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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카 Jun 24. 2022

인스타 감성은 싫은데 셀럽은 되고 싶어

진짜 나의 감성, 찾을 수 있을까?

요즘 같은 시대에 SNS를 안 하는 사람을 찾는 것을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자기 PR시대'라는 말이 피부로 느껴지다 못해 자기 PR을 하지 않으면 호구가 되는 것 같은 이 세상 속에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창구이자 기회의 장이 되기도 하고 내 주변 사람들, 혹은 일면식조차 없는 사람들의 삶까지 엿볼 수 있으니 얼마나 신통방통한가! 이렇게 신통방통한데, 문제는 내 안의 깊은 곳에서 이유 모를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불편함이 시기 질투라고 생각했다. 이상하다.. 나는 내 인생이 제일 재밌고 다른 사람들 인생에 관심이 없는 타입인데? 하지만 이상하게도, 모든 게시물이 불편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유난히 불편한 게시물들을 쭉 살펴보니 곧 나의 불편함의 원인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는 바로 진짜 나 자신이 아닌, 현실 속 모습과는 거리가 굉장히 먼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의 모습에 심하게 도취되어 있는, 소위 '척'하는 게시물들이나 SNS 자체를 위해 생성된 게시물들이었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인스타 감성'에 맞는 사람은 아니다. 인스타 감성을 욕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에 도취된 모습이 불편하다고 앞서 말했지만, 사실 나부터가 지독한 컨셉충이다. 뿐만아니라, 나는 나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귀엽다고 생각하며 온 세상 사람들이 나의 귀여움을 알아줬으면 하는 소위 관심종자에 가깝기도 하다.  나 자신을 보여주기를 좋아하는 내가 SNS를, 특히 인스타그램의 게시물들을 불편해한다는 것이 굉장히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나는 비교적 일찍인 2012년에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는데?(거봐라, '나는 특별한 얼리어답터' 컨셉에 취해있다)

이유 모를 불편함에 계정을 삭제하고, 다시 만들기를 반복하며 나름 정답을 찾아냈다. 정답은 바로 나만의 취향과 감성에 있었다. 수많은 게시물들 중 유난히 멋있어 보였던 게시물들은 자신의 일상과 취향, 감성을 가감 없이 담은 게시물들이었다. 이를테면,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복 인생샷을 건지기 위하여 사진을 찍느라 수영도 못하고 셀카만 찍었는데 마치 '휴일에는 호텔 수영장에서 열심히 수영도 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줄 아는 나'를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내는 게시물이 아닌 '척'이 없는 꾸밈없는 게시물들 말이다(호텔 수영장에 간 목적이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서고, 사진만 찍다 간다는 걸 인정하는 게시물에는 전혀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나는 그들을 욕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나 또한 '척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 은근 감성 있는 특별한 나'가 되기 위해서 그런 척하는 게시물들을 올린 적이 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싫으면 안 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도 SNS를 하는 이유는 바로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SNS를 이용하여 크게 한 건 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실제로도 많은 아티스트들은 SNS를 이력서처럼 사용하기도 하고, 나 자신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면서 SNS를 기회의 장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내가 나를 팔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세상에서 뭐라도 손해 보기 싫어 탈퇴를 하더라도 결국에는 다시 돌아오게 된다. 굉장히 모순적인 사람으로서 노력 없이 무언가를 이루고 싶었다.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준다는데, 그 셀럽이라는 거 나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에서 기인하여 나만의 '셀럽' 계정을 만들었다. 셀럽 계정답게 팔로우는 0으로 하기로 하고, 사진첩에 저장되어있는 사진들 중 느낌 있어 보이는 사진들을 게시했다. 하지만 해시태그는 달기 싫었다. 덜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불편함을 느끼는 부류가 나라니, 어찌 보면 시기 질투가 맞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셀럽 계정을 만든 첫날 이후 6달 동안 다른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고 나의 팔로워는 30명 정도가 되었다. 퇴사를 하며 같이 일했던 친구들에게 SNS 계정을 알려줄 기회가 생겼다. 내가 나의 계정을 알려주며 '셀럽 계정'이라고 소개를 했을 때, 직장 동료는 팔로워 수를 물었다. 30이라고 대답하니 돌아온 답변은 "뭐? 30K? 대단하다!"였다. 멋쩍게 30K가 아닌 30명이라고, 퇴사 후 다시 활동하여 그때는 꼭 30K 이상의 팬을 가진 셀럽이 되겠노라고 답변했다. 


퇴사 후 한국을 떠나 타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셀럽 계정'을 위해 삼각대도 구매하고, 나름 셀럽스러운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도 해 보았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이전에 느꼈던 은근한 불편함을 나 자신에게서 느끼고 있었다. 어딘가에 가거나 무엇을 할 때, '인스타각'이라고 생각하며 사진을 찍게 되는 나를 발견했을 때가 그랬다. 그리고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나는 SNS 스타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나의 진짜 취향과 나의 감성을 찾고 싶은 거라고. 결국 내가 멋있다고 생각했던 계정들도 팔로워 수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취향'이 뚜렷하게 보이는 계정들이었다. 그리고 내가 아는 한 그 계정 주인들의 공통점은 보여주기 식이 아닌 진짜 자신에게, 순간들에 집중하며 '나만의 것'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었다. 


나도 그들처럼 진짜 나의 취향, 진짜 나의 감성으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 이전에 진짜 나의 감성,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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