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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비 May 20. 2018

검색 리스트

18-05 컨셉진



인스타그램의 두 번째 탭, 제일 위에 있는 검색 버튼을 누르면 내가 자주 찾아보는 사람과 해시태그의 리스트를 볼 수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 리스트에는 그녀가 항상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6년 반. 길고 길었던 연애를 정리하면서 우리의 SNS 관계도 모두 끊었지만, 너도 나도. 굳이 서로를 차단하거나 심지어 계정을 비공개로 설정 하지도 않았다. 

내 피드에서 업데이트된 그녀의 소식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문득문득 그 검색 버튼을 눌러 나오는 이름을 눌러 그녀의 안부를 확인하곤 했다.  


미련이 남은 것은 아니었다. 

스토킹이나 변태적인 훔쳐보기도 아니었다. 

그것은 어쩌면 그냥 '버릇'이었다. 

이십 대의 절반을 함께하며 매일같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의 일상을 맞대던 그 날들의 흔적이었다. 

헤어진 직후에는 비교적 자주 그녀의 인스타를 확인하였다. 

하지만 결국 그 버릇도, 흔적도, 감정도 희미해지기 마련이었다. 

항상 검색 리스트의 가장 처음에 있던 그녀의 이름이 하나 둘 밀려, 누군가의 이름 아래에 놓이게 되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는 그동안 짧게 몇 번의 연애를 했다. 하지만 굳이 인스타에 티 내지는 않았다. 

그녀를 의식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전적으로 내가 그 친구들과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소소하게 올라오는 일상의 사진들에서 연애의 흔적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4월의 벚꽃이 흐드러지던 날. 

무심코 검색 버튼을 눌러 오랜만에 그녀의 인스타를 확인 한 날. 


처음 보는 낯선 사람과 다정하게 서 있는 그녀의 사진을 보았다. 

마음이 쿵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전 이별에서 느꼈던 시기나 질투가 아니었다.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먹먹함이었다. 

충분한 시간을 감내해온 그녀가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끝내 쿨하지 못한 서러움이었다. 


그녀와 내가 연애를 시작했던 것도 4월이었고, 연애를 끝낸 것도 4월이었다. 


그땐 싸이월드, 지금은 인스타그램. 


4월, 우리의 사진첩은 그렇게 찬란하고 행복하고 슬프고 아팠다. 

이제는 정말로 검색 리스트에서 그녀의 이름을 지울 때가 된 것 같다. 

굳이 내가 빌어주지 않아도 그녀는 행복하게 잘 살 것이다. 궁상은 됐다. 나는 내 앞가림이나 잘 해야지.


행복하자. 더 많이.



<컨셉진 18-05>







오랜만입니다. 

그 동안 고향과도 같았던 이 곳을 비워놓고 있는 게 못내 아쉽고 섭섭했어요. 


책을 내고, 한동안 새로운 글을 쓰지 않고 있다가

컨셉진이라는 매거진의 작은 코너에 기고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작지만 정말 아름답고 알찬 매기전이에요. 

컨셉진에도, 제 글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제 인스타그램에서 매달 매거진 나눔도 하고 있어요!


행복한 밤,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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