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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S Magazine Jul 26. 2021

<지브리의 천재들>, <아메토라>,
<로코노믹스>

- 7월 5주차 마사지 삼인조의 책 발췌

매주 수요일에는 마사지 삼인조가 읽었던 글 중 구미가 당긴 단락을 공유합니다.

역시 정수는 요약이 아닌 원본에 있습니다. 저희는 그저 사견이라는 이름의 양념을 칠 뿐입니다.






0. “상에 관심이 없는 미야 감독은 베를린 국제영화제에도, 아카데미 상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국제교류기금상을 받았을 때는 보기 드물게 시상식에 참석했다. 많은 분들이 대기실로 찾아오는 바람에 미야는 그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느 순간에 사람들의 물결이 뚝 끊기면서 나와 그 단둘이 있는 에어포켓 같은 시간이 찾아왔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대기실에서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스즈키 씨, 왜 이렇게 되었을까?”


“미야 씨가 열심히 했기 때문이지요”


“스즈키 씨도 열심히 했잖아?”


그는 혼자 공을 차지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흥행 기록이나 수상을 알려줄 때마다 “어떡하지?”하고 당황하지만, 그로 인해 들뜨거나 머리가 어떻게 되는 일은 없었다. 생각할수록 대단한 사람이다. 히트가 계속되면 미야가 이상해지지 않을까 하는 내 걱정은 결국 기우였던 것이다. “



1. <지브리의 천재들>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프로듀서인 스즈키 도시오가 지브리에서 보낸 시간들을 회고한 책입니다. 그들의 열렬한 팬은 아니지만 수많은 90년대생이 그러했듯 성장기에 지브리 작품들을 많이 접했습니다. 때문인지 지브리에 대한 콘텐츠들은 눈에 띄면 읽어보는 편입니다. 첫 발췌는 이 책에서 가져왔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인 <꿈과 광기의 왕국>을 통해 처음 접한 지브리의 직접적인 모습과 많이 오버랩되는 단락이었습니다. 



2. 대단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예술가 중에는 슈퍼스타나 장인도 있고, 팀 플레이어도 있을 것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중 장인의 성격을 가진 팀 플레이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본인이 누구보다 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고집을 가지고, 부족한 곳에서는 팀원의 의견을 들을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의 이러한 특징은 책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데, 위 단락도 그런 성향이 표출된 것으로 느꼈습니다. 때문인지 미야자키 하야오는 작품이 이뤄낸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모든 크레딧을 본인에게 돌리지 않습니다. 



3. 사람을 ‘난 사람’과 ‘된 사람’으로 나누곤 하죠. 난 사람의 재능이 부러운 순간들이 많지만 된 사람이 되어 부족함을 채워줄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아가는 일의 아름다움이 새삼 다가옵니다. 그 발걸음을 함께하는 이들에게도 사뭇 고마움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스즈키 도시오, <지브리의 천재들>, 포레스트북스(2021)








1. <아메토라>는 미국산 옷을 일본에 들여온 사람, 옷이 지닌 미국식 아이디어를 일본의 정체성에 흡수한 젊은이 등 여러 ‘개인’을 좇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떠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할 때 전달되는 내용만큼 전달하는 방식 또한 만만치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정보여도 귀에 닿지 않으면 무의미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시대를 인물로 짚어나가는 <아메토라>의 방식은 훌륭합니다. 여차하면 지루할뻔 했던 역사가 흥미진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었으니 말이죠.



2. 오늘날에도 일본의 패션은 (옷에 대한) 규칙을 꾸준히 강조합니다. 이에 대해 구로스(당시 일본 제일의 “아이비” 전문가, <멘즈 클럽> 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우리에게 블레이저에서 금색 단추를 떼달라고 요구하던 시절이었죠. 우리는 금색 단추가 달렸기 때문에 블레이저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어요. 우리는 규칙에 따라 프레임을 만들어야 했어요. ‘블레이저에는 항상 금색 단추가 달려야 한다.’ 같은 거죠. 이런 방식은 사람들의 스타일에 대한 이해 속도를 단축할 수 있었죠.” 이러한 모습은 21년 한국 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근본”이 “멋쟁이들” 사이 유행이 된 기묘한 시대죠.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필요한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이 있어야 활용이 가능해지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3. 앵커리지에서 고바야시는 자신의 장기인 보도용 일러스트레이션을 스케치하고, 사진가는 근사하게 수염을 기른 미국인들이 집업 다운재킷을 입고 눈 덮인 슬로프 위에 있는 모습을 스트리트 사진처럼 찍었습니다. 여기에 완전히 마음이 사로잡힌 편집자는 스키라는 운동 자체보다 스키를 둘러싼 자유분방한 생활 방식에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잡지는 1974년 10월 <스키 라이프>라는 이름으로 등장했습니다. 부제는 ‘스키를 타는 일에 관해 다시 생각해보는 책’이었어요. 요미우리는 일본에서 스키를 타는 일에 대한 기초적인 가이드를 의뢰했지만, 결국 받게 된 건 스키를 타지 않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겨울 패션지였습니다. 분명히 10대들이 원하는 것이었죠.


기네마리(<헤이본 펀치> 전 편집장)는 철학적 선언 같은 부분 대신 옷, 신발, 아웃도어 제품, 전자기기, 악기, 공구, 가구 등 미국의 제품이 실린 우편 주문 카탈로그를 흉내 낸 잡지를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사실이네요. 시간이 쌓여 농익은 모방이 다시 원본이 되는 것 아닐까요. 후대의 우리가 오리지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의 시작을 알 수 있어 재미있는 부분이었습니다.



4. 앞으로 두어 차례에 걸쳐 더 소개해드릴 책 <아메토라>는 일본의 패션사를 인물을 중심으로 짚습니다. 덕분에 역사서와 유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나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인물을 통해 흐름을 조명하기에 지루할 틈이 없어요. 무인양품을 통해 일본 디자인 철학을 세상에 널리 알린 디자이너 하라 켄야가 본인의 저서에서 세계 지도를 뒤집으면 일본은 세상을 담는 그릇의 모양이 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외래어를 표기하기 위한 문자까지 존재하는 그들을 떠올리니 조금이나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W. 데이비드 막스, <아메토라: 일본은 어떻게 아메리칸 스타일을 구원했는가>, 워크룸프레스(2020)








0. <로코노믹스>는 '음악 산업에서 누가, 어떻게 돈을 버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음악 산업을 경제학으로 이해하기 위해 “로코노믹스”라는 단어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책에서 핵심적으로 이야기하는 일곱 가지 열쇠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정리하겠습니다. 그리고 7월 한 달 동안 <로코노믹스>의 다양한 이야기를 같이 정리해나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1.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음악 산업에서도 수요와 공급의 원리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BTS 콘서트에 가려는 팬의 수요는 많은데 티켓 수는 제한되어 있다면 티켓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겠죠. 그러나 동시에 그 밖의 요인들도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티켓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 팬들의 원성이 많아지면 좋지 않은 평판을 얻을 수도 있어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보다 싸게 판매하려고 할 수도 있겠지요.



2. 음악 시장은 주목받는 소수가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슈퍼스타 시장’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이런 시장에는 두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는데요. 첫째, 최고의 뮤지션이나 기업이 다수의 청중에게 다가가거나 고객 기반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규모’라고 부릅니다. 둘째, 슈퍼스타 시장에서 판매되는 사운드, 서비스 혹은 제품은 독특하고도 뚜렷한 특징이 있어야 합니다. 소비자들 눈에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없어야 하지요.



3. 성공을 위해선 재능과 노력이 필요하다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음악 시장은 특히나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의 장난질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취향은 변하기 쉽고, 품질은 주관적인 것이 음악이니까요. 시기, 적절한 곡, 좋은 음반 회사 등 모든 것이 맞아떨어져야 하겠지요.



4. 지금은 고인이 된 데이비드 보위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음악 그 자체는 흐르는 물 혹은 전기와도 같다. (중략) 순회공연은 많이 하는 것이 더 낫다. 유일하고도 특별한 상황만이 실제로 기억에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위의 말은 음반과 함께 판매할 독특한 무언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라이브 콘서트, 굿즈, 뮤직비디오, 딜런 위스키와 메탈리카 위스키까지 그 예는 다양합니다.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 컴퓨터를 판매하여 돈을 벌지만, 이런 장치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애플 뮤직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5. 고객을 구분하여 일부 고객에게는 더 높은 가격을 부과하는 것을 가격 차별이라고 부릅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새로운 음반에 대한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를 자신에게 가장 헌신적인 팬들에게 앨범을 판매한 이후로 미루는 것도 가격 차별 때문입니다. 또한 콘서트에서 좌석마다 다른 가격을 부과하는 것도 가격 차별의 한 예시죠. 더 나아가 요즘 흔히 이야기하는 “슈퍼팬”을 활용한 비즈니스라는 생각이 듭니다.



6. 돈을 버는 것, 심지어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성공한 뮤지션과 음반 회사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합니다. 극적인 예로 오케스트라는 비용 절감 면에서 가성비가 매우 낮습니다. 현악 4중주를 공연하려면 200년 전과 거의 같은 양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7. 물론 경제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음악은 본질적으로 행복을 위한 촉매이기도 하죠. 그리고 소중한 시간, 사교의 장, 기억, 감정 등을 창출합니다. 이것은 음악 산업 내의 많은 경제적 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뮤지션들은 단기적인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팬들과의 유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는 거겠죠.



앨런 크루거, <로코노믹스>, 비씽크(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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