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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S Magazine Aug 07. 2021

<스노우볼 팬더밍> 외 2권

<책 만드는 일>, <숨>

매주 수요일에는 마사지 삼인조가 읽었던 글 중 구미가 당긴 단락을 공유합니다.

역시 정수는 요약이 아닌 원본에 있습니다. 저희는 그저 사견이라는 이름의 양념을 칠 뿐입니다.






1. 기업들이 브랜드 팬덤의 필요성을 알게 된 것은 좋습니다만, 마케팅의 도구나 방법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염려스럽습니다.



2. 기업들은 한 번의 강렬한 경험보다는 지속적으로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그 경험을 고객이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다시 말해 브랜드 팬덤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설계하고, 단기적으로 그들의 지지를 이끌 수 있는 경험들을 지속적으로 쌓아나가야 합니다.



3. 저자는 5단계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브랜드 팬덤 만드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4. 우선 철저한 브랜딩을 통해 메시지를 규정한 뒤 이야깃거리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고객의 자발적인 후기를 독려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해 브랜드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5. 그리고 지지자를 발굴 및 육성합니다. 자발적으로 브랜드와 제품, 서비스를 이야기하는 소셜미디어 채널을 살펴보는 것은 좋은 발굴 방법입니다. 특히 지지자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보다 '관계를 유지하고 육성할 수 있는 장기적 관점'에서 선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6. 이제 팬덤의 대상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 대상을 중심으로 소속감과 공동체 의식을 만들어주는 전략이 먼저 정리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전략은 모든 방면에서 일관되어야 합니다.



7. 육성 단계에서는 지지자들에게 참여를 기반으로 브랜드의 학습 거리,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브랜드와 협업할 것들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8. 마지막으로 팬덤 등급은 전체 팬 수를 기준으로 전체 예산과 각 등급의 숫자를 예상해 등급 단계를 나누어야 합니다. 그리고 각 등급 단계에 예상 팬 수와 보상 및 운영 비용을 할당하고 전체 예산과 조율해서 등급을 결정하는 미션의 난이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특히 팬들의 개인적 성장을 돕는 것은 더욱 공고한 브랜드 팬덤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박찬우, <스노우볼 팬더밍>, 쌤앤파커스(2020)








0. 지난번 소개한 책에 대한 발췌입니다. 여러 명의 저자가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책의 특성상 원문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 추천해 드렸지만 한 번 더 추천하겠습니다. 얇은 두께와 가격 덕에 추천 실패에 대한 부담도 적은 만큼요.



1. “마감 직전까지 오자를 수정하느라 판면이 출렁거리듯이, 책 만드는 사람들은 모두 움직인다.”

  : 책을 쓰는 게 아닌 만드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은 어쩌면 작가보다 책에 더 가까운 사람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문장이 넘실거린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담담한 알맹이에 덧쓰인 시각적인 표현이 형체 없는 미사여구가 아니라서 멋진 문장입니다.



2. “좋은 글이란 빼어난 글솜씨로 쓰인 문장들의 묶음이 아니라 정돈된 사유를 탁월하게 표현한 글이고, 좋은 책이란 존재 이유가 명확한 책이다.”

  : 이하동문입니다.



3.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지향하는 새로운 시각과 기획 의도가 무엇인지, 이 작품을 전집에 넣으려는 취지는 무엇인지, 한국의 출판 현장에서 그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편집자의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다른 어떤 번역자에게서도 받아 보지 못했던 그 질문은 나를 당황케 했지만, 그저 관성적으로 목록의 구색만을 맞춰 온 것은 아닌지 자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4. “지난 10년간 속세의 ‘실용’서와는 담을 쌓은 민음사의 출간 리스트를 마주하며 느꼈던 감각은 ‘유용’보다는 ‘무용’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마케터는 이런 이야기들 사이에서 눈길을 끌 만한 문장을 뽑아내 이 책이 당장 필요한 것처럼 포장하는 일들을 해야 한다. 굳이 맥락을 잘라낸 문장들을 전시하며 고전을 쉽게 소비 가능한 상품이자 유용한 무언가로 만들려는 노력이 ‘하급’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덕분에 더 많은 독자들을 책 앞으로 데려왔다고 자부한다.”



5.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라도 만들어 보자는 사심으로 기획한 것이 바로 <인생일력>이다. 마침 유행하기 시작한 뉴트로 열풍의 관점에서 봐도 이보다 겉과 속이 레트로한 상품은 없었다. <인생일력>은 민음사의 고루한 이미지에도 찰떡같이 맞아 ‘고루함X고루함=힙함’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냈고, 평소 동양고전에는 관심조차 없던 젊은 독자들이 매년 1만 명씩이나 고전 문장을 소비하도록 만들었다.”

  : 개인적으로 늘 궁금했습니다. 분명 이런 굿즈는 어쨌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기획일 텐데 그 사람은 이 유행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 정도면 속 시원한 대답 아닐까 싶습니다.



6. “연일 주식이나 부동산 키워드의 책들이 서점 베스트 셀러 목록에 오른다. 그렇지만 5층의 편집자들은 사무실 구석에서 묵묵히 <한서 열전>이나 <하버드 세계사> 같은 책들을 만들고, 드디어 몽테뉴의 에세이 번역이 완료되었다며 들떠 회의를 요청한다. 가끔 나는 그 묵묵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주식이나 부동산보다 우리가 내는 책들이 나에게 더 유용한 것이라 착각하며 자리로 돌아와 다시금 책 팔 궁리를 한다. 효율과 가성비가 최고로 평가되는 세상에서 이런 일로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하다. 늘 새로움을 찾아다니는 내가 일만큼은 한 자리에서 꽤나 오래 하고 있는 이유도 그래서인 것 같다.”

  : 효율과 낭만은 반비례 곡선을 그린다 생각해요. 효율적이면서 낭만까지 있는 경우에는 특이한 전제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흔히 말하는 “아이 같은 순수함”이라는 말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과 닿을 것만 같은 상상이 모두 내재해 있습니다.



7. 이 책은 각각 여러 분야의 책들을 다루는 편집자들의 이야기인 만큼 본인 분야에 어울리는 문체들을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엄마가 된 이후 그림책을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그림책 편집자, PC통신으로 판타지 소설 리뷰를 올리다 채용된 편집자, 화학을 전공하고 과학서를 번역하는 번역가…. 문학 부문 편집자의 글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도 그 맛을 한껏 살릴 수 있는 책 만들기를 신나게 할 생각이다”라는 그림책 편집자의 문장에서 “책을 신나게 만들 생각이다”라고 쓸 수 있음에도 굳이 “책 만들기를 할 생각이다”라고 표현한 것처럼요. 아이와 놀아주는 부모의 모습이 머릿속에 훤하게 그려진 것을 보면 적어도 이 책은 근묵자흑의 여러 색 버전을 체감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고유한 가치가 있습니다. 존재 이유가 명확한 이 책은 역시 좋은 책입니다.



박혜진 외, <책 만드는 일>,민음사(2021)








0. 여러분은 SF소설이라 하면 어떤 느낌이 떠오르시나요? 외계인의 지구 침공이나, 우주를 오가는 장대한 스페이스 오페라가 먼저 떠오르시지 않나요? 저도 물론 그랬습니다. 이 작가를 처음 만난 4년 전까지만 해도 말이죠. 



1. 테드 창은 미국의 과학자이자 SF 작가입니다. 제가 이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그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 <컨택트>(원제: Arrival)를 통해서입니다. 영화에 매료되어 원작이 된 소설이 담겨있는 소설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사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경험이 저에게 SF 장르에 대한 색안경을 벗게 도와주었습니다.



2. SF는 사실 투박하게 번역하면 ‘과학 소설’ 정도로 부를 수 있습니다. 즉 과학을 매개로 한 모든 스토리텔링이 SF가 될 수 있는 것이죠. 테드 창은 정말 다양한 소재를 통해 SF를 풀어냅니다. 외계와 조우한 인간이 그들의 언어와 사고체계를 배워가는 이야기부터, 바벨탑이 완공되었을 때의 이야기, 모든 기억이 기록될 수 있거나 멀티버스의 개념이 확고하게 잡힌 근미래 이야기까지. 



3. 오늘의 발췌에서는 소설의 이야기를 세세하게 다루기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스포일러를 하면 안 되니까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꼭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전형적으로 인식되는 SF의 벽을 넘어 더 많은 이야기와 시대 정신을 담고 있는 소설집입니다. 일련의 이유로 저는 테드 창을 SF 작가가 아니라 동시대 작가라고 칭하고 싶습니다. 



4. 이번 소설집에 담긴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는 인간의 삶을 모두 녹화하는 ‘라이프로그’라는 기계를 바탕으로 그 기계를 반대하는 아빠와 사용 중인 딸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마치 잘 만든 블랙 미러의 에피소드 중 하나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 편은 기록이 있는 기억과 기록이 없는 기억 사이의 간극을 모녀의 갈등에 대입해 풀어나가는데요. 이 소설에서 가져온 문장들 몇 개를 첨언하며 이번 발췌를 마칩니다. 



5. “기억이란 우리가 살아온 모든 순간을 공평하게 축적해놓은 결과가 아니라, 우리가 애써 선별한 순간들을 조합해 만들어낸 서사이다. 설령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사건들을 경험하더라도 우리가 똑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테드 창, <숨>, 엘리(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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