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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rain Oct 02. 2016

그들은 알고 나는 모르고

이야기 여덟

이야기 여덟


왜 아무도 서른 살 이후의 연애에 대해, 서른 넘은 여자의 연애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울지에 대해 얘기해주지 않았을까. 뭘 조심해야 하고 뭐가 어려워지고 뭐가 달라져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스무 살 직전엔 그렇게들 걱정을 해줬으면서.

그래서 생각해봤다.


왜 엄마들은, 언니들은 이야기해주지 않았는가.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그들은 다, 서른 전에 결혼을 했다.

나와는 다른 삶이고 다른 세상이었기 때문에 알려줄 수가 없었던 거다.


보통의 여자 나이 서른 이후면, 가정을 갖고 아이를 키우고 혹은 하루 벌어 하루 책임지느라 연애 같은 거 설렘 같은 거 생각 못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니까 연애 얘기 따위나 할 나이가 아니란 거다. 보통은.


2016년 10월을 기준으로 중, 고등학교 시절 친했던 열댓 명가량의 친구들 중 나는 유일한 독신이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약속이나 한 듯 31살의 나이를 기점으로 모두들 결혼을 했고 이듬 해인 32살에 부모가 되었다.

이후 나를 제외한 마지막 싱글이었던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아이를 하나씩 안고 나타난 내 친구들은 나에게 한 마디씩 한다.

너는 아가씨 티가 난다.


'아가씨 티'가 뭐냐고 물었더니 귀걸이만 해도 아가씨라고 하더라. 그때만 해도 난 그들이 나를 부러워하는 줄 알았고 역시 싱글이 좋은 거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그 이후 간간히 오는 친구들의 연락엔 서로의 안부보다 그들의 아이들의 안부가 더 큰 자리를 차지했다. 귀엽다 한마디로 끝내고 싶은 대화는 계속 보내오는 아기 사진에 귀엽다는 말을 열 번 정도 반복하고 내가 지칠 무렵 마치 내가 눈치를 준 듯 어색하게 마무리되는 게 피할 수 없는 루트가 되었다


어느 날은 자기들끼리 단톡 방을 만들었다고 했다. 육아 단톡 방.

초대도 안 할 거 왜 말했나 싶던 순간, 멋쩍게 '너도 들어올래?'라고 물어보길래 단호하게 '아니 됐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날, 다른 날보다 더 많이 신경을 써서 한껏 꾸미고 클럽을 찾았다.

'나는 니들이 전혀 부럽지 않아. 난 지금의 내 자유가 좋아.'라고 마음을 포장했지만 사실은 조금 아주 약간 우울했다. '나만 잘못 살고 있나. 나만 뒤처진 건가.' 아주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그들은 자주 모이는 모양이다. 동네가 가까운 것도 있겠지만 공통의 화젯거리가 있으니까.


내가 SNS에 올리는 사진을 보고 친구들은 가끔 한 마디씩 한다. '어린애들하고 놀아서 좋냐'  참 못됐다. 지들이 나랑 안 놀아주면서. 니들이 결혼했으니까 결혼 안 한 나는 결혼 안 한, 나보다 어린애들하고 놀아야지 별수 있냐.


또 다른 어느 날.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된 친구와 역시나 안부인사 인척 연락을 하고는 아이 자랑으로 대화가 흘러가려고 하던 찰나. 역시나 '어린애들하고 노니까 재밌어? 그렇게 놀아본지가 언젠지 모르겠다.'라는 대화가 시작됐다. (희한하게도 말하는 친구들은 다른데 내용은 늘 같다.) 그러더니 갑자기, 맥락 없고 뜬금없이 부러움의 대상이 바뀐다. '내가 진짜 부러운 게 누군 줄 알아? 00이.(26살에 결혼해 아이가 초등학생인 친구이다)  딸이랑 그렇게 대화가 잘 통한대. 우리 아기는 언제 대화가 통하려나.'

저기.. 나는 노산 걱정하고 있는데 혼날래?
 

나는 그들이 알고 있는 세계에 있지만, 그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에 있다.

그래서 그들과의 대화를 마치고 나면 내 자유와 싱글라이프를 충분히 사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뭔가를 놓치고 있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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