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어봐. 엄마가 네 옷이랑 먹을 거 갖다 놓았어."
"아니 이 추운 날 이리 무거운 걸, 세 번은 왔다갔다 하셨겠구먼. 왜 전화도 안 하고?"
"두 번 만에 옮겼지. (너) 잠옷만 입고 있음 나오기 추울까봐."
영하의 기온에 강풍까지 부는 날, 어머니께서 내 집 대문 앞에 정월대보름에 못 먹은 밥과 나물들, 그리고 세탁물을 가져다 놓으시곤 이렇게 전화를 하셨다.
부산 서울 거리에 살 때도 5분 거리에 사는 지금도 변하지 않는 엄마의 사랑 방식.
아무것도 모를 때는 미안함과 답답함에 짜증만 냈었다. 엄마가 고생하는 것도 싫고 그렇게 챙겨주시는 것이 내가 필요하거나 좋아하는 것도 아닐 때가 많아서였다. '이제 그만' 혹은 '적당히'라고 해도 늘 넘쳤고 그렇게 계속됐다.
그런데 최근에 이런 적이 있었다. 잠 안 오는 밤에 다음날 아침에 먹을 카레를 만들었는데 여느 때보다 훨씬 모양도 맛도 좋게 된 것. 그때 카레 좋아하는 엄마가 생각났고 나는 두 번 생각 않고 자전거를 타고 갓 만든 카레 한 그릇을 갖다 드렸다. 그때 엄마 역시 "이리 추운 날 뭐하는 기고. 이러지 마라." 하셨던 것.
그때, '아 참, 우린 닮았구나' 하는 생각과 다음에 어머니께서 뭐든 주시면 우선은 웃으며 감사하다 해야겠구나 다짐했다.
(이날 반찬 그릇이 영 제멋대로인 건 앞서 가져다주신 예쁜 그릇 세트들이 다 제 집에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