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이 서점에 놓인 것을 처음 본 순간
2월 1일, 「서른의 연애」가 출간되고 첫 주말.
홍대 쪽에 볼일이 있어서 나갔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일부러 할 일을 만들어서 나갔다고 하는 게 맞겠네요.
짧은 볼일이 끝나고, 홍대에 있는 몇 개의 '동네 서점'을 돌기 시작했습니다.
혹시라도 제 책이 서점에 입고되어있는지 보고 싶었거든요.
적잖이 기대를 하고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네댓 군데의 서점을 도는 동안 제 책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동네 서점은 상대적으로 매대에 올릴 수 있는 책이 대형 서점에 비해서 제한적이니까요.
이제 막 나온, 이름도 없는 신인 작가의 책이 들어가기엔 쉽지 않은 공간이지요.
그렇게 무거워진 발걸음을 옮기며,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이 홍대에서 조금 떨어져 합정역과 상수역 사이에 위치한 당인리책발전소였습니다.
김소영 전 아나운서가 열어 유명한 동네 서점이자 카페이지요.
찾아가기에 썩 편한 위치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었습니다.
서점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았구요.
아, 김소영 아나운서나 오상진 아나운서는 물론 안 계셨습니다^^;
카페와 함께 운영하다 보니, 책을 놓는 공간이 아주 많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주인 부부가 직접 책을 읽고 메모와 추천을 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TV에서도 많이 보고, 여기저기서 들었던 곳인지라 구경하는 마음으로 여기저기를 둘러보았습니다.
그런데,
가운데 매대의 두 번째 선반.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놓인 "사랑" 컬렉션에 「서른의 연애」가 딱 한 권 꽂혀있었습니다.
처음엔 눈을 의심했어요. 정말 제 책이 여기 꽂혀있는 게 맞는가. 이게 꿈이 아닌 사실인가.
기쁨, 놀라움, 반가움, 떨림, 감사함....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몰려와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구요?
얼른 옆 칸으로 옮겨갔지요!
혹여 제가 거기에 서 있느라, 누군가 제 책을 발견하지 못할까 봐. 옆으로 샤샤샥.
그리고 힐끔힐끔 "사랑" 컬렉션 쪽을 계속 주시하였습니다.
근데 정말 놀랍게도, 몇 분 있다가 커플 한 쌍이 와서 선반에서 제 책을 뽑아 드는 게 아니겠어요?
(귀 쫑긋)
"자기야, 이거 봐. 책 제목이 서른의 연애래."
"나 이제 서른 하난데?"
Aㅏ..... 제목을 「삽십대의 연애」라고 지을 걸 그랬나봐요....(털썩)....
제 책이 어떻게 이 서점에 입고되었는지 모르겠어요.
출판사에서 힘써주신 덕분인지, 사장님이 직접 읽으신 건지...
하지만 저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 잊지 못할 공간이 되었습니다.
"저, 혹시... 펜과 메모지를 잠깐 빌릴 수 있을까요?"
카운터에서 펜과 메모지를 빌려 짧은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새 책이다 보니 속지에 직접 글을 쓰는 건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이 될 것 같아서요.
그래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메모를 적고, 그것을 표지 안쪽에 꽂아 두었어요.
몇 시간을 돌아다니며 점점 지쳐가던 마음이 완전히 쌩쌩해졌어요.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행복하다.
글 쓰기 정말 잘했다.
당인리책발전소 많이 사랑해주세요. 저는 이미 사랑하고 있거든요.
* 혹시 동네 서점에서 「서른의 연애」를 발견하신 분은 저에게 제보 주시기 바랍니다.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꼭 만나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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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대상 출간, <서른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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