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챙겨주지 않더라..
오늘 점심시간에 어쩌다 보니 워킹맘들끼리 식사를 하게 되었다. 점심도, 근무시간이 부족해서 도시락을 픽업해서 먹는 멤버가 생길 정도다. 왜 항상 시간에 쫓기는지.. 아이를 케어하다 보면 시간 부족에 허덕이게 된다. 최대한 근무시간을 아끼려고 생긴 습관이 포장 도시락을 픽업해 와서 먹는 것이다.
화제는 돈지출에 관한 이야기였고, 이야기는 흘러 누구는 매년 세금을 토해낸다고 하고 누구는 돌려받는다고 하고.. 어떻게 돌려받는지 비결을 묻고, 이야기가 무르익어갔다. 이 멤버끼리 모이게 되면 주로 아이 육아에 관한 이야기 거나 재테크, 부동산 등 가정 경제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아니면 가족 이야기.
그러다가 부동산 투자를 열심히 하는 워킹맘은 본인은 용돈을 모아서 연말정산 구멍 난 세금을 메우던지, 은행 이자를 내기 바쁘다고 한다. 반대로 남편은 용돈을 받는 대로 싹 다 쓴다고 불평이 섞인 목소리를 낸다.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내 용돈을 모아서 세금을 메우거나 빚 이자를 갚으라고 강요한 사람은 이 상황에 아무도 없다.
결국 본인이 스스로 한 선택이지만, 매년 그렇게 하다 보면 스스로에게 억울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나 또한 그랬다. 내가 월급이 남편보다 조금 더 많은 편인데, 연말에 보너스가 작년보다 더 많이 나오는 날이면, 저축하는 금액이 늘어날 뿐이었다. 저축한 돈도 우리 공통의 돈이고 늘어나면 좋은 일이건만, 내가 만져보고 느낄 수 있는 기쁨은 사실 적었다.
그래서 그때 결심했다. 날 위한 선물을 크든 작든 하겠다고. 기준 같은 건 없었다. 내 마음이 허용하는 만큼. 정말 일이 많고 고생했던 해에는 조금 고가이더라도 결재를 했다.
이 회사에 근무한 지도 벌써 10년 차, 선물리스트가 거의 8년 치 정도 적혀있었다. 선물만 보아도 어느 해에 더 힘들었는지 덜 힘들었는지 보였다. 안 사고 넘긴 해도 있었다. 금액이 크든 작든, 1년 동안 수고한 나 자신을 내가 스스로 알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처음부터 나 자신을 이렇게 돌보지는 않았다. 첫 아이 출산 후 우울증이 오고 나서야, 내 감정을 잘 살피고 나를 위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연말의 보너스는 지나가는 숫자에 불가한 것이 아니라, 소소하게 어떤 걸 살지 고민해 보게 되는 행복한 순간으로 나에게 각인되고 있다. 올해 선물로 보약을 짓는데 썼는데, 다른 걸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약도 물론 나에게 쓴 돈이지만, 굳이 연말 보너스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먹고 나면 시야에서 사라지는 아이템이라, 물건으로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나름의 규칙을 만들어갔다. 처음에는 나에게 없는 명품 가방을 몇 해 샀던 것 같다. 적당히 중요한 자리에 들 가방이 생기고 나니, 가격도 비싼 가방보다는 컴퓨터나 액세서리 같은 것으로 아이템을 바꿔나갔다. 에어팟, 아이패드.. 차근차근 아이템을 채워나갔다. 최근에는 금에 자꾸 관심이 갔다. 나도 나이가 들었나. 금이 왜 이렇게 좋아질까. ㅎㅎ
그것으로 인해 느끼는 행복감은 큰 금액의 한 번 느끼는 것보다, 소소한 것이라도 횟수를 늘리는 것이 행복감이 크다고 한다. 실제로 그러하다. 벼뤘다가 몇 년에 한 번 큰 것을 하나 사는 것보다, 작더라도 자주.. 나를 위해 보상을 주는 것이 실제로 더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을 깨닫고부터는, 이 방법을 내 삶에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나는 작은 성취가 있는 날에는 가족들과 소소하게 축하파티. 맥주에 치킨 한 마리 놓고 오늘 축하할 일이 있다고 공유하고 박수치며 서로를 격려한다. 그래서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좋은 일이 있었거나 작더라도 축하할 일이 있으면,
"우리 오늘 파티해요~!"
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파티는 거칭한 것이 아니라, 저녁 식사를 마치고 식탁에 앉아서 먹고 싶은 음식을 올려놓고 하는 의식이다. 나는 주로 맥주를 곁들이곤 한다. 그 시간이 나에겐 아주 달달하게 느껴진다. 아이들에게 마지막에 놓인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작은 성취도 축하받을 일이라는 것을. 과정을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야 긴 과정을 지치지 않고 해 나갈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