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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S Magazine Aug 16. 2021

찢어진 소리가 빚어낸 미래

: 칸예 웨스트가 쏘아 올린 공, 릴 펌을 거쳐 에스파에 전달되기까지




  믹스 엔지니어는 흔히 "Clipping" 되어 찢어진 사운드를 경계합니다. 전통적으로 메탈 음악을 제외한 팝 음악에서 이러한 사운드를 청자들이 불호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죠. 이에 따라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추구해왔고, 그런 사운드는 여전히 좋은 사운드입니다. 하지만 노트북 한 대만 있으면 충분히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오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아마추어의 사운드가 우연히 차트 상위에 랭크되어 자연스레 찢어진 소리가 받아들여진 것인지, 혹은 참신한 사운드를 갈구하는 프로듀서의 노력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생각하는 찢어진 소리의 스토리를 소개합니다.




1. 느슨해진 힙합에 긴장감을 준 남자, 칸예 웨스트와 <Yeezus>



  칸예 웨스트의 <Yeezus> 앨범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힙합의 사운드라기보단 온갖 장르의 자극적인 소스들을 끌어와 여기저기 붙여놓은 콜라주와 같은 느낌이었죠. 디스토션이 강한 보이스 샘플은 매니악한 일렉트로닉 음악에서 느껴지는 무엇이 있었습니다. 기억 속에선 이 앨범으로 기점으로 이전까지 이어져 온, 깔끔한 믹싱을 향한 맹목적 추구는 촌스러워졌던 것 같습니다. 조금 더러워야 멋있는 시대가 온 것이죠.



Kanye West - On Sight   |   "더러운 믹싱"의 대중화




2. 근거 있는 말썽, 릴 펌과 <Gucci Gang>



  릴 펌(Lil Pump)의 <Gucci Gang>은 미국 힙합 시장에 커다란 센세이션을 가지고 왔습니다. 이 파장은 사운드에 초점을 맞춰 살펴야 합니다. 힙합에는 기존에도 Kick 사운드를 더럽게 사용하는 맛이 존재하긴 했지만 <Gucci Gang>은 리미터(Limiter)를 이용해 완벽하게 눌러 찌그러트린 소스를 만들었죠. 그것이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Gucci Gang>이 뜨고 난 후부터 비슷한 스타일의 킥 사운드가 트랩 장르에서 유행했다는 것은 꽤 자명합니다.



Lil Pump - Gucci Gang   |   멍청한 소리가 먹히는 시대




3. 백 마디 설명보다 듣는 게 더 빠른 PC Music, 그리고 하이퍼 팝



  찢어진 소리의 선구자 격 사례로는 2010년대 중반 A. G. Cook이라는 프로듀서를 필두로 여러 일렉트로 뮤지션들이 선보인 "PC Music""하이퍼 팝"이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이 장르의 대표적인 아티스트로는 SOPHIE가 있죠. 이들의 음악은 상기되어 과장된 사운드를 자랑하며, 귀가 아플 정도입니다. 특히 베이스의 디스토션을 자주 활용하는데 이제는 융합과 조화를 거쳐 팝 음악에서도 흔하게 그 "찢긴" 냄새를 맡을 수 있습니다.



SOPHIE - Faceshopping   |   하이퍼 팝 장르의 대표 주자




4. 돌고 돌아 여기까지, 케이팝도 찢겼다



  팝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아온 케이팝 역시 찢어진 소리에 조금씩 물들었습니다. 찢긴 정도는 덜하지만 로제의 <On The Ground> 후렴을 들어보면 묘한 베이스 소리가 우리의 귀를 자극합니다. 잘 먹히는 사운드가 아닌 조금 낯선 사운드가 더욱 매력 있을 때가 있죠.



ROSÉ - On The Ground   |   후렴구의 베이스에 집중!



  에스파의 <Next Level> 인트로는 게임 <Cyberpunk 2077>의 OST를 떠오르게 합니다. 동시에 SM 특유의 감성인 SMP도 함께 버무려져 있죠. SM은 항상 케이팝 음악의 레퍼런스가 되어왔습니다.  미래지향적 음악과거 SM 음악의 융합을 통해 그들이 표현하려는 것은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케이팝이 나아갈 방향의 이정표를 제시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aespa - Next Level   |   SM이 제시한 새로운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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