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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보퓨레 Sep 02. 2023

문화란 원래 비싼 겁니다?

[알폰스 무하 이모션 인 서울  展]

알폰스 무하 이모션 인 서울 展  ⓒ 2023. 아보퓨레. All rights reserved.


최근 한국 영화산업이 위기라는 기사를 읽었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해외 영화들로 인해 한국 영화가 박스오피스에 설자리를 잃어간다는 것이다. 이 무슨 배우 문소리 씨가 스크린쿼터제 반대를 목놓아 외치던 시절 이야긴가 싶었는데, 우려와 달리 주장에 대한 근거는 꽤나 설득력이 있었다. 코로나 이후 CGV를 필두로 이익을 회복하기 위해 티켓값을 무리하게 올렸다는 것. 코로나 이전 만원 이하로도 관람할 수 있던 영화 콘텐츠가 현재는 기본 만 오천 원, 아이맥스라도 보게 되면 이 원으로 치솟게 된 것이다. 


알폰스 무하 이모션 인 서울 展  ⓒ 2023. 아보퓨레. All rights reserved.


과거엔 주변에 이런 친구들이 많았다. 할 일 없으면 그냥 극장 가서 영화 보는 친구들. 가격 부담이 적었기에 그들은 온갖 영화를 섭렵했었다. 한국 영화, 인도 영화, 스릴러, 멜로 등 국적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문화를 포식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2023년. 그들은 영화 한 편을 고르는데 상당한 집중력을 투여한다. 영화 한 편이면 뜨끈한 국밥이.... 자연스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만 손이 가게 된다. 봉준호와 박찬욱의 그것이 아닌, 그래픽이나 연출이 떨어지는 대다수의 한국 상업 영화는 조금 기다렸다 넷플릭스로 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알폰스 무하 이모션 인 서울 展  ⓒ 2023. 아보퓨레. All rights reserved.


미술계에서 대중들이 갖는 높은 문턱을 낮추기 위한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대림미술관을 주도로 내부 사진 촬영이 허가되는 문화가 퍼졌고, 프린트 베이커리는 접근 가능한 예술을 판매하며, 신세계 백화점은 매장 사이의 공간마다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너도나도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도 한 장 찍어서 SNS에도 올려보고, 그림을 사지 않더라도 약속 시간 전 근처 갤러리에 들러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알폰스 무하 이모션 인 서울 展  ⓒ 2023. 아보퓨레. All rights reserved.


동시에 콧대 높은 미술계의 곤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거리 두기가 종료된 현시점에도 극소수의 인원만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는 갤러리. 미술관 내 자유 동선 관람이 안된다며 한번 지나친 길은 돌아갈 수 없다고 제지하는 미술관. 그리고 티켓값을 터무니없이 높게 올려버린 전시 기획사들.


알폰스 무하 이모션 인 서울 展  ⓒ 2023. 아보퓨레. All rights reserved.


국내 전시 시장이 성숙해감에 따라 우리는 굳이 해외로 가지 않더라도 유명 작가들을 여러 차례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알폰스 무하, 장 줄리앙, 맥스 달튼 등이 여러 차례 국내에 소개됐고 반복해서 소비됐다. 매번의 전시는 개개인에게 데이터화되 비교되고 분석되며 비평된다.


알폰스 무하 이모션 인 서울 展  ⓒ 2023. 아보퓨레. All rights reserved.


개인적으로 학동 사거리에 있는 모 현대미술관의 전시는 가지 않는다. 성의 없는 가벽, 전혀 신경 쓰지 않는듯한 조명으로 인한 빛과 작품의 부조응, 부실한 콘텐츠와 전무후무한 편의시설. 이만 오천 원에 육박하는 티켓 가격은 화룡점정을 찍는다. 이만하면 금 티켓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알폰스 무하 이모션 인 서울 展  ⓒ 2023. 아보퓨레. All rights reserved.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만 만들면 쉬이 대박이 나던 시절을 생각하고 있는 기획자가 있다면 아마 그는 과거에 살고 있거나 대중을 매우 무시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결정해야 한다. 퀄리티를 배로 높이거나, 티켓 가격을 반으로 낮추거나. 문화는 원래 비싸다는 생각은 이제 저 멀 한강물에 던져버릴 것을 감히 명한다.


알폰스 무하 이모션 인 서울 展  ⓒ 2023. 아보퓨레. All rights reserved.


알폰스 무하가 사랑받는 이유는 시대를 앞서간 디자인과 그림체, 사이즈에 대한 과감한 도전, 그리고 크리스마스에도 일할 정도로 근면했던 성실함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포스터 화가, 즉 상업 작가로서 대중들이 길거리에서 즐길 수 있는 아름다움을 선사했다는 것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그린 한 자전거 포스터가 떠오른다. 자전거 광고에 자전거는 잘 보이지 않고, 아름다운 여성의 선과 분위기가 매혹적으로 그려졌다. 거리에서 매혹을 선사한 그 자전거는 과연 잘 을까? 결과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알폰스 무하 이모션 인 서울 展
2023.07.22-10.30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유료전시(예약 불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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