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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12. 2022
벚꽃과 개나리가 전부는 아니에요
봄나들이에 더하면 좋을 그림비의 팬지 꽃
윤중로가 삼 년 만에 개방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지긋지긋한 코로나도 한풀 꺾였는지 주변에서 주말에 어디로 꽃 구경을 갈 거냐는 질문도 자주 받았다. 어디가 좋을까? 여의도나 석촌호수를 잠시 떠올려보다가 이내 남산을 가기로 한다. 남산 돈가스 거리를 지나 골목길로 들어가면 아주 작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소문을 들어서다. 돈가스와 작은 전시회라. 어딘가 어색하면서도 힙스러움이 느껴지는 건 나뿐인 건가.
일주일에 두어 번씩 남산 둘레를 크게 돌며 달리곤 한다. 남산의 봄도 여러 번 겪었지만 매번 밤이 깊은 시간에 달린 탓에 달빛이 스며든 눈 시린 하얀 벚꽃만이 기억에 남아 있다. 오늘만큼은 햇살 아래 꽃들이 제 본연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익숙한 선을 걸었고, 동시에 생경한 색을 걸었다. 어릴 적엔 부모님께서 계절이 지날 때마다 그때의 공기를 느낄 수 있도록 우리 형제를 부지런히 데리고 다니시는 것이 과하게만 느껴졌었다. 한 살, 두 살 나이가 적립됨에 따라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하는 행동임을 깨닫는다. 매번 같은 것도 다르게 느끼는 능력, 혹은 노력과 같은 것들.
팬지(pansy)는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이다. 거리의 화단에서, 신호등 앞에서 조용히 봄소식을 전한다. 벚꽃이나 개나리처럼 주목받지는 않지만 추위에 강한 덕에 누구보다도 먼저 우리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그리고 속삭인다 '나를 생각해 주세요.' 내가 생각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들이 있음에 흠칫 놀란다. 봄은 언제부터 벚꽃만의 계절이었을까. 올해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잠시 생각해 본다. 많겠지만, 그리 많지도 않다. 따스한 햇살이 손등 위를 그저 조용히 비춘다.
#나를생각해주세요는팬지의꽃말
Very Pansy Days
2022.04.01~05.15
갤러리 아투고(서울시 중구 퇴계로20길 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