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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카 Jul 03. 2022

체력단련 프로젝트

갓생살기 프로젝트

갓생이 어디있고 망생이 어디있겠냐만 내 기준 '갓생'이라함은, 순간을 온전히 보내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혹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 투자한다던지), 순간에 집중하며 하는 동안 마음이 불편하지 않고, 이 일들로 후회하지 않는 것 말이다. 이렇게만 나열하면 거창해 보일 수도 있겠다. 더 구체적으로 서술하자면, '일어나서 핸드폰 안 하고 바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 '집에 들어와서 옷 아무데나 안 벗어 던지고 바로 씻는 사람', '하루에 한 번 공간 정리정돈 하는 사람', '일 할 때 다른 공상 안 하는 사람', '술 먹고 다음 날 하루종일 침대에 안 누워있는 사람', '핸드폰 필요할 때만 하는 사람' 정도가 되겠다.


나는 '갓생'과는 거리가 아주 먼 사람이다. 위에 서술한 사람들과는 정 반대로 '일어나서 핸드폰만 1~2시간 하는 사람', '집에 와서 바로 널부러지는 사람', '일 할 때 놀 생각하고 놀 때 일 생각 하는 사람', '술 먹으면 다음 날 하루 버리는 사람' 등이 나다. 대학 시절 나보다 게으른 동기는 찾기 힘들었고, 항상 침대 위 이불에 돌돌 말려 하루를 보내는 나를 보고 친구들은 나를 '나무늘보' 혹은 '굼벵이'라고 불렀다. 대학 졸업 후에는 외국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외국 친구들은 그런 나를 보고 '부리또'라고 불렀다. 


이렇게 게으른 나지만, '생산적으로 살기', '하루 뿌듯하게 보내기' 등의 주제에는 관심이 정말 많았다. 어쩔 때는 카페에 가서 책을 읽기도 하고,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기도 하며 뿌듯한 시간들로 나의 하루를 채웠지만 언제나 꾸준하지는 못했다. 


그럼 내 인생에서 가장 '갓생'다운 삶을 살았을 때는 언제인가? 생각해보면, 교환학생을 갔을 시절이었던 것 같다. 당시 학교는 시골마을에 위치해있었기 때문에, 수업이 끝나면 할 일이 없었고 나는 이 시간을 운동에 활용해보기로 했다. 참고로, 당시에는 유튜브며 뭐며 인터넷 세상이 지금처럼 발달했을 때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나마 운동이라는 결심을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숨이 너무 가쁘고 땀도 비오듯이 왔지만, 운동 + 건강한 음식 하루 세 끼 양껏 먹기를 몇 개월을 꾸준히 지속한 결과 나의 기초체력은 눈에 띄게 달라지게 되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선조들의 말을 뼈져리게 느낀 시간이었다. 나뭇잎마냥 허약했던 약골에서 체력이 어느정도 붙으니, 다른 일들도 해낼 에너지가 생긴 것이다. 물론, 나의 이 '운동 프로젝트'는 한국에 귀국하자마자 종료되었고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냐고? 당연히, 매일매일 아주 게으르고 다소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다. 


하여 '갓생'을 살기 위해서는 체력단련이 먼저라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나는 몸의 에너지가 현저하게 부족한 상태이다. 한 마디로 체력 바닥! 출근 전 여유로운 아침시간은 내게는 거의 불가능한 목표이며 회사 일이 끝나면 바로 누워서 핸드폰만 만지다가 잠들기 일쑤다.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싶어도, 카페에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씻을 기력도 없는 상태. 항상 얼굴과 몸이 부어있는 느낌이며 눈 밑 다크서클 부분이 아프기도 하다. 강제성이 없으면 침대나 소파와 물아일체가 되어 몇 시간이고 흘려보내는 이런 내가 다시 활기찬 에너지를 가지고 하고 싶은 일들을 다 하면서 살 수 있을까?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부터 '갓생살기 프로젝트'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생각만 하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큰 마음을 먹고 이 프로젝트에 대한 글을 써본다. (생각만 하면서 7년이 지났다) 


'갓생살기 프로젝트'의 핵심은, 완벽하게 하려고 머릿 속에서 계획만 짜고 상상만 하지 말고, 뭐가 됐든 일단 해보자는 것. 지난 글에도 썼듯이, 나의 구림을 인정하고 우선 뭐라도 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해보도록 하겠다. 


다소 거창할 수 있는 나의 목표는

- 30일 팔굽혀펴기 챌린지: 하루 1개로 시작하여, 하루에 1개씩 늘려나간다. 최종일인 30일째에는 30개의 팔굽혀펴기를 하게 되는 것

- 골반교정 및 어깨 스트레칭: 현대인이라면 대다수가 겪고 있는 골반 비틀어짐과 거북목. 나라고 예외는 아니다. 항상 찌뿌둥하고 퉁퉁 부어있는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다.

- 하루 (30분) 유산소: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거창한 목표다. 최종 목표이자 이상적인 목표는 하루 30분이지만, 일단 시작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5분이라도 하면 성공으로 간주하겠다. 산책, 조깅, 수영, 자전거타기, 유튜브 홈트 등등 무엇이든 상관 없음!


이렇게 한 달 정도 진행하며, 틈틈히 진행 상황과 몸의 변화를 기록해보도록 하겠다. 그리고 몸의 에너지가 어느정도 생겼을 때 다음 장으로 넘어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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