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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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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Mar 07. 2020

악취

미완이므로 아름답고, 추하다

  허름한 카페에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들어오더니, 곧 그 조그마한 입을 조잘조잘 열어젖히며 적막함을 부수어댄다. 묘한 끌림에 나는 찬찬히 아이를 살피어본다.


아이의 말에는 막힘이 없다.

고풍스러운 장식품은 갖고 싶다 말하고, 꽃을 보며 아름답다고 말한다.

집에 있는 것과 같은 장난감에 할머니를 떠올리고, 보고 싶다고 부모를 통해 전화를 건다.

 

쏟아지는 문장의 반쯤은 미완이다.

하고픈 말을 어휘력이 받치지 못한다.

어조는 강약을 찾지 못하고, 마디마디 분절되어 길을 잃는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시선을 거둘 수가 없다.

도리어 절룩이던 내 영혼이 넘어진다.

완성되지 못한 것은 나와 다를 바가 없는데, 아이만이 아름답다.

간극에 놓인 세월이 가시가 되어 찔러왔다.

덜컥, 눈가가 저려왔다.

붉은 시선을 눈치챈 것인지 아이도 바라본다.

꼴에 어른인 척, 까꿍과 같은 되도 않는 인사를 건넬까 하다가 떠올렸다.

아, 오늘 한 번도 입을 안 열었지. 도로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만다.

예쁜 말도 내 입을 거치고 나면 악취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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