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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S Magazine Aug 24. 2021

네이버 웹툰, 이대로 괜찮은가?

: 웹 소설 게임 판타지 점령, 이대로 괜찮다. 아직은.



  웹툰 즐겨 보시나요? 저는 과거에 즐겨보다가 OTT 서비스에 대부분의 잉여 시간을 할애하게 되면서 멀어졌습니다. 콘텐츠의 형태와 관계없이 주로 무협이나 스페이스 오페라, 스릴러, 액션 판타지 등 머리를 비우고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웹툰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소비하니, 무겁고 진중한 이야기를 피하게 되네요. 그래서 네이버 웹툰에 쿠키가 없던 시절 <비흔>, <덴마>, <헬퍼> 시즌 1 등을 즐겨 봤습니다. <여중생A>나 <구름의 이동속도>, <아이들의 권 선생님> 같은 예외들도 있지만요.




1. 그래서 지금 보는 웹툰은?


  아무튼 모처럼 들어간 네이버 웹툰은 겉모습은 비슷해 보였으나 속은 달랐습니다. 우선 제가 보고 있는 웹툰은 다음과 같습니다.





  리스트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들 중 작품성이 기억에 남는 "명작" 웹툰은 극소수입니다. <앵무살수>의 경우 흑백의 작화 스타일, 무협이라는 장르 덕분에 멋진 아우라를 풍기지만 전통적인 무협 만화와 크게 다르다는 인상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신도림>은 그림도 좋아하는 스타일이고, 지금은 네이버 웹툰에서 찾아보기 힘든 나름 성장형 소년만화이기에 애착이 갑니다. <광장>은 종종 연출이 적나라해 유치해 보일 때도 있지만 묵직한 맛을 꾸준히 유지하는 작품입니다. <무사만리행>은 게임 판타지로 가득 찬 네이버 웹툰의 한 줄기 빛으로, (구) 네이버 웹툰이 떠오르는 작품이었습니다. <덴큐>는 <덴마>의 2차 창작물이 정식으로 연재를 시작하게 된 사례인데, 이건 작품이 좀 더 진행된 후 나중에 이야기하려 합니다.




2. 인생 2회차가 시작입니다


  따로 언급하지 않은 다른 웹툰들은 시대나 배경으로 구분하지 않고서야 무슨 웹툰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전부 주인공이 세계관 최강자입니다. 제가 그러하였듯 대중이 웹툰에 큰 것을 바라지 않으니 주인공의 성장을 인내할 이유도 사라졌고, 주인공을 시작부터 강한 전사로 설정한 작품은 압도적인 힘을 활용한 "사이다 씬"으로 넘쳐납니다.



  주인공이 말도 안 되게 강한 것은 말 그대로 말이 안 되니, 설득력을 올리고자 우리에게 익숙한 게임의 형태를 차용합니다. 주인공은 이미 인생 2회차입니다. 1회차에서 부단한 노력 끝에 최강자가 되었으나 허무한 형태의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고, 이를 만회하고자 누군가의 개입으로 주어진 2회차의 기회를 잡습니다. 보편적인 만화가 1회차의 내용을 다뤄왔다면 요즘 웹툰은 1회차를 1회 만에 끝낸 후 2회차 삶을 진행시키는 것이죠. 당연히 주인공은 모든 상황에서 침착합니다. 다 아는 장면들이니까요. 너무 쉽게 앞으로 나아가면 재미가 없겠죠. 2회차의 비틀림 덕분에 생긴 변수들은 줄거리에 긴장감을 얹습니다.



이제는, 영화로  |  손에 꼽게 재밌었던 <전지적 독자시점>



  정신과 기억은 유지한 채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의 무력은 압도적입니다. 적응이 덜 된 신체 덕분에 삐걱거리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만 금방 강한 무력을 체화합니다. 공통적으로 문제를 겪는 것이 마력입니다. 무력은 현실 세계에서도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으나 마력은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작품 내에서는 재능의 영역에 속하니까요. 마나로 인한 성장 제동은 오래전부터 흔한 클리쉐입니다. 마력이 0인 주인공, 알고 보니 어마무시한 마력이 봉인되었다거나 혹은 마력이 없는 것이 오히려 강점이 되어 이를 극복한다는 식으로요.



  이외에도 공통적인 설정들이 있습니다. 게임이 된 현실, 현실이 된 게임이 배경이니 나의 상태를 정확하게 짚어주는 "상태" 창, 명확하게 주어진 과제와 해야 할 일을 보여주는 "퀘스트" 창, 또 그에 따른 확실한 보상까지. 히든 스테이지나 보스는 덤입니다. 공식을 위해 존재하는 작은 예외라고 할까요. 주인공의 과거 적응을 돕기 위한 시스템의 도움도 자주 눈에 띕니다. 세상에 모호한 일들이 많아지니 이런 곳에서라도 정확, 명확, 확실한 기분을 느끼고 싶습니다.




3. 작품이 아닌 콘텐츠, 이대로 괜찮은가?


  댓글을 보다가 이런 장르를 "게임 판타지"로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웹툰에서 유행하기 이전 웹 소설에서 큰 인기를 누린 장르라는 것도요. 웹 소설이 IP 산업의 중요한 부분으로 대두되면서 그러한 웹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웹툰 또한 많아졌기에 자연스러운 수순이었겠습니다. 정말 단순한 스토리에 용병, 탈출 혹은 구출, 도심 총격 전투 등이 섞인 팝콘 무비보다 지독한 "넷플릭스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넷플릭스 영화는 창작자의 메시지와 의도로 꾹꾹 담긴 영화가 아닌, 시장의 흥행 공식에 최적화되어 제작된 동영상 콘텐츠 같다는 느낌을 늘 받습니다. 웹툰을 다시 보기 시작하면서도 비슷했습니다. 그림/스토리 작가보다 편집자, 혹은 시장에 익숙한 사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된 것 같아요. 어쩌면 시장의 논리가 체화된 창작자들만 살아남는 세상이 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네 손가락을 엿 먹이는 중지는 언제 등장할까



  결과적으로 저는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시장은 대부분의 경우 옳다는 생각에도 변함은 없습니다. 다만 천편일률은 싫어요. 살아남는 다양성은 "선택받은" 소수가 지킨 것이 아닌, '그게 그것 같아진 시장'에서 다음 타겟으로 선택되는 것 아닐까요. 아직까지는 괜찮습니다. 아직은요. 그럼 다음 화가 공개될 자정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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