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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S Magazine Jul 26. 2021

THE SHOW MUST GO ON

: 이 돈 내고 온라인 콘서트를 봐야 해?




  “쇼핑의 과학” 저자 컨설턴트 파코 언더힐은 오프라인 공간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 세 가지를 각각 감각적 자극, 즉시 만족, 그리고 사회적 교류라고 설명합니다. 공간은 기존 고객뿐만 아니라 잠재 고객 모두 기업의 정체성을 경험하게 하는 커뮤니케이터이지요. 과거부터 뮤지션들 또한 음악에 적용시킨 공간 경험을 콘서트로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콘서트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콘서트 및 공연이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가장 큰 수입원이었는데 말이죠. 불가피하게 많은 기획사들은  '언택트 콘서트'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그 만족도는 팬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도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를 되돌아보면 AR과 VR, 메타버스 등 많은 기술이 총집합해 온라인 콘서트를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그 기술들이 "우리가 콘서트에서 느끼는 감성을 조금이라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발전되어 있느냐?"는 질문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그리고 선보인 기술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점도 치명적입니다. Full HD 화질의 노트북 화면으로 그들이 의도한 그래픽과 음향을 완벽하게 느낄 수 있을까요.



  아무리 시국이 시국이라 해도, 가상 현실에서 “콘서트”라는 이름을 달고 선보이는 컨텐츠는 세게 말해 소비자 기만으로 다가옵니다. 온라인 콘서트에 대한 이야기가 공급자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요컨대 “신기술 자랑 대회”가 과연 단순 신기함 이상의 감상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입니다.



  인간은 공간적 상황을 거의 2초 안에 어떠한 감으로 판단한다고 합니다. 이 감은 우리가 가진 기억의 상호 작용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특정한 의미의 구체적 장소 감각 또는 장소의 정체성으로 기억되는 단계, 즉 상징적 의미의 체험으로 기억될 때 비로소 공간 경험이 됩니다. 우리가 몸으로 느끼는 공간의 감동은 어떤 사진으로도 재현할 수 없습니다. 사진은 체험의 기억을 쉽게 재생하게 하거나 기억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 줄 뿐이죠. 기술의 발전으로 입체 촬영이나 증강 현실(AR), 가상 현실(VR) 등이 등장하고는 있으나 오감을 통한 현장의 공간 체험을 똑같이 재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서트는 계속 진행되어야 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콘서트는 음악 산업의 큰 자본적 기둥이면서 동시에 아티스트와 팬에게도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와 같은 안타까운 일들은 앞으로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그렇다면 불완전한 온라인 콘서트를 계속해야 할까요?





  우리는 여러 상황에 맞춰 음악을 듣습니다. 가령 '공부를 하면서 Lo-fi를 듣는다', '드라이브하면서 신나는 Future House를 듣는다'처럼요. 하물며 의식적으로 음악을 들을 생각이 없던 찰나에 틱톡을 통해 30초짜리 음악을 듣기도 하지요. 음악을 음악만으로 즐기는 일은 생각보다 드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결국 중요한 것은 음악 산업에서 콘서트가 지니는 “진짜” 의미입니다. 많은 사람들, 특히 기획자들은 콘서트를 그저 아티스트와 만나는 장소로만 정의하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음악을 듣는 행위에는 음악적 경험이라고 부를 만한 여러 요소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습니다. 특히 콘서트라는 콘텐츠는 더욱더 그렇습니다. 콘서트 공지를 본 순간부터 티켓팅을 하고, 어떤 옷을 입고 갈지 고민하고. 굿즈와 응원봉, 그 계절의 날씨와 냄새 그리고 아티스트와의 만남까지. 모든 오감이 “콘서트 경험”과 함께합니다. 즉, 현장감이라는 모호한 개념은 이러한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죠. 이제 새로운 온라인 경험을 제시해야 합니다. 오프라인이 가지고 있는 그것과는 다른, 진정으로 팬의 시각에서 재구성한 온라인만의 경험을 위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 과정을 디테일하게 파고들고 이를 통해 감각의 극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블랙핑크 온라인 콘서트는 여타의 것들과 중점을 둔 부분이 사뭇 달랐습니다. 비욘드 라이브나 BTS 콘서트가 증강 현실(AR)과 확장 현실(XR)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무대 연출에 집중했다면 블랙핑크의 “The Show”는 철저하게 아날로그를 지향했습니다. 지금 이 공연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복제 불가능한” 무대에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정치영 YG 공연 총괄은 “투어의 경우 대규모 세트와 장비를 다 짊어지고 다니는 게 비효율적이어서 디지털의 힘을 많이 빌린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이번에는 “보는 이에게는 디지털 플랫폼 환경에서 보는 공연이지만 만드는 이에게는 장비를 줄일 필요도, 환경을 압축해 담을 이유도 없기 때문에 최대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풀었다”는 설명입니다.





  이 같은 역발상은 의외의 볼거리를 선사했습니다. 3개의 메인 세트가 곡 분위기에 맞춰 10개의 서로 다른 무대로 전환되면서 매끈한 디지털 영상과는 다른 독특한 질감을 안겨줬습니다. 블랙핑크는 “월드 투어 때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다양해진 대규모 세트를 보고 놀랐다”며 “실제 동굴을 재현한 무대부터, 폐허가 된 도시의 계단 파편까지 다 붙어있을 정도로 정밀하게 묘사된 설치물이 인상적이었다”고 무대를 본 소감을 밝혔습니다. 특히 대규모 남성 댄서들과 함께 물 위에서 선보인 “뚜두뚜두” 퍼포먼스는 이전까지 보지 못한 강렬함을 내뿜었습니다. 어두운 조명으로 멤버들의 얼굴을 잘 볼 수 없다 해도 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동감을 택한 효과가 뚜렷했습니다.





  음악 영화는 대개 둘 중 하나입니다. 극영화인데 뮤지컬 형식이거나 음악이 많이 나오는 경우, 혹은 다큐멘터리. 이러한 포맷은 결과적으로 영화 산업 내에서 매력적인 투자의 대상이 될 만큼의 규모를 확보하진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아무리 형식이 실험적이고 내용이 거칠어도 본인이 관심 있으면 보게 되죠. 가령 휘트니 휴스턴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면 “휘트니” 다큐를 볼 일이 없겠지만 휘트니 휴스턴의 팬이라면 만사 제치고 찾아보지 않을까요. 감성은 팬과의 진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자극할 수 있습니다.





  트래비스 스캇의 포트나이트 메타버스 콘서트는 미래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였고 시사하는 바가 확실히 큽니다. 하지만 어떠한 기술로든 온라인으로 실제 현장감을 대체하겠다는 철학을 받아들이기에 아직은 이르지 않을까요? 당분간은 음악적 경험의 맥락을 재정의해 새로운 감각을 선사하는 쪽으로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어 콘서트장의 그 온도를 느끼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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