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을린 사랑

사랑에는 차가운 마음 대신 이해가 있어야 한다.

by 원일


같은 모임 형이 시사회에 당첨되어 함께 보게 된 그을린 사랑.
집에서 보다가 잠든 기억이 있어 솔직히 다시 보는 게 조금 두려웠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다시 마주한 순간, 범상치 않은 작품이라는 걸 곧 깨달았다.


쌍둥이 남매 잔느와 시몽은 어머니 나왈이 남긴 유언을 따라 중동으로 향한다. 그 여정에서 두 사람은 어머니의 과거를 마주하게 된다. 진실을 마주한 이들은 과연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감독 드니 빌뇌브의 성향답게, 영화는 겉보기엔 느슨하게 흘러가지만, 내면엔 촘촘한 긴장감이 흐른다. 초반부의 평온한 전개는 오히려 불안을 자아냈고, 중후반부의 몰아치는 전개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강도를 지닌다.

이 영화는 난민 문제, 종교의 신념, 전쟁의 상흔, 복수와 용서 등 복잡한 주제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는 액자식 구성은, 전쟁의 상흔을 품고 살아온 자와 그 진실을 추적하는 자의 입장을 나란히 놓으며, 그 '무게의 차이'마저도 이해하길 요구한다.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보여주려는 메시지와 맞물려 있다. 어떤 진실은 말하지 못했기에, 더 깊고, 더 무겁다. 그리고 그 진실을 들은 자 또한 마주하는 무게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그을린 사랑은 단순한 비극 이상의 감정선을 가진 영화다. 누군가는 과거를 살아내야 했고, 누군가는 그 과거를 짊어진다. 전쟁이 남긴 참혹한 상처는 시간 속에 묻힌 채 잊히는 게 아니라, 새로운 세대를 향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스며든다.

이 영화는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심판 대신 용서를 택한 한 사람의 결심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오랫동안 마음속에 불씨처럼 남는다.
말을 잃고, 숨이 막히는 순간마저도, 무게감 있게 다가가는 미친 영화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