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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카 Aug 02. 2022

나의 집은 어디일까?

집의 확장

여행에 갔다가 집에 오면 긴장이 풀리면서 "드디어 집에 왔다"하는 포근하고 익숙한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인천공항이, 누군가에게는 서울역이, 누군가에게는 집 현관이 긴장이 싹 풀리는 장소가 될 테다. 역마살이 가득 낀 나는 이 나라 저 나라를 옮겨가며 생활하고 있다. 가끔 새로운 곳을 여행하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곳을 가고 또 가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는 "집에 왔다"라는 느낌을 주는 장소들이 참 많다. 대표적으로 인천 공항이, 서울역이, 쑤완나품 공항이, 창이 공항이, Culver's가 그렇다.


누군가 "집의 정의"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나는 "내 마음이 익숙하고 편안한 곳"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의 정의대로라면 나에게는 전 세계 곳곳에 집이 있는 사람이다(하지만 무주택자인). 그리고 지금은 터키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최근에 나의 집은 어디일까?를 생각하다가, 여기도 집 같고 저기도 집 같고 나에게는 내 마음에 안정을 주는 나라들이 꽤나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마음을 다해 가장 사랑하는 곳은 어디일까? 까지 고민해보게 되었다. 물론, 우리나라인 한국은 깍두기다. 한국은 언제나 그리운 우리나라!


전선이 뒤 엉킨 것마저 내 눈엔 좋다

나의 마음의 고향 일위는 단언컨대 태국이다! 많은 여행자들이 태국을 사랑하지만, 나의 태국 사랑은 남다르다. 태국은 내가 처음으로 장기 거주를 해 본 나라이자 열 손가락에 발가락까지 보태도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이 드나든, 개인적으로는 나에게 제주보다 훨씬 더 가까운 곳이다. 나는 태국어의 말소리가, 글씨가 좋다. 내가 태국어로 이야기하면 태국 사람이냐고 화들짝 놀라는 질문들이 좋고, 사실 태국과 한국 혼혈이라고 농담하면 그럴 줄 알았다고 유쾌하게 웃는 태국 사람들이 좋다.

 홍수가 찾아와 간판이 무너지고 길이 물에 잠겨도 나와서 빗물에 그릇을 씻으며 왁자지껄 떠드는 그 분위기가 너무 좋다. 너무 더운데 단돈 10밧을 아끼자고 오토바이 택시를 안 타고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가는 나를 보고, 공짜로 태워준다고 타라고 손짓하던 랍짱 아저씨가 정겹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 태국에 방문했을 때 알고도 속으며 흥정 없이 바가지요금을 지불하려고 하자, 그러면 안 된다고 무조건 깎아야 된다고 나처럼 세상 살다가 바보 된다고 요금을 대폭 할인해 주시며 기도까지 해주시던 아주머니의 걱정과 기도가 참 좋다. 방콕은 방콕대로, 푸켓은 푸켓대로, 빠이는 빠이대로 각 지역/도시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특색들도 태국이 좋은 이유 중 하나다. 태국에서는 심심할 틈도, 답답할 틈도 없다.


내가 제일 잘 한 결정 중 하나는 태국어를 전공으로 선택한 일이다. 태국을 비교적 쉽게 여행하고 현지에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덕분에 내가 사랑하는 나라의 말을, 역사와 문화를 비교적 깊게 배울 수 있었고 졸업을 하고도 태국을 드나들면서 계속 전공을 써먹을 수 있지 않은가. 태국을 사랑해서 태국어과에 간 건 아니다(라오스를 사랑해서 태국어과에 진학했었다). 태국어과에 진학했기 때문에 태국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게 맞다. 이 자랑스러운 나의 전공은 한국 외에도 집 같은 나라를 가지게 해 주었다.


이십 대 초반, 처음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을 때나 처음 해외 취업을 하여 외국에 살기 시작했을 때는 모든 것이 새롭고 설렜다. 처음 미국에 가기 전날은 장거리 비행과 입국심사가 너무 떨려서 하루 종일 그것만 생각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던 것도 생각난다. 이랬던 내가 어느새 전 세계를 누비는 호사를 누리면서도 새로움이 주는 설렘에 점점 심드렁해지고, 거기가 거기처럼 느껴지며 '왜 이렇게 재미없는 인간이 되었나'라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도 있었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하니 나의 집이,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공간이 확장되고 있어서 그렇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내가 있는 곳이 집이고, 내가 앞으로 갈 곳이 집이 된다. 나는 나의 집을 확장시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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