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첫 번째 이야기, “이런 게 있었어”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시내랑 인접한 곳에 헤글리파크, 에이본강..
도시명 그대로 너무나 아름답고, 신의 축복이 가득한 정말로 평화로운 곳이다.
이곳에서 식이는 6년째 피시방 운영하면서 , PC 수리와 작은 유학원을 했다.
행동이 좀 굼뜨고 느리지만, 워낙 성실하고, 친절함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장된 사람이다.
그런데, 손님을 맞이하는 다른 시각에서 보면 참 멍청한 사람 같기도 하다.
여기는 외국인데 , 요금제라는 것이 확실히 정해져 있어서 그런 것에 대하여
어떠한 불평을 하는 사람도 없을 텐데.
정해진 대로 받으면 되는데, 그런 것을 너무 상대방 입장만 생각해서 매사에 대처하다 보니 ,
장사를 하는 사람인지 그냥 남을 위해서 베풀며 살려고 이런 비즈니스를 하는 것인지…
착하기는 하나 , 참 답답한 인간이다.
우유부단! 이 사람한테 딱 맞는 말이다.
이십 년 전에는 세상에 인터넷이라는 신세계가 지금 같지 않아서, 조금 더 빠름을 원하고자 하는 사람은
피시방에 가던 시대였다.
스타크래프트, 포트리스 같은 것을 하러… 정액제도 있었던 것 같다. 한국에는…
외국도 마찬가지다. 한국보다 인터넷 환경은 더더욱 열악하기에 많은 사람들, 특히 여행객들이 많이들
식이네 피시방으로 찾아왔다.
요금제는 매 20분 단위로 1달러! 그 당시에는 상당히 파격적인 요금제였었다.
당연히 25분이면 2불을 내야 하는데, 친절만이 전부이고 남입장만 너무 생각하는 그는
2불 받기가 미안해서 이렇게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
“1불 50센트만 주세요”
이건 아닌데… 그런 사람이었다. 어찌 보면 초 과잉 친절을 베푸는 요즘 같은 자본주의 시대랑은
워낙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 그랬던 것 같다.
친절함은 그를 따라올 사람이 세상 어디라도 있으려나…라고 생각할 정도니…
16년 전에 식이네 피시방에 한국에서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던 요리사들이 자주 방문하였다.
아마도 근처에서 플랫(자취) 같은 것을 했던 것 같다.
총 세명이었는데, 한 명은 헤드셰프로 이곳에 취업이 되었고, 다른 한 명은 다른 업장에서의 중간급 셰프,
나머지 한 명은 이제 막 요리학과를 졸업한 사회 초년생이었다.
막내 셰프는 어느 호텔에서 일을 경험하려고 왔다고 했다.
그중에 헤드셰프로 고용된 친구는 식이와 거의 비슷한 나이였다.
그의 영어이름은 “올리버”.
올리버는 그 후로도 자주 찾아왔다. 한국에 국제전화가 비싸던 시절이고, 지금처럼 카카오톡이 없던 때라서
이메일이 가장 좋은 소통수단이었다.
식이는 예전부터 허리통증이 있었는데, 장시간동안 바르지 않은 자세로 앉아 있어서
더 악화가 되었던 것 같다.
식이는 올리버에게
“요즘 일하는데 어때요? 영어는 잘 소통돼요? 일은 워낙 잘하시니 걱정은 없을 것 같고요”
“영어가 걱정이었는데, 한국에 있을 때도 워낙 많은 외국인 손님들을 만나서 그리 큰 부담감은 없어요.
그런데, 제가 일하는 가게에 요리사가 더 필요한데 사람 구하는 것이 쉽지가 않아요”
“무슨 요리예요?”
“테판야끼라고 아세요. 철판에서 요리해 주고 , 불쇼 보여주는 거요?”
“아… 몇 년 전에 한국에서 송강호철판요리 같은 거 말씀하시는구나”
“네. 비슷한데, 저희는 손님들 앞에서 더 많은 엔터테인먼트를 보여줘요.”
“그래요. 제가 쉬는 날 올리버한테 한번 갈게요.”
“네. 오시면 카운터에서 올리버 찾아서 왔다고 이야기하세요. 그럼 직원이 저에게 말을 전달할 거예요. 그럼 그때 봬요. 전 다시 일하러 가야겠네요.”
“올리버 씨 감사합니다. 며칠 후 가게에서 뵐게요. 안녕히 가세요.”
시간이 일주일쯤 지나고 식이는 아내와 함께 올리버가 일하는 곳으로 찾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서 카운터에 가까이 다가가니, 안쪽으로 테판야끼가 8개나 있었고
각각 테이블마다 손님들이 가득 차서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직원의 안내를 받고 식이 일행은 지정해 준 자리에 앉았다.
“Excuse me, Oliver is working today? “
“한국분이세요” 직원은 그렇게 한국말로 물었다.
“네. 올리버 씨한테 제가 시간 내어서 한번 온다고 이야기했는데 깜박하고 먼저 문자를 보내지 못했네요.”
“총 주방장님. 지금 재료점검 중이실 거예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네. 감사합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올리버는 식이가 있는 테이블로 해산물과 육류를 듬뿍 담아서 왔다.
“식이씨. 먼저 연락 주시면 제가 직원들한테 말해 놓는 건데요.”
“아니에요. 전 얼굴만 뵙고 , 음식 맛있게 먹고 바로 가려고 했어요. “
“제가 이것저것 준비해서 왔어요. 철판요리는 드셔보셨어요”
“네. 예전에 먹어 봤는데, 이렇게 불쇼를 하는 것은 아니고요. 한국에 있을 때 높이가 낮은 철판에서
연어 같은 것을 구워주던 곳이 있었어요. 처음이라서 기대가 돼요.”
“맛있게 드시면 좋겠네요. 배고프실 것 같으니 요리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올리버는 리듬에 맞추어서 철판을 요리도구로 쳐주어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들어가면서 요리를 시작하였다.
후추통도 멋있게 돌려주고, 불쇼까지….
식이는 지금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해 봤던 테판야끼라는 먹으면서 즐기는 엔터테인먼트의 매력이 푹 빠졌다.
새우, 관자, 연어구이, 입에서 살살 녹는 스테이크까지…
모든 요리에 거의 들어가는 버터의 향이 입안에 풍미를 가득하게 하는 철판요리…
식이는 다음에 또 오고 싶어졌다.
아주 맛있는 식사를 맞추고 , 식이커플은 올리버와 인사를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며칠 후, 올리버는 식이의 인터넷카페로 찾아왔다.
“지난주에 맛있게 드셨어요”
“네, 덕분에 진짜 값진 경험을 했어요. 불쇼랑 계란 chopping , 너무 재미있었어요.
아내랑 이야기했는데, 다음에 또 방문할게요. 철판요리 진짜 너무 멋지고, 맛있었어요.”
“언제든지 또 오세요.”
“네. 다음에 또 갈게요. 참.. 테판야끼 셰프가 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나요? 그냥 궁금해서요.”
“아니요. 사람마다 다른데 2주 정도 트레이닝을 하다가 적은 인원부터 요리를 시작해요.
처음에는 2명부터 하고 6개월쯤 지날 때 되면 10명까지도 요리가 가능해요. 저처럼 능숙하게 하려면 몇 년은 걸리겠지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많이 달라요.”
“아. 그럼 어떤 사수를 만나느냐가 참 중요하겠네요?”
“네. 맞아요. 식이씨 철판요리에 관심 있으세요. 사실 저희 직원 중 한 명이 한국으로 이제 곧 돌아간다고
하더라고요.”
안 그래도 식이는 그때쯤에 피시방을 매물로 내놓았는데, 거의 매매가 마무리 되고 있는 때였다.
“가게 내놓은 거 아시죠. 아마 다음 달 정도면 다른 분이 인수를 할 것 같아요. 그다음에 무엇을 할까.
지금 하는 것을 다른 장소로 옮겨서 해야 하나. 아니면 다른 업종을 해볼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식이씨. 그럼 가게 정리 되시고, 테판야끼에 관심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네. 감사해요. 제가 조만간에 곧 찾아뵐게요.”
그 후로 가게는 잘 매매가 되었고, 식이는 요리에 대한 기초지식이 전혀 없고, 칼도 전혀 쓰는 방법을 몰라서, 뉴질랜드에 요리학교에 신입생으로 등록을 함과 동시에 올리버에게 연락을 했다.
올리버는 언제부터 트레이닝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이런 게 있었어라고 생각했던 것을 드디어 시작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