졌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이런 부분과 관계없이 운동을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그때는 기분에 흔들려 연습을 게을리했다.


그때부터였다. 벤치 프레스 성과가 뚝, 뚝 떨어졌던게. 연습량 부족으로 기록이 떨어진 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다시 열심히 연습했는데도 그 떨어진 기록은 회복이 안 됐다. 그 경쟁 사건이 있은지 3개월이 지났는데 나는 아직 그때 당시의 기록조차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음. 아마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사실 첫째는 그때는 내가 자세를 신경 쓰기보다는 그냥 악으로 들어 올렸기 때문에 많이 들어 올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어떤 운동을 하든 정자세를 잘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횟수로는 줄어든 운동이 꽤 있다. 둘째는 벤치 프레스에 대한 열정이 정말로 살짝 줄어들었기 때문. 운동을 계속하다 보니 해야 하는 운동 종류도 많아지고 다른 목표도 생기고 하다 보니 절대적인 벤치 프레스 연습량이 줄었다. 하고 싶은 다른 운동도 늘었고. 셋째는 벤치 프레스를 할 때마다 얼굴도 모르는 그 '여성 분'이 떠오른다는 것. 나는 그를 모르지만, 나를 아는 그 여성이 어디선가 나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과한 의식이 조금 있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벤치에 눕는 게 조금 불편하다. 물론 그 여성이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조차도 모르지만 그 불확실성이 더 싫다고.


나는 일을 할 때도 굳이 경쟁 구도를 만드는 편이 아니다. 다른 이들과 경쟁할 이유도 없고, 경쟁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내가 해야 할 일을 그냥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나를 경쟁 판도에 올려놓아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스스로 올라간 링이 아니니 상대의 도발에 응하지도 않는다. 당연히 운동할 때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이 운동을 어떻게 하는지 나보다 얼마나 잘하는지, 못 하는지 관심도 없고 나 역시 나의 성공과 실패를 공공연히 떠들고 싶지 않다. 이렇게 의연하다고 생각했는데 희한하게 이번엔 의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기분이 상해서 원래의 루틴에서 벤치 프레스를 다 빼버리는 평소와 다른 행동을 했다. 왜 그랬을까.


한 번 떠난 애인 다시 잡기 힘들 듯이, 한 번 손에서 놓은 운동을 다시 시작하기도 어렵고 예전만큼 잘 되지도 않고. 그래서 요즘 살짝 속상하다. 어깨가 문제인지, 팔이 문제인지, 가슴이 문제인지, 다리가 문제인지. 아니면 모든 게 다 문제인지.


그러다 문득 고민하게 됐다.


'나 진짜 뭘 위해서 운동하는 거지?'


분명 나 혼자 재밌자고, 즐겁게 운동하겠다 다짐해놓고...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었다.

혹시 경쟁이나 남들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건가? 내 성장보다는 운동 쌤 칭찬 한마디에 울고 웃고, 거기에 너무 목맸던 건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들이 막 스쳐 지나갔다. 또 괜히 칭찬 한번 더 듣겠다고 오버해서 무리했던 건 아닌지, 얼굴도 모르는 그 '여성 분'이랑 나 혼자 라이벌 구도 만들고 북 치고 장구 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아, 진짜 별의별 고민을 다 했다. 결국 운동은 내가 좋아서 하는 거고, 동기부여도 내 안에서 찾아야 하는 건데, 자꾸 그걸 바깥에서, 남한테서 얻으려고 했던 건 아닌가 싶은... 뭐 그런 자아성찰 비슷한 것까지 하게 된 거다.

혹시 이 글 읽으시는 분 중에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랑 괜히 경쟁 붙어서 속상했던 적 있으시다면 한번 잘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 그 힘든 상황 만든 게 진짜 그 사람 때문인지, 아니면 어쩌면 나 자신이었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