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에 대하여

by 꿈그린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작은 나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내가 아주 훌륭한 사람이 될 줄 알았다.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걸 극복하고 나는 당당히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고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물질적으로도 풍요롭게 살리라.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우며 행복하고 여유롭게 사는 사람이 나 일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먼 훗날, 그 어느 날에는 나는 그런 존재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상을 높게 가지는 나는 이상주의자다.


어느덧 나에게 노화라는 친구가 찾아왔다. 이제 너는 예전의 몸으로 세상을 마주 할 수 없다고 조금씩 속삭인다. 지금은 뜨문뜨문 느끼지만 시나브로 그 친구는 나와 한 몸이 된 듯 늘 함께 하겠지. 지금과는 다른 내가 될 거라고 굳게 믿었던 나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너는 지금처럼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살다가 죽을 수도 있어라고.


늙어감을 어떻게 느끼냐고?


첫째,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핸드폰의 작은 글씨들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핸드폰이 생각났다. 촌스럽게 큰 글씨의 핸드폰을 보며 이게 뭐야라고 웃었더랬지. 작은 글씨들이 잘 안 보이지만 아직 글씨를 키우고 싶지는 않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눈에 기름이 낀 듯 흐릿하게 보이기도 한다. 침침하다는 게 이런 걸까?


둘째, 머리 회전이 잘 되지 않는다. 단어나 숫자를 기억하는 게 많이 힘들고. 단어를 떠올리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거나 실패한다. 차번호를 쓸 때 예전 내 차번호를 쓰다가 깜짝 놀라 내 차 번호가 뭐던가를 곰곰이 생각했다. 지금 차번호는 기억도 안 나면서 예전 차 번호가 떠오르다니. 여행을 할 때 지명이나 식당이름 호텔 이름등을 암기하는 게 어렵다. 꼭 필기해 두어야 한다. 머리의 용량이 현저히 떨어진 것 같다.


셋째, 주름이 생기고, 피부는 탄력을 읽어간다. 옆으로 자는 나는 자고 나면 팔자주름이 더 선명해진다. 낮 시간에 얼굴에 베개자국이 남아 있음을 깨닫고 놀란다. 고민을 안고 잠이 든 날은 미간에 주름이 더 깊어진다. 나에게 주름이 이제 정착을 하려나보다.


요즘 나는 내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 이제 40대인데... 왜 노화는 이렇게 빨리 오는 걸까?


나이 듦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핸드폰 사용시간을 줄이고,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해서 두뇌를 최대한 풀 가동해야겠다. 또 많이 웃고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지. 운동도 필수!


젊어질 순 없지만 천천히 늙어야 할 텐데


얼마 전 노인과 바다를 읽었다. 노인은 홀로 바다에 나가 낚시를 하다 엄청나게 큰 물고기를 잡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노인의 힘센 오른팔과 상대적으로 약한 왼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노인은 왼팔을 친구라고 이야기한다. 친구. 내 팔은 내가 아닌 나의 친구. 나와는 좀 거리가 있는 존재로 내 신체를 인지하는 노인의 모습. 신체의 장애나 노화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바라보듯이 조금은 담담히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렇게 슬퍼하지도 절망할 필요도 없겠지.


노화는 내 몸을 망가뜨릴 수는 있지만 나라는 사람 자체를 파괴할 수는 없다. 나는 육체로만 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가 올챙이를 한 마리 받아왔다. 올챙이는 작고 귀여웠다. 뒷다리가 나오고 앞다리가 나오고 꼬리가 짧아지는 그 시기는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왔다. 그러던 어느 날 개구리가 죽었다. 너무나 귀엽던 개구리는 아무것도 아닌 작은 풀잎 조각처럼 그렇게 죽었다. 마치 살아 있지 않던 것처럼


살아있던 개구리의 영혼은 어디로 갔을까? 우리도 언젠가는 죽겠지.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살지만 말이다.

벌써 인생의 반은 왔는데. 시간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시간을 받아들이는 나의 자세가 다르기 때문은 아닐까? 어린 시절 나에게 시간은 너무나 소중한 것이었지만 지금의 나에게 시간은 소모해야 하는 하나의 소모품 중 하나인듯하다.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더라도 그저 하루를 잘 보내는 것만으로도 난 존재의 가치가 있다. 그렇게 믿고 싶다. 무엇이 되지 않아도 난 그대로 소중하다고, 나에게 수없이 많이 실망하고 좌절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소중하고 반짝인다고 그렇게 믿고 싶다. 죽는 날까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엄마가 잘못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