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의 합주협주곡 3편

음악이 머문 곳 #92

by 생각의 정원

음악이 머문 곳 #92


『바이올린이 서로를 바라보며 노래할 때 – 비발디의 합주협주곡 세 편』


한 여름의 바람이 지나간 자리,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말없이 마주보는 소리들이었다.

바이올린 두 대, 때로는 셋, 그리고 네 대가
서로를 향해 조심스레 음을 건네는 순간들.
그 순간들 사이로,
비발디의 이름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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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향한 인사처럼


이탈리아의 붉은 지붕 아래,
소박한 소년이 바이올린을 처음 손에 올리던 때부터
그의 음악은 늘 **‘누군가와 함께하는 대화’**를 닮아 있었다.

합주협주곡(Concerto Grosso).
혼자가 아닌 여러 명의 솔리스트가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음악을 만들어가는 형식.
그리고 비발디는,
그 속에서도 유난히 섬세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그려낸다.


첫 번째 이야기 – A minor에서 시작된 속삭임


00:00

『Concerto for 2 Violins in A minor, RV 522』

두 대의 바이올린이 마치 오랜 친구처럼
조심스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음표 하나, 숨결 하나까지 조율하며
리피에노(합주부)는 그 뒤에서 다정한 벽이 되어준다.

“내가 말할게, 그럼 네가 받아줘.”
“좋아, 이번엔 네가 먼저 시작해.”


두 번째 이야기 – 셋이 모이면 풍경이 달라진다

12:04

『Concerto in D minor, RV 565』

바이올린 두 대, 그리고 첼로 한 대.
셋은 마치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채 무대에 선 인물들처럼,
때로는 나란히 걷고, 때로는 어긋나며,
복잡한 감정의 대화 속으로 들어간다.

이 곡에는 무언가 고요한 슬픔이 스며있다.
그리고 그 슬픔마저 함께 껴안는 리피에노가 있다.



세 번째 이야기 – 사중주의 대화법

22:22

『Concerto in B minor, RV 580』

네 명의 바이올린이 무대 위로 오른다.
누군가는 선율을 이끌고,
누군가는 그 뒤를 채우고,
누군가는 변화를 일으키며 전개를 바꾼다.

이 음악에는 바흐의 다성(polyphony)이 들리고,
모차르트의 유희가 예고된 듯하다.
네 사람의 대화는, 결국 하나의 흐름으로 합쳐진다.


끝맺음 –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음악


합주협주곡은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는 음악이다.
혼자서는 결코 탄생할 수 없는 선율,
서로의 숨을 느끼고 기다리는 음악.

비발디는 그러한 음악의 풍경을
자연스럽게, 그러나 분명한 구조로 직조해냈다.

이번에 소개한 세 곡은
비발디의 수많은 협주곡 중에서도,
바로 그 ‘함께하는 음악의 본질’을 가장 아름답게 보여준다.


**김상 링크 : [https://youtu.be/FfJSEVgJ4l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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