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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soozin Jun 14. 2017

다시 돌아 원점

뱅글뱅글 원점으로 돌아왔는데 이렇게 기쁠 줄이야!



있잖아. 너에게만 하는 이야기지만 실은 힘들었어. 신경 안쓴다고 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여전히 남아있더라구. 내가 지금 내린 선택을 미워하거나 후회하거나 비난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머리 속에 가득 들어차서 힘들었어. 내가 싫어했던 세상의 기준을 내가 그대로 나 자신에게 요구하고 있었어.



앓을만큼 떠나고 싶었던 여행이 되려 나를 힘들게 만들고 있었어. '내가 원하는 걸 선택하는 거야', 자신 만만한 척 했지만 실은 겁이 났던 거지. 패배자를 내 손으로 직접 선택하는 일일까봐 "정답"을 알고 싶었어. 이왕이면 "성공"하고 싶고 "인정"도 받고 싶어서 나를 몰아부치고 있었어.



한국 사회는 잘 닦인 고속도로 같아. 일단 톨게이트를 통과했으면 열심히 달려야해. 유턴을 할 수도 없고 출구가 나오기 전까진 목적지를 바꿀 수도 없어. 다 같이 열심히 일정 속도를 유지하면서 달려야 하는 사회인거야. 나도 불과 얼마 전까진 고속도로에서 열심히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달렸는데 지금은 어떠냐고? 비상 탈출구로 간신히 몸만 빠져 나온 기분이야. 자유롭고 불안해. 세상 사람들은 다 하지 말라고 해. 그런데 나는 내 감만 믿고 결국은 그 문을 열고 나왔어. 나 옳은 결정을 한 거 맞지?



"내"가 "내 길"을 만들어 간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그 시간 동안, 나는 '요리사'가 되기도 했고 '여행가'가 되기도 했고 '요가선생님'이 되기도 했어. 하나의 직업을 잡아야 한다고 스스로가 압박하고 있었거든. 그 뿐만이 아냐. 이 여행을 통해서 뭔가를 배워야 해. 이 여행이 끝날 때 쯤엔 뭔가를 남겨야 해. 내 목표를 이뤘으니 완벽해야해. 라고 다시 나를 고속도로 위에 올려놓고 싶어 했어. 



그런데 나 다시 괜찮아 졌어.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거야. 뭔가를 남기기 위한 여행을 떠나지 않기로 마음 먹었거든. 내가 하고 싶은 여행을 내 발길 닿는 대로 떠나기로 마음 굳혔어. 내 돈 벌어서 떠나는 여행인데 내가 하고 싶은 것만 다 해도 옳은 선택이라 믿기로 한 거야. 세상일이 그렇잖아? 내가 맞다고 믿으면 맞는 거야. 여기까지 돌아오는데 긴 시간이 걸렸어. 하지만 나는 나라서, 다시 내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 겨우 원점으로 돌아왔는데 이렇게 기쁠 줄이야. 



내가 이 여행에서 바라는 것들은 이런거야. 세계 구석구석의 골목들에 익숙해지고, 길에서 음료를 파는 아줌마랑 눈인사를 나누고, 맛있는 아침을 파는 동네 식당을 발견하고, 언제건 다시 찾을 수 있는 내 고향들을 잔뜩 만들어 두는 것. 뭐랄까 좀 더 지구인이 되고 싶은 거랄까. 내가 태어난 이 아름다운 지구를 한번쯤 맘껏 누려보고 싶어. 



여행 후에 내가 만약 '로마'라는 도시를 들으면 유적지 대신에 왁자지껄하게 파티를 열었던 안토니오와 줄리의 하우스파티를 떠올리게 될거야. 아침 산책길에 비가 내려 축축했던 도로나 길을 잃고 만났던 작은 하얀 강아지 같은 것들이 떠오를 거야. 유명한 것, 대단한 것, 남들 다 가는 곳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고 내 것으로 만들어 둘거야. 


실감이 안났어. 내가 벌이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최대한 결정을 미뤄놓고 싶었어. 그렇게 흔들려 하면서도 결국은 나를 위한 선택을 한 내가 자랑스러워. 내가 나한테 뽀뽀를 쪽- 해주고 싶다니까. 


뱅글뱅글 돌아서 다시 원점. 나 다운 내가 되기로 한 오늘. 서울의 날씨가 너무나 좋다. 며칠 차갑게 불던 바람이 다시 따뜻하게 살랑이고 있어. 응. 봄-여름-가을-겨울. 다시 봄이 오고 다시 겨울이 와. 매서운 겨울이 지나도 봄은 언제나 다시 오니까. 그때 까지 살아남으면 돼.


나는 진정한 자유를 맛볼 거야. 육즙 좔좔 흐르는 돈 맛 대신, 더 달콤하고 뿌듯한 자유를 한입 크게 베어서 과즙을 뚝뚝 흘리면서 맛있게 먹을거야. 그럴거야. 그럴 거라고!



자기 개발 따위 다 쓸데 없는 딸딸이 일 뿐이야.
싸워봐야 니가 어떤 놈인지 알 수 있다고.
널 파괴 시킴으로써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어.
모든 걸 잃어봐야만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파이트 클럽>



일단은 고속도로에서 벗어났으니 야생길로 달려보자. 

"반항아가 되라" 며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그랬어. 


You have to be a brat in order to carve out your parameters, and you have to be a monster to anyone who gets in your way. But sometimes it's difficult to know when that's necessary and when you're just being a baby, throwing your rattle from the cage.


여러분의 기준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버르장머리없는 놈이 되야 한다. 당신을 방해하는 사람한테는 괴물이 되야 한다. 하지만 가끔은 언제 그런 게 필요한지, 언제 순순히 아기가 되서 꼬리를 우리 밖으로 내놓을지 알기가 어렵다. 



어때? 나는 지금이 그 때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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