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씻겠다는 아이를 억지로 안고 화장실에 들어가 양치를 시키던 중이었다.
"우주 최강 미모! "
"뭔 소리야?"
"엄마는 우주 최강 미모를 가지고 있다고."
짜증으로 한껏 주름졌던 미간이 한 번에 펴졌다.
"엄마는 정말 예뻐."
거울 속의 내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이렇게 좋아할 일인가? 예쁘다는 말을 들으면 행복하다. 말을 듣는 순간 예뻐지는 느낌이다. 아이가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도 있었는데
"난 엄마처럼 되고 싶어."
"왜?"
"엄마는 예쁘니깐."
함박웃음이 지어졌다. 생각지도 못했던 딸아이의 칭찬에 세상을 얻은 기분이다. 점점 늙고 초라해지고 있다고 생각했지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마흔이 다 되어 낳은 딸에게 늙은 엄마라 부끄러울까 봐 걱정도 많이 했었지. 딸아이의 말에 온갖 근심들이 다 사라지고 세상은 환해진다.
[ 다시 누군가 사랑할 수 있을까. 예쁘다는 말 들을 수 있을까. 하루 단 하루만 기회가 온다면 죽을힘을 다해 빛나리 ]
얼마 전 <나는 솔로> 28기 돌싱 편을 보다가 알게 된 아이유 노래 <드라마> 가사다. 남편과 결혼해 아이 둘을 낳고 살다가 이혼하고 재혼을 꿈꾸며 짝짓기 프로그램을 찾은 영숙이가 자기소개시간에 부른 노래였다.
맞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다 보니 더 이상 남편과의 사랑고백은 없다. 예쁘다는 말도 들을 수 없다. 그런데 가끔 그 이야기를 아이가 해준다. 그 또한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사랑받고 예쁘게 여겨지는 그런 느낌들이 이제 남편이 아니라 아이를 통해 느껴진다. 정말 다행이다. 나에게 이런 딸이 있어서. 더 이상 설레는 연애의 감정은 사라졌지만 예쁘고 귀여운 아이에게 사랑고백도 받고 나도 맘껏 사랑할 수 있으니 나이가 들어도, 사랑은 계속되는구나. 예뻐해 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