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내가 중심이다.
나보다 분위기가 중요했던 나 자신
내 기분보다는 조직의 분위기나 그룹의 분위기를 먼저 살폈다. 지금 대화하는 분위기가 깨지지 않길 바라며, 내가 살짝 기분 나쁜 정도는 대수가 아니었다. 맞다. 대수가 아니다. 이렇게 대수가 아닌 것이 여러 개 쌓이고, 몇 년이 쌓이면 이것도 대수가 아닌 것이 될까?
급발진.. 그게 문제다.
쌓여있다가, 아니 쌓인 줄도 모르다가 갑자기 혼자 욱하고 급발진해서 올라오는 경우가 제일 난감하다. 감정을 한동안 모른 체하면, 묵은 때처럼 잘 벗겨지지도 않고 여러 가지가 섞여있어 어떤 감정인지 혼란스럽다.
바보처럼 웃기
심지어 나에게 기분 나쁜 말을 해도, 웃고 있었던 적도 있었다. 상대방이나 주변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고 했다. 왜 난 그 사람들 기분이 더 중요했을까. 왜 나 자신을 그렇게 돌보지 않았던 것일까. 그때를 떠올리면 자괴감보단 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의 내 얼굴 표정이 그려진다. 일그러진 억지로 웃는 표정.
얼마 전에 친한 지인분과 식사 중이었다. 그분은 나쁜 의도로 말한 건 아니었으나, 굉장히 부적절한 단어를 써서 내가 기분이 순간 확 나빠졌다. ‘잡아먹는다’라는 표현은, 굉장히 나를 자극했다. 누군가를 잡아먹는다는 표현은 특히 주어가 내가 되면 더 기분 나쁠 일이다. 순간 나도 정색을 해버렸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상처받을 것 같다고 얼굴과 표정이 순간 확 바뀌었나 보다. 사실 나는 내 표정을 볼 수는 없으니까.
사실 나도 세련되게 그 상황을 넘길 줄 아는 방법을 터득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렇게 살지 못한 세월이 훨씬 길어서 세련되게 표현하는 법을 터득하기엔 아직 마음먹은 지 몇 년이 되지 않았다. 더 스킬이 쌓여야 되나 보다. 순간 기분이 나쁘지만, 억누르고 방금 말이 선을 넘은 것 같다는 표현을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아직은 전혀 감이 안 온다. 그래서 촌스럽던, 세련되지 못하던, 내 기분을 그 순간에 일단 표현하기로 했다.
그 지인분은 다른 좋은 점도 많은 분이나, 가끔 선을 넘는 부적절한 단어를 평소에도 여러 번 느꼈었다. 이번엔 좀 세게 넘은 것 같아서, 표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몇 초 안에 일어났다.
그분은 내가 말한 이후로, 갑자기 되게 초조해 보였다. 안다. 그분이 나 기분상하라고 말한 게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그분의 몫이다. 그리고 그분도 바로 수긍해서 수정해 주었다. 그래서 그분이 고맙다. 하지만 수긍을 했다는 점은, 본인도 아차! 싶었다는 점인 것이고 부적절한 점은 맞는 것이다.
집에 와서 괜히 혼자 속으로 삭이면서 끙끙 앓았을 테고 그 사람을 괜스레 내가 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거다. 대신 나는 편한 사람에서 불편한 사람이 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자주 오던 메신저 채팅도 확 줄어들었고, 말투도 그분이 확 바뀌었다. 반 존대를 하기 시작하였다. 원래는 반말만 썼었는데. 내가 편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당당히 만만히 대하는 것을 반납하고, 지금처럼 메신저도 가끔 오고 오지 않을 수도 있는 불편한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