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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카 Jul 19. 2022

귀여운 사람들

"너 신이야?" 모든 생명체에 귀여움을 곧잘 느끼는 나에게 친구가 한 말이다. 내가 마치 창조주인냥 귀여운 동물들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모든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잘 느끼곤 한다. 사람들은 너무 귀엽다.


내가 느낀 사람들의 귀여운 에피소드 중 생각나는 몇 개를 공유하고자 한다. 그리고 주변에 존재하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을 한 번씩 생각하면서 모두 조금 더 행복한 하루 되시길!


출근길 지하철에서 음악 방송을 보던 청년

서울에서 지하철로 출퇴근을 해본 사람이라면 출근길이 얼마나 지옥같은지 다들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가만히 있어도 인류애가 상실하고, 짜증은 마구 솟구치며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초밀착되어 핸드폰 보기도 어려운 그 지옥철. 나는 이 귀여운 사람을, 2호선 중에서도 사람이 몰리는 구간인 사당~역삼 사이에서 발견했다. 이 사람은 헤드폰을 쓰고 있었고, 잔나비가 나오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었다(훔쳐보려고 본 건 아니지만, 변명을 하자면 나는 핸드폰을 들 수도 없을만큼 다른 사람들 사이에 찌부되어 있었고 고개를 돌리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보통은 얼굴을 잔뜩 찌푸린채/무표정으로 핸드폰을 보거나, 허공을 바라보며 출근을 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사람은 휴대폰에 빨려들어갈듯이 집중하며 잔나비의 노래를 감상하고 있었다. 나도 한 때 잔나비의 노래들을 참 좋아했던지라, 어지간한 노래들은 다 알고 있어서 그 사람이 노래의 어느 부분을 듣고 있을까 머릿속으로 노래를 재생하며 그 사람을 흘끔거리고 있던 중 마침 휴대폰 화면에 신나는 노래가 재생된다는 자막이 보였다. 신나는 노래가 나오자, 그 사람은 은은한 미소를 띄며 고개를 좌우로 살짝씩 흔들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엽게 느껴졌다! 짜증이 가득 섞인 출근길 2호선에서, 혼자 은은한 미소로 고개를 최대한 티 안나게 까딱거리며 음악을 듣는 모습을 보자마자 갑자기 긍정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는 나도 저 사람처럼 몸이 힘들고 짜증나는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침을 기분 좋게 시작하니 그 날 하루가 행복한 느낌이었다.


분무기를 가져나와 길가에 핀 꽃에 물을 주던 아이

내 심장에 크게 무리가 온 일이었다. 치킨을 방문 포장으로 시키고 가지러 가던 중, 초등학교 1-2학년 쯤 되어보이는 아이가 분무기로 길가에 핀 꽃들에 물을 주는 걸 발견했다. 여기 저기 걸어다니며 꽃들만 골라서 물을 주었는데, 꽃들을 위해 분무기를 직접 가지고 나와 물을 주는 모습이 그렇게 예쁘고 귀여워 보일 수가 없었다. 이 아이 덕분에 인류애가 만땅으로 채워짐과 동시에, 아이의 분무기는 내 마음에 꽃을 피웠다. 


지하철에서 유튜브 쇼츠를 보던 할아버지

목적지에 다 다랐을때쯤, 내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 옆자리에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께서는 유튜브 숏츠 웃긴 영상들을 보고계셨는데, 마스크 안으로 활짝 웃고 계신 것이 보였다. 나는 평소에 릴스나 쇼츠를 볼 때 무표정으로 보면서 슥슥 넘기는 타입이었는데 웃긴 영상들이 한 사람을 이렇게 활짝 웃게 만들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선한 영향을 끼치는 콘텐츠 제작자분들부터 시청자들까지 너무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서로는 서로의 영향이 맞구나.


디저트에 집에 가서 먹으라고 간식까지 챙겨주시던 그리스 음식점 할머니

얼마 전 그리스 크레타섬에서 한 달 간 머물렀다. 그리스가 전부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크레타섬은 전반적인 음식의 양이 굉장히 많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계산하겠다고 하면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면서 디저트를 내준다. 디저트는 가게에서 서비스로 제공하기 때문에 그 때 그 때 달라진다. 음식점에 갈 때마다 배가 터질 것 같아서 내내 할머니댁에 놀러온 기분이었다. 그 날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길가에 있는 한 음식점에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나를 '프린세스'라고 부르며 마치 친 손주인것처럼 반겨주는 할머니가 계셨다. 음식을 다 먹고나니 이 작은 몸에 음식이 어떻게 들어가는거냐고 잘 먹어서 예쁘다고 디저트를 내어주시기 시작했다. 보통 가게와는 달리, 디저트만 세 접시가 나왔다. 디저트도 다 먹자 주방에서 젤리, 초코바 등등을 가져오시더니 집에 가서 먹으라고 봉지에 넣어서 손에 쥐어주셨다. 우리 할머니가 생각나면서 너무너무 마음이 훈훈해졌다. 할머니도 항상 잘 드시고 행복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되었다.


외국에서 만난 나의 학생

외국에서 한국어 강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 모든 반 학생들이 똑같이 귀하고 사랑스럽지만, 그 중에서도 더 애착이 가는 몇몇 반이 있었다. 그 중 한 반의 수업을 마친 어느 날 이메일 하나가 도착했다. 이메일의 내용은 아주 간략했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 웃는 얼굴이 좋아요. 행복하세요.' 이 이메일은 나의 눈물버튼 중 하나인데, 그 날 내가 기운이 없어 보였는지 수업이 끝나고 이런 이메일을 보내준 것이다. 사실 마음이 힘들었는데, 수업 중에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던 시기였다. 그걸 알아채고 메일을 보내주다니 마음이 너무 예쁘고 귀여웠다. 자랑하자면, 이 학생은 한글부터 시작해서 한국어를 습득하는 속도가 무시무시했고, 한국어 실력 덕분에 평창 올림픽에서 봉사활동까지 했던 똑똑하고 자랑스런 나의 학생이다! 나의 학생들도 항상 웃으면서 행복하기를.


세젤귀 고양이 파리

귀엽다기보다는 감동적이고, 사람도 아니지만 내가 너무 좋아하는 이야기라 마지막으로 장식하고 싶다. 대학 시절 누군가 동물병원 앞에 버리고간 유기묘를 임보한 적이 있었다. 그 고양이는 강아지보다 더 사람을 좋아했으며 머리도 비상하고 외모까지 아름다운 그런 고양이였다.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이틀 내내 밥도 못 먹고 종일 누워있었던 적이 있다. 그 와중에도 고양이 밥과 화장실은 챙겨야 하기에 누워있다가 밥 주고 다시 눕고를 반복했었다. 누워서 눈을 감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에 까슬까슬한 느낌이 들었다. 이틀째 씻지도 못한 내가 더러웠는지 가여웠는지 고양이가 나를 그루밍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더 감동이었던건, 사료 몇 알을 내 베개 옆에 놓아준 것이었다. 내 고양이로 말할 것 같으면 먹을 것을 너무너무 좋아하고, 잘 먹고, 식탐도 많은 그런 냥이였다. 그런 고양이가 자신의 사료를 나와 나누다니.... 그 사료를 보자마자 눈물이 나왔다.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생각만하면 너무 기특하고 사랑스러워서 눈물이 난다.(지금도 눈물난다) 지금은 좋은 주인을 찾아갔는데, 아직도 너무 보고싶어서 꿈에 종종 나온다. 파리야 언제나 행복해야해. 


사실 살펴보면,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귀여운 생명체들(사람일수도, 동물일수도, 다른 것일수도!)과 마주하게 된다. 이 때 그냥 지나치지말고 그들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을 곱씹다보면 나까지 행복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우리 모두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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