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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보퓨레 Sep 02. 2023

다음엔 어떤 신발이냐고요?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 展]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 © 2023. 아보퓨레. All rights reserved.

'스니커즈 트렌드 예측', '다음으로 뜰 신발은 OO입니다.' 위와 같은 문구가 익숙하다면, 당신은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수많은 유튜버들이 너도나도 다음 유행할 신발 브랜드나 모델을 추천하는 상황에서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그들을 맹신하고 마음 편하게 따라갈 수도 있고,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묵묵히 외로운 길을 갈 수도 있겠다.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 © 2023. 아보퓨레. All rights reserved.


참고하면 좋을 이야기가 있다. 스니커즈는 기능을 위해 태어났고 기능에 힘입어 성장해 왔다. 저 먼 옛날 19세기로 돌아가면 신사들은 평상시 가죽 밑창이 달린 구두를 신고, 야외활동을 할 때는 굽이 무거운 부츠를 신었다. 지금이야 고무로 된 밑창으로 만든 구두도 나오고, 부츠도 말도 안 되게 가벼워졌지만 과거엔 불편함마저도 하나의 복식이었다. 시간이 흘러 철도 등 교통이 발달하고 여가와 여행에 대한 관심도가 늘면서 자연스레 가볍고 편안한 신발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그렇게 얇은 고무창을 덧댄 가벼운 신발인 스니커즈가 탄생했다.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 © 2023. 아보퓨레. All rights reserved.


스니커즈는 출생 역사에 따라 Sand shoe, 국가에 따라 Trainer라고도 불리는 등 다양한 종류의 신발을 아우르고 있다. 살금살금 걷는 사람을 뜻하는 sneaker에서 따온 이름인 만큼, 고무로 만든 아웃솔(밑창)을 기반으로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신발이라는 개념이 중심이 된다. 스니커즈의 탄생은 우리의 삶 속에 살금살금 다가왔지만 그 발전 양상은 굉장히 화려하게 시끌벅적했다.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 © 2023. 아보퓨레. All rights reserved.


기능으로 태어난 DNA덕분인지 스니커즈는 스포츠라는 전문적인 필드에서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친다. 농구, 테니스, 러닝 등 종목별로 필요한 기능이 발전된 형태의 운동화가 탄생했고, 일반인들도 선수들이 만끽하는 기능성을 체험하기 위해 해당 운동화의 오리지널 모델을 구매하거나, 조금 더 보편적인 형태로 다듬어진 스니커즈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즐겨 신는 컨버스의 척테일러, 리복의 펌프 퓨리, 나이키의 에어포스가 사실은 농구화였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흥미로운 정보일 것이다.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 © 2023. 아보퓨레. All rights reserved.


현시점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살로몬의 XT-6나 아식스의 젤카야노와 같은 신발은 각각 트레일러닝화와 러닝화(안정화) 영역에서 기능적으로 오랜 기간 인정받아온 신발들이다. 2013년과 1993년. 우리는 기능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그들의 디자인을, 때로는 그 역사를 소비하기도 한다. 우리는 스스로도 모르게 근본 있는 선택을 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 © 2023. 아보퓨레. All rights reserved.

다음으로 유행할 스니커즈는 무엇일까? 점괘 보듯 맞출 수는 없지만 백패킹과 농구, 그리고 러닝을 즐기는 나로서는 수많은 브랜드의 기능성을 자랑하는 모델들이 떠오른다. 다만 살로몬이 2015년 전후 국내에 전개됐을 때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것처럼 시기는 장담할 수 없기에, 나중에 그들이 핫해졌을 때가 돼서야 '내가 그럴 줄 알았어'라며 거들먹거리지 않을까.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 展
2023.05.31-09.10
세종문화회관 미술관(광화문역)
유료전시(예약  불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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