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까지 정치색깔이 있었나?
나는 오늘 처음으로 교육 좌파란 소리를 들었다. 나름 소신껏 아이들을 키워보고자 학원도 가려가며 보내고, 어떤 과목은 직접 가르치기도 하는데 이런 소릴 들으니 당황스러웠다. 정말 오랜만에 첫 직장동료들을 만나는 자리였다. 너무 오랜만이어서 반가웠고, 많은 세월 동안 변한 것도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많았다.
그동안..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친구는 나보다 한 기수 아래 후배였다. 우리는 10년 가까이 연락 없이 지냈고, 우연찮은 기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나도 해외에 몇 년 살았고, 그 친구도 주재원으로 몇 년 해외에 거주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기게 되었다. 그리곤 한국으로 돌아와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다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다. 그 후배는 우리가 아는 대치동에 자리를 잡았으며, 자녀 한 명을 성심성의 껏 뒷바라지를 하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그 후배와 함께 선배 2명과 함께 식사를 하였는데, 선배 2분은 아직 자녀가 어려 우리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결국 워킹맘 4명의 모임이다 보니 자녀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한 선배가, 일반 유치원을 보낼지 영어 유치원을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했고,
그 후배는 무조건 보내라는 입장이었다.
나는 반대의 입장이었고 굳이 보낼 필요가 있는지 반문을 했다.
그 후배는 내 말은 듣지 말고 보내라는 것이었다.
'잉?! 이건 무슨 말?!' 어리 둥절했다.
왜 '무조건'이란 단어가 붙을까.
나는 평소에 많은 사교육으로 아이들이 지쳐가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입장이어서, 그 아이에게 맞는 또는 꼭 필요한 사교육이 아닌 것은 지양하는 입장이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아이들은 노는 시간이 보장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자 교육 철학이다.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나 또한 무조건적으로 사교육이 나쁘다는 입장은 아니므로. 나도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고 있고. 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학원에 가니까 내 아이도 가야 한다는 입장은 결코 아니다. 세상에는 무조건적으로 나쁜 것은 없다. 무분별한 사용만이 나쁠 뿐.
라는 말의 어감에 무엇인가 기분 나쁜 묘한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적어도 반 바퀴정도 비꼬는 듯한 느낌. 나의 입장이 오롯이 존중받는 느낌이 아니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 치부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 후배에게 물었다. 그럼 어떤 마음으로 중학교 2학년 생이 밤까지 아이가 학원을 다니며, 새벽 3시까지 숙제를 하고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모습을 지켜보는지 물었다. 정말 궁금했다.
그 후배의 말은 한 번쯤은 아이가 아주 성실히. 소위말해 빡세개 살아보는 것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맞다. 나도 그런 생각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너무 어릴 때부터 자의가 아닌 주변의 분위기나 부모의 결정으로 그렇게 모는 건 아니지 않은가. 한 번쯤 아주 열심히 살아보는 시기와 그 동기가 어디서부터 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암튼 적어도 그 후배가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에 대해 속으로 반감은 들었지만 특정 단어를 써가며 표현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건강한 토론이나 논쟁이 되길 바랐다. 며칠간 교육 좌파란 단어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고, 내가 그동안 알던 후배 같지가 않아서 사실 이 후배를 이해해 보려고 주변에 물어보기까지 했다.
이해하고 싶다. 안 그러면 너무 납득이 힘들어서.
나는 소위 이해가 되지 않으면, 나 스스로 이해시켜서 내 마음속 카테고리별 어떤 저장소에 넣어야 그다음부터 생각이 나지 않는 편이다. 그 작업이 나에겐 꼭 필요하다. 주변에 오랫동안 주재원 생활을 하신 분이 마침 부서에 계셔서 차 한잔 하는 기회에 여쭤보게 되었다. 후배가 못 본 사이에 주재원을 다녀왔고, 대치동 교육의 중심에 있는데 매우 과열되어 보인다고, 혹시 이런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배경이 있을지 물어보았다. 그분의 말씀을 차근차근 듣다 보니 그 후배의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보통 대기업에서 주재원을 가게 되면, 특히 개발도상국이나 상대적으로 후진국으로 가게 되면 그곳에서 자녀를 최고의 시설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국제학교에 보내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국 엄마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네트워크가 쌓인다고 하는데, 한국 복귀 후에 어디서 어떻게 정착할지가 대체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그중에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루트가 대치동에서 자리를 잡고, 그동안 받지 못했던 한국에서의 교육을 그곳에서 몰아서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향상된 외국어 능력도 유지하기 위해 외국어 학원도 기본적으로 다니면서 말이다. 그렇게 메꾸려는 전략을 쓰려면, 원하는 사교육이 다양하고 세분화되어 있는 곳을 찾을 것이고, 시간대가 다양한 늦은 시간까지 가능한 곳이 대치동 만한 곳이 없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어느 정도 나의 의문점이 많이 해소되었다. 나 또한 잘 모르는 세상이 존재하였고, 나 또한 편협했던 것인가 뒤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살아온 경험과 많이 다르구나.
나 또한 해외에서 몇 년을 산 경험이 있지만, 내가 겪은 세상과 많이 다른 듯했다. 나는 그곳에서 전혀 정 반대의 감정들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큼 이렇게 열심히 살고, 타인과 비교하며 경쟁하는 곳도 없구나.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다양하게 살아가는 방식이 존재하며 너무 팍팍하게 살지 않아도 다른 방법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오히려 해외에서 몇 년씩 살고 온 후배에게 비슷한 것을 나도 모르게 기대했던 것 같다. 그곳에서는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세상이 있고 삶의 방식이 있었구나. 아마 주재원을 다녀와서 대치동을 거쳐간 사례들이 결과만을 놓고 봤을 때는 좋은 결과물들이 있기에 그 길을 따르지 않겠는가.
하지만 한 가지는 부탁하고 싶다.
내가 정의한 길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다른 길도 정답이 될 수 있고 충분히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주재원을 다녀오면 대치동에서 자리 잡고 그다음엔 대학교 어딜 지원하고, 정해진 공식으로 아이들을 대입시키지 말았으면 한다. 어릴 때는 영어 유치원을 보내야 하고, 초등학교는 사립초나 대치동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그런 공식들만 존재하는 세상이기를 나는 거부한다. 아이들은 각자 자신들이 원하고 잘하는 무기들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것을 재능이라고 부른다. 그 재능이 발견되고 꽃 피우기 위해서는 각자의 방식대로 발현될 것이다. 어떤 정해진 공식이 아니라. 그리고 내가 생각 못 한 길로 아이가 혹여 간다고 해도 그것은 절대 실패가 아니다. 그것을 실패로 정의한다면 우리는 자식 농사가 실패로 정의될 확률이 꽤 높을 것이다.
나의 결론은,
나는 선배들이 물은 영어 유치원을 보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이렇게 했다. 무조건 적으로 그렇게 정하지 말고 아이의 성향을 잘 살펴보시라고. 어떤 성향인지 잘 모르겠다면, 일반 유치원 이후에 두어 시간 경험할 수 있는 기관도 있으니 한 번 보내보시고 결정하시라고. 아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아 하고 흥미가 있다면 그때 결정하면 되지 않냐고 조언했다. 내 주변에는 영어 유치원을 다니고 나서 아예 질려서 역효과난 케이스도 왕왕 봐왔기에. 아이를 잘 살펴보기를 추천드렸다. 이 나라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