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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S Magazine Aug 20. 2021

<레비씨, 픽사에 뛰어들다> 외 1권

+ <도쿄의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

마사지 삼인조가 읽었던 글 중 구미가 당긴 단락을 공유합니다.

역시 정수는 요약이 아닌 원본에 있습니다. 저희는 그저 사견이라는 이름의 양념을 칠 뿐입니다.


스티브 잡스를 반박하거나 선호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0. 픽사는 실리콘밸리의 신화를 써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유명한 작품이 너무 많아 손에 꼽기도 어려울 만큼 대단한 팀이죠. 감히 일본에는 손 그림으로 무장한 장인 정신지브리가 있다면 미국에는 최신 기술로 중무장한 픽사가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1. 이 역시 많이 알려진바 픽사는 스티브 잡스의 투자를 통해 전 세계 첫 3D 장편 애니메이션<토이 스토리>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원래 잡스는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아닌 그들이 만든 애니메이션 툴을 보고 투자했으니까요. 잡스에게 픽사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보다는 소프트웨어 회사에 가까웠습니다. 



2. 때문에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려는 픽사는 잡스에게 골칫덩어리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잡스가 변호사 레비씨를 픽사에 영입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토이 스토리의 개봉 직전 몇 년과 그 이후 몇 년간의 이야기가 레비씨의 관점에서 담겨 있습니다. 



일할 때는 무서울 것 같은 레비씨



3. 애플에서 쫓겨나 넥스트를 운영 중인 잡스를 보고 잘나가던 변호사에서 픽사에 들어오게 된 계기부터 그가 자유분방하고 창의적인 픽사 직원들과 다른 느낌으로 그러한 자아가 강한 잡스 사이에서 회사의 성패를 놓고 머리를 맞대던 순간들 그리고 픽사가 거둔 성공들저자의 시점에서 다룹니다. 거물 스티브 잡스를 마냥 칭송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에게 마냥 비판적이지도 않습니다. 또한 일련의 과정에 겪었던 수많은 일을 생각보다 상세하게 구술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회고록이 그렇듯 과정들의 모습이 그려지며 빠르고 속도감 있게 읽힙니다. 



4. 지난번에 소개해 드린 <지브리의 천재들>과 비슷한 느낌이라 할 수 있겠네요. 다만 이 책은 크리에이티브의 영역이 아닌 온전히 경영의 측면에서 다루는 회고록임이 조금 다르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직접적인 금액의 언급까지 서슴지 않습니다. 



5. 이 책의 번역 출판사 클레마지크는 2017년 총 네 권을 책을 출판하고 사라졌습니다. 그들이 펴낸 책 중 사이먼 크리츨리의 <데이비드 보위, 그의 영향>을 읽었었는데, 그 책에서 느꼈던 번역의 아쉬움이 남지 않는 깔끔한 책이었습니다. 픽사의 팬, 잡스의 팬 모두에게 추천해 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로렌스 레비, <레비씨, 픽사에 뛰어들다>, 클레마지크(2017)






-2. 모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공감되는 책이었습니다. 인터뷰이의 답변만큼 인터뷰어의 질문도, 이들의 가치관과 시선 빼놓지 않고요. 일본의 문화와 현대까지 이어지는 영향에 우호적인 사람이긴 합니다만, 일본인 저자의 책들은 자조적인 척, 혹은 자기객관화가 잘 되는 척하면서 도취해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아름다운 "가치들"을 외치며 시대의 요구에 답하지 못하는 현실을 부정하는 뉘앙스를 지닐 때가 있어서요. 그럴 때면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1. 오래된 것에 매몰되어 있는 것은 새로운 것에 매몰된 것만큼 해롭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집착은 부자연스럽고, 오래된 것에 대한 고착은 도태되죠. 양비론이 아니면서 동시에 이러한 입장을 잘 대변해줄 키워드를 모색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그에 대한 대답이 되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인터뷰이인 <헤이든북스>의 대표 하야시타 에이지씨의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공명"은 지금까지도 제게 큰 영향을 미치는 중입니다.


 0. 인터뷰집의 구조를 갖고 있기에 술술 읽히고, 여러 방면의 굵직한 인물들이 바라보는 자신들의 일본이 어느 지점인지도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무엇보다 과거와 현재의 일본에 대한 애정이 고루 느껴지는 저자가 인상 깊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긴 글의 포스트가 올라오면 그냥 넘기고는 하는데, 이분이 올려주시는 글들은 정독하는 편입니다. 혐오나 숭배의 대상이 아닌, 일본으로서의 일본을 느끼실 수 있을 거라 자부합니다. 좋은 면을 다룬 책인 만큼 아름답게 그리는 시선은 감안한다면요.



1. <안도프리미엄> 부편집장 | 와타나베 다이스케


  "무엇이든 살 수 있는 금전적인 여유로움과 좋은 물건을 고르는 안목은 다릅니다. 금전적인 윤택함만으로는 뭔가 부족합니다. 무엇이든지 살 수 있다고 해도 막상 어떤 것이 좋은 것인지 몰라서 고를 수 없는 것도 있어요. 글로벌 명품 브랜드라든가 누구나 알고 있는 로고나 심볼이 있는 제품이 아니더라도 상질의 물건, 즉 높은 품질의 물건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걸 자기 나름대로 골라서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로 만들 수 있다면 그쪽이 더 멋지지 않을까요?"



<MONOCLE>과 함께 언어의 아쉬움을 느끼게 해주는 잡지 <& Premium>




2. <카페 비브멍 디망쉬> 대표, 선곡가 | 호리우치 다카시


  "그때 당시 가게 자체는 한가했지만, 제가 주문이 들어온 드립 커피를 빨리 내리지 못했던 시절이라 각 테이블에 프리페이퍼를 두고, 손님이 주문을 한 후 커피가 나오는 동안 프리페이퍼를 읽도록 했습니다. 그러다 저희 프리페이퍼 스타일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점점 많아졌고, 일부러 프리페이퍼를 받으려고 방문하는 사람들도 늘어났어요. 당시에는 음악을 좋아하는 손님을 만나면 프리페이퍼에 추천 음악을 부탁드리기도 했고요."






3. 독립 큐레이터 | 이이다 다카요


  "도쿄에는 어마어마한 정보와 사람들이 있잖아요. 도쿄에 살고 있으면 정보의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물론 넓은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서핑하는 일은 즐겁지만 여기서 깊게 잠수하는 것은 좀처럼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도쿄에서는 깊은 사상이랄까 깊은 사고방식으로 뿌리내린 정보를 찾는 일은 의외로 어려운 것 같거든요."




4. <헤이든북스> 대표, 콘텐츠 에디터 | 하야시타 에이지


  "저는 하나의 장소를 만들고 오픈하는 것이 오너 자신의 특정한 미의식을 보여주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너의 취향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정도로 남겨두고, 대신 그 분위기에 관심을 가질만한 분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흥미롭게 해드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기분 좋게 대접해드릴 수 있을까?’를 찾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손님을 거울삼아 헤이든북스 공간의 분위기를 유연하게 바꿔가면서, ‘현재’라는 시대와 잘 공명하는 것이 저의 목표였습니다."


  "다소 추상적인 표현이지만 ‘고유의 특색이 있고, 긴장감이 있으면서도 조용한, 하지만 자유롭게 참가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의식하며 운영을 했습니다."


  "생활하는 방식을 멋지게 포장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뽐내지 않아도 되고요. 주변에 영향을 받거나 감화되어서 무리하게 충실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취향의 라이프스타일이란 자기 자신을 직시하는 것이지 일부러 찾아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힘든 현실(어려워진 안정적인 수입과 고용) 가운데, 스스로 행복해지고 싶다는 욕구가 굉장히 강해져서 무리하게 ‘난 괜찮아, 행복하다고!’ 라고 표현하는 분위기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하지만 그건 역시 일종의 ‘강제’가 아닐까 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요."


"최근에는 과거와 달리 집단적인 행동이라든가 집단의 일원이 되는 것에 의해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각 개인의 입장에서는 ‘행복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기분을 고조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같은 것이 하나의 강박관념으로 되어버린 시대인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경향이 있기 때문에 ‘동경하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키워드를 자주 보고 듣게 되는 것 같아요."





도쿄다반사, <도쿄의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 컴인(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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