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아홉
이야기 아홉
꿈을 따라오느라, 좌절하느라, 남들보다 뒤처졌다 생각하느라 굉장히 지친 30대의 초반을 보내던 어느 날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50이 되면 좀 나아?
엄마는 코웃음 치며 대답했다.
아니. 똑같이 힘들어.
더 힘든가?
20대는 처음인 것들 투성이라 힘든 줄 알았는데 30대 되니까 아는 것들이 힘들게 하니까 더 힘들다. 그리고 그 어려움과 힘듦의 강도와 무게는 책임감이 늘어가는 만큼 커져만 갔다. 그러니까 더 많은 것들을 책임져야 하는 40대는 더 힘들 테고, 책임은 있는 데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50대는 더더 힘들겠지.
한 해가 가는 게 무섭다.
점점 더 모르겠는 미지의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다.
나는 지쳐있고 숲 속은 지금까지 보다 더 무서운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 같고
나는 그 무언가를 대적할 방법을 모르고 있다.
누가 인생을 모험이라고 포장했을까.
이건 모험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된 극한의 공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