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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S Magazine Jul 26. 2021

티셔츠를 보면 사람이 보인다?

: 내가 사랑하는 티셔츠들




  여름입니다. 더위를 피하고자 사람들의 옷이 점점 얇아지고 짧아지는 계절이죠. 저에게 여름을 상징하는 의류는 단언컨대 반팔 티셔츠입니다. 옷장을 열어보면 가장 많은 의류가 티셔츠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잘 구입한 반팔 티 하나가 셔츠 몇 장보다 좋다고 생각합니다. 취향입니다. 셔츠가 더 좋으신 분들도, 스웻셔츠를 더 선호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요.



  티셔츠를 보면 사람이 보인다, 요즘 밀고 있는 문장입니다. 지금부터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티셔츠들에 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제 이론으로 반추해볼 때 저는 어떤 사람일까요?




1. 무지 티셔츠



  무지 티셔츠로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고서는 면목이 없습니다. 제일 자주 입는 종류의 티셔츠이고 어떠한 프린팅도 없는 만큼 옷의 기본기에 더 진한 취향이 반영되는 티셔츠입니다. 티셔츠는 본래 셔츠 안에 입는 속옷으로 고안된 옷이라 하는데-물론 무지로 말이죠-그 시절을 살던 분들은 속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얼마나 황당할까요.



  아무튼 무지 티는 저렴한 가격으로 한 계절 잘 입고 버리는 게 제 원칙입니다. 아주 비싼 무지 티를 사지는 않지만 매년 조금씩 기호가 바뀌고 있습니다. 올해는 무겁지 않고 가벼운, 비교적 얇은 티셔츠들을 많이 샀는데요. 실루엣이 드러날 수 있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런 티셔츠들을 선택한 이유는 조금 크게 입어도 용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버 사이징을 싫어합니다. 몸에 맞는 사이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입는 게 좋아요. 안타깝게도 넉넉한 실루엣이 유행이라 큰 치수의 옷들이 너무 많습니다. 때문에 신경 쓸 부분이 많고 온라인 구매 시 실측을 고려해 가며 구입해야 합니다. 색감과 느낌만 괜찮으면 그냥 XL 사이즈로 사서 입어버리고 싶은데 말이죠. 그래서 올해는 조금 커도 용서가 되는 얇은 티셔츠들로 정했습니다. 무인양품과 무신사 스탠다드, 프린트 스타, 홀리선 등을 애용 중입니다.








2. 기념 티셔츠 / MD



  티셔츠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무지 티셔츠와 비교해 자주 입기에는 부담스럽지만 오히려 좋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관한 티셔츠는 보이는 족족 사 입습니다. 기념 티셔츠의 경우 식당의 MD나 행사용 티셔츠 같은, 입고 다니면 진짜 직원처럼 보일만 한 티셔츠들을 정말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만화나 드라마, 뮤지션 등이 프린팅된 티셔츠들도 제 레이더망에 걸리면 몸에 걸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습니다. 마치 제 아이덴티티를 사는 것과도 같죠. 그래서 이 영역은 조금 신중하게 접근하는 편입니다. 프린팅의 형태와 옷의 질, 그리고 핏도 많이 따집니다. 특히나 스타워즈나 피너츠와 관련된 티셔츠들의 경우 더욱더 까다롭게 잣대를 댑니다.



  올해에는 성수에 있는 식당인 커리 스위밍 클럽의 티셔츠와 데이비드 보위 그리고 피너츠 티셔츠를 조금 샀습니다. 이외에도 눈에 밟히는 친구들이 많은데 안전하게 다들 입어보고 사야 하니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3. Owned Graphic 티셔츠



  제가 이름 붙여봤습니다. 브랜드의 자체 그래픽이 프린팅된 티셔츠들입니다. 각양각색의 티셔츠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취향에 맞는 자체 그래픽을 찾는 일은 심해에서 진주를 찾는 일만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영역은 위의 두 경우보다 구매로 이어지는 일이 적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골라 산다면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영역이기도 합니다. 브랜드를 많이 따지지는 않습니다. 마음에 들면 사는 거죠. 브랜드가 이렇고 저렇기 때문에 마음에 든 그래픽을 버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올여름은 휴먼 메이드와 ooowl, yeseyesee, namer clothing, frog skateboeards 등에서 발매된 티셔츠들을 눈여겨보는 중입니다. 올해는 콤팩트 레코드 바와 모베러웍스, 사운즈 라이프, SHV의 티셔츠를 샀습니다. 좋은 그래픽을 지닌 티셔츠라면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좋은 티셔츠의 조건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핏과 디테일이 잘 맞기만 한다면 가리는 것 없이 사는 편입니다. 길단이나 트리플에이, 챔피온 등에 프린트를 찍어서 판매하는 “택갈이”도 크게 상관없습니다. 물론 이런 티셔츠가 터무니없이 비싸다면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죠.








  얼마 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무라카미 T>를 읽었습니다. 패션에 대해 잘 모른다 말하지만 꽤 고급스러운 취향을 숨기지도 않았던 하루키라 그런지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사지 않기가 힘들었습니다. 하루키 님처럼 빈티지 샵에서 1달러에 산 티셔츠를 입고 다닐 만큼 내공이 쌓인 사람은 아닙니다만 저도 10년쯤 뒤면 티셔츠에 관해 더 많은 글을 쓸 수 있는 아카이브가 구축되길 바라며 첫 글을 마칩니다. 여러분은 어떤 티셔츠를 즐겨 입으시나요?




추신: 이 글을 쓴 건 6월 초입니다. 업로드하는 지금은 더 많은 티셔츠가 제 옷장을 채우게 됐습니다. 외부 활동 후에는 바로 빨아야 하는 반팔 티의 특성상 세탁 바구니에 있는 친구들이 많아 옷장에서 눈에 띄는 티셔츠들로 카테고리별 네 장씩만 사진을 찍게 됐네요. 언젠가 더 많은 티셔츠를 가지고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그럼 좋은 한 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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