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만나야 할 죽음이라면..
※ 개봉 전 워너브라더스 SNS 이벤트로 시사회에 당첨되어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북미 및 국내 미개봉으로 최대한 스포일러는 지양된 리뷰로 진행예정입니다 ※
전주 이후 본가에 도착했을 때 시사회 당첨안내를 받았다. 그래서 오늘 퇴근 후 보고 온 영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 라인'
이번에 개봉 예정인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은 조금 색다른 접근을 택했다. 기존 시리즈가 사고를 예지하고 필사적으로 죽음에서 생존의 길로 도망치려는 이들의 사투를 그렸다면, 이번 작품은 그 '시작'으로 되돌아간다.
수십 년 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대형 사고. 당시 많은 생명을 구해냈던 한 사람의 선택이 사실은 죽음이 설계해 놨던 수많은 이들의 운명의 균열을 만들었다는 설정이다.
주인공 스테파니는 반복되는 악몽 속에서 할머니의 생존사건에 대한 비밀을 마주하게 된다. 꿈에서 보는 것은 단순한 예지가 아니었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던 존재"라는, 무겁고도 충격적인 진실. 죽음의 억까를 피해 가는 것이 아닌, 애초에 존재를 지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설정이 이번 영화의 핵심이다.
이 영화는 14년 만에 시리즈를 부활시키며, 새로운 이야기와 함께 돌아왔고, 기존 시리즈의 사건이 벌어지면 생존자들이 죽음을 맞이한다는 흔한 공식을 탈피하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독특한 서사 구조를 도입했다. 시리즈의 상징적인 인물인 빌 역의 토니 토드는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출연하며, 그의 마지막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전편의 오마주도 곳곳에 숨어 있다. 익숙한 죽음의 트리거들이 변주 혹은 그대로 연상되는 느낌이지만 2편의 정교한 죽음 설계의 잔인한 임팩트는 보다 덜 치밀해 보이고, 4편과 5편에서 다소 무맥락적으로 자극적이기만 했던 잔인함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덜 잔인한 건 아니다. 여전히 눈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들이 많아, 이런 류의 고어한 표현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쉽게 추천하기 어려울 듯하다.
시리즈 특유의 잔인한 상상력은 여전하다. 다만, 이번엔 예측 가능한 포인트들이 눈에 보여서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워낙 애정하던 시리즈였기에, 생각보다 재밌게 보고 왔다. 시리즈 특유의 죽음의 억까를 거슬러 올라가, 그 시작점을 탐구하는 독특한 여정을 선보이는 건 시리즈의 시작으로 꽤 현명한 것 같고, 운명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결국 또 다른 죽음의 트리거가 되어 돌아오고,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죽음의 그물에 다시 걸려든다. 지독한 설정이다. 여러모로 방심은 금물인 영화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