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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S Magazine Aug 13. 2021

<김이나의 작사법>,
<디자인의 디자인>, <리어왕>

- 8월 2주차 마사지 삼인조의 책 발췌

매주 수요일에는 마사지 삼인조가 읽었던 글 중 구미가 당긴 단락을 공유합니다.

역시 정수는 요약이 아닌 원본에 있습니다. 저희는 그저 사견이라는 이름의 양념을 칠 뿐입니다.






0. 작사가 김이나는 이 책을 통해 ‘가사는 듣고 부르는 글'이라는 나름의 정의를 강조합니다. 결국 음악에 맞춰 가사가 쓰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책의 내용 중 알고 들으면 더 재밌을 것 같은 작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 멜로디가 얼굴이라면 가사는 성격이라고 누군가 말했습니다. 멜로디는 말 그대로 얼굴과도 같아서, 첫 호감을 끌어오는 역할을 합니다. 대중들은 대개 멜로디로 곡을 인지하고, 반복해서 듣다가 그제야 가사에 귀 기울입니다. 남녀관계에서는 상대가 아무리 잘생기고 예뻐도 성격이 별로 좋지 않으면 금방 식고, 외모도 호감인데 알아갈수록 성격까지 좋으면 사랑에 빠지게 되죠. 마찬가지로 가사가 좋으면 곡은 롱런합니다.



2. 작사 테크닉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발음을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가사가 글 자체로 아름답고 가슴을 울려도 첫 호감을 끌어오지 못하면 그 가사는 곱씹어질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3. 예를 들면 발라드는 침이 튀는 발음이 있으면 망합니다. 가사 전달이 부드럽게 귀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멜로디가 부드럽게 오르내리는 발라드곡일수록 발음은 실크처럼 부드러워야 합니다.



4. 댄스곡은 작사가가 테크닉을 많이 써야 하는 장르입니다. 그리고 대중의 칭찬을 너무 의식하면 망합니다. 리듬을 살리고 곡의 흥을 더 끌어올리는 것이 댄스곡을 대하는 가장 중요한 자세입니다. 데모를 듣고 작곡가가 의도한 씹혀주고 흘려주는 발음과 키워드, 찰진 소리 등을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음악은 듣는 사람에게나 감상적인 콘텐츠이지 만드는 사람에게는 수학 같은 일입니다. 멜로디의 음절 수가 달라지면 의도한 밸런스가 깨지지요. 그러므로 작곡가가 만들어놓은 데모의 음절 수를 꼭 지켜야 합니다.



6. 마지막으로 작사가는 음반 업계 시스템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합니다. 나무를 심는 사람이 나무만 알고 숲을 몰라서는 곤란하지요. 물론 예쁜 나무 한 그루를 심고 자기만족을 하고 싶다면야 괜찮겠지만.



김이나, <김이나의 작사법>, 문학동네(2015)








1. 서양의 모더니즘이 일본 문화라는 위장 속으로 섞여 들어올 때마다 ‘그럼 일본적인 것은?’이라는 질문은 일본 근대 디자인 역사 속에 빈번하게 등장했습니다. 서양적인 사물이나 사상에 항상 일본의 오리지널을 대치하려는 성향은 메이지 유신 이래 나타난 일본의 문화적 피해 의식이기도 했죠.. 그러한 상황 속에서 민중의 생활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일상적 공예품에서 일본 제품 디자인의 뿌리를 발견한 ‘민예’ 운동은 하나의 사상으로 발전했고, 서양의 모더니즘에 대치할 수 있는 독자적인 미학이 있었습니다.



2. 즉 갑작스런 ‘계획’이 아니라 생활, 즉 ‘살아 있는 시간의 퇴적’이 필연성에서 비롯된 형태들을 한층 완성시켜 준다는 발상입니다. 전통에서 형태를 발견한다는 것은 전후의 일본 내 미국 문화 유입으로 혼란을 겪는 사회 상황에서 정확한 이해를 얻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3. 디자인은 생활 속에서 태어나는 감수성입니다. 따라서 전후 일본의 생활문화가 그러한 감수성을 키우려면 서양의 생활문화를 흡수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높은 생활 의식이 먼저 성숙했어야 하지만, 경제 발전을 가속시키는 것에만 열중하던 전후 일본의 경제 문화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4. 쉽게 말해 재건을 꿈꾸는 전후 일본의 초점은 “문화가 아니라 일단은 산업"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하라 켄야, <디자인의 디자인>, 안그라픽스(2007)








0. 얼마 전 민음사에서 하는 ‘민음 북클럽’에 가입했습니다. 5만원의 가입비를 내면 다섯 권의 도서와 더불어 간단한 굿즈들을 받을 수 있는데요. 올해 도서 목록 중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이 있기에 호기심에 골라 봤습니다. 



1.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입니다. 그 유명한 4대 비극 중 하나이죠. 나이가 들어 자신의 지위를 세 딸에게 나눠주고 은퇴하는 왕 리어와 그의 세 딸 그리고 주변인들의 이야기입니다. 극은 오만한 왕 리어와 딸들이 겪는 갈등과 비극을 적나라하게 그립니다. 1600년대 쓰인 극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어렴풋이라도 400년 전이라 생각하면 셰익스피어라는 대문호가 세상에 남겼던 충격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2. 저는 원래 문학을 좋아합니다. 대부분의 실용서와 인문학 서적보다 소설에서 더 많은 시대정신을 느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요즘은 일부러 실용서들을 많이 읽었는데 오랜만에 고전 소설을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희곡이지만 더불어 고전문학이니까 틀린 말은 아니겠죠?



3. 흔히들 셰익스피어영문학의 기초를 다진 인물로 간주합니다. 혹자는 영문학 그 자체라 말해도 무방할 것이라 합니다. 사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수없이 들었지만 읽기 전까지는 제대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읽은 후에는 느끼지 못했다는 것만으로 의심한 저를 되돌아보게 되네요. 이게 고전을 읽는 맛이기도 합니다. 처음 <데미안>을 읽고 느낀 불안과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얻은 해방감, <인간중독>의 씁쓸함과 <1984>, <멋진 신세계>가 선사한 상상력, <앵무새 죽이기>에서 느낀 깊은 위로까지 말이죠. 저에게 고전문학들은 이런 즐거움을 선사해 주는 책입니다. 



4. 희곡이고 운율 많이 강조된 글이라 번역본이 주는 감명은 원작보다 적습니다. 번역체로는 조금 억지 같은 문장들이 많을 수밖에 없죠. 책을 읽은 후 본 2018년 영화 <King Lear>를 통해 변억본은 어쩔 수 없이 주기 힘든 그 운율과 대사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은 읽지 않으시더라도 앤서니 홉킨스가 주연한 이 영화는 꼭 한 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셰익스피어의 대단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정말로. 



윌리엄 셰익스피어, <리어왕>, 민음사(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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