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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보퓨레 Mar 03. 2021

전람회 ST[팀랩: 라이프]RY

가장 무서운 사람은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이래


팀랩: 라이프(teamLab: LIFE)
2020.09.25~2021.04.04 @ddp_seoul

불과 몇 해 전이었던 것 같다.
친구의 결혼식을 마친 후 오랜만에 만났던 중학교 동창 녀석과 전람회에 갔던 것 말이다.

르누아르와 관련된 전시였었지.
유럽을 누비며 그림 꽤나 보고 다녔었던 친구는 빔 프로젝터가 쏘아대는 것은 예술이 아니라 하였다.

그는 백남준을 사랑했었다.
미디어 아트의 핵심은 부(富)에 있다며, 백남준이 당시 브라운관 수십 개를 쌓아 올리는 그 자체가 예술이라고.

하지만 당시는 그랬었다.
대충 허섭스레기 같은 것으로 채워놓고 사진이나 찍으라는 꼴이 다소 혐오스럽기도 했었으니.

시간이 흘러 그것 또한 무르익었다.
d'strict가 보여준 커다란 파도가 공감각을 앗아갔다 이내 돌려줬다. 멋진 경험이었다.

솔직히 관심이 없었다.
그냥 또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걸음이 닿게 되었고 이내 눌러앉아버렸다. 그리되었다.

단방향과 쌍방향의 차이는.
짝사랑하던 이성과 운명적으로 이어지는, 그런 정도의 어려움이겠지. 인터랙티브라니.

자연히 흘러가듯 기다려야 했다.
동물들을 이루는 꽃이 해바라기가 될 때까지. 나비 떼가 전시장 밖으로 날아가 돌아올 때까지.

하나도 몰라도 알 것만 같았다.
경지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어떤 시간들을 보냈을지. 덕분에 잔잔히 흐르는 바다, 그 안의 깊은 요동을 즐길 수 있었다.



미디어 아트 전시에 대한 선입견이 있던 저였습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작품을 재현하고 입장권을 파는, 굉장히 상업적인 채널이라고 생각했죠. 2020년 미디어 아트그룹 d'strict(디스트릭트)의 파도가 이는 작품들을 보고 저의 미련한 선입견에 대해 반성했던 기억이 납니다. 모든 예술은 발전하는데, 저의 시선은 끈적한 유화물감에만 머물러 있었던 것이지요.


오늘의 주인공 teamLab(팀랩)은 보다 진지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전시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계절이 바뀌고 꽃이 피고 지는 또 다른 세계에 머물며, 빛이 주는 신비를 얼마나 즐겼는지 모릅니다. 이번 전시는 저에게 감상보다 더 큰 교훈을 줍니다. 모든 것은 어제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있다고. 비록 그 일렁임이 미미할지라도 수면 아래에서는 엄청난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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