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모 구거투스 Aug 27. 2017

다양한 활동의 원동력이 된 시간들

영일고에서 내가 배운 것 #14

글, 윤성민(35회. 2016년 졸업)



안녕하세요. 저는 영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북대학교 고고인류학과에 재학 중인 졸업생, 윤성민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고, 요즘은 스터디나, 제작모임, 독서회 등 여러 활동을 진행하고 있어서 그런지 학과 내 선배들과 교수님들께 “바쁜 학생”정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원래는 그렇게 활동적인 학생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고등학교 3년 동안 일어났던 크고 작은 일들이 저를 이렇게 바꿔 놓았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제가 겪은 고등학교 생활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합니다. 


*왼쪽: 대학생 ‘통일’관련 캠프 참가.

*오른쪽: ‘한믈’ 독서회 활동사진.



영일고는 내 10대 때의 좋은 기억의 장소이자 자랑거리 


고등학교 3년은 제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게 해준 시간들이었습니다. 얻은 것에는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한 결과로 경북대학교 진학이라는 티켓도 있겠지만, 저는 그런 학문적인 성과보다는 책상 바깥의 공부,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고등학교 3년간 제일 많이 했던 것이기도 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자 자랑스러워하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서 ‘소극적이고 책상 앞에서 책 읽는 것이 취미이자 나밖에 모르던’ 학생은 ‘먼저 남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적극적이고, 남들을 챙길 줄 알고 여행을 좋아하는’ 그런 학생으로 바뀌었고, 제 자신에 확신이 없던 이전과는 달리 확신을 갖고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자신감이 자랑거리인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지금도 활동적이고,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하는 즐거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왼쪽: 연구소 답사 중인 고고학 소모임 ‘몸돌’.

*오른쪽: 부소산성 답사 중.



‘나만의 시간표’를 만들 수 있는 학교


저의 고등학교 때의 하루를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고등학교 때 저의 하루 시작은 아침자습 시간에 각 교실에 ‘우유’를 배달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후 점심, 저녁시간에는 동아리 독서토론부의 일원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장서 정리와 대출업무를 도왔고, 저녁시간이 끝난 후에는 YEGA 저녁팀장으로서 학교 내의 분리수거로 나오는 쓰레기들을 정리하고 환경 미화 활동을 했습니다. 그 후 야자시간에는 자율동아리인 역사동아리 '일월향'의 부원들과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역사 내용으로 토론을 하는 등의 활동을 했습니다. 이런 하루를 보내는 걸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때면, 다들 놀라곤 했었습니다.  하루에 공부하는 시간이 언제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활동을 했었는데, 만약 이 정도로 활동을 하고 싶다면, 실제로 할 수 있는 학교가 바로 ‘영일고등학교’입니다. 저는 그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에 있는 하루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그 시간을 자신을 개발하는 활동으로 채울지, 책상 앞에서 공부를 할지, 아니면 친구들과 뛰어놀지 이런 선택을 하고 각각의 학생들에 맞는 개성 있는 ‘나만의 고등학교 시간표’를 짤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학교 시스템 덕분에, 모든 학생들이 자신이 선택한 하루를 보내고, 그 중 저는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다양한 경험들을 하고, 제가 좋아하는 ‘역사’에 관련된 꿈을 펼치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 도울 수 있는 ‘봉사’를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토대로, 지금의 제 자신이 서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왼쪽: 영일고 재학 시절, 도서관 대출 업무 중.

*오른쪽: 영일고 재학 시절, 역사동아리 '일월향' 활동이었던 대구 근대골목답사.



어부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


영일고는 이러한 다양한 활동들을 하되, 학업적인 측면을 보완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 많은 활동들 때문에 학업에 쓰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어, 서로 가르치는 하브루타 수업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며 공부하는 기본기를 익히고, 레벨업 및 아너스 클래스를 통해 심화과정을 익히며, 모르고 어려운 부분을 선생님과의 질의응답으로 채웠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은 야간자습 시간을 활용하여 이루어졌는데, 예를 들어 법과정치 수업이 너무 어려워 질의응답 시간마다 선생님을 찾아가 수업 내용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콕 찝어 가며 질문을 드리면 선생님은 친절하게 가르쳐 주시곤 했습니다. 


영일고의 이 시스템은 지금 봐도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따라갈 수 있게끔 만들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을 접하기 전에는 답지를 보며 이해하려고 혼자 끙끙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방식을 알게 된 후로는 수업시간에 최대한 모르는 부분을 정리해두고, 레벨업 시간에 익히고, 질의응답 시간에 꼬박꼬박 질문을 하러 간 것만으로도 앞서 말한 활동과 병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런 공부 방식은 대학교 강의를 들을 때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고,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을 때 다른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고민하고, 남들과 소통하는 과정을 함께 하고, 수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왼쪽: 정치 인류학 스터디 진행 중.

*오른쪽: 한국 고고학 실습 스터디 중.



책상 앞에만 앉아있지 말고 다양한 활동을 해라


제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솔직히, 책상 앞의 공부가 더 중요하다는 반문이 나올 법합니다. 그게 확실히 수능에도 도움이 되고, 좋은 대학교 진학에도 도움이 되니까요. 하지만 위에서도 보았듯 공부를 돕는 체계도 잘 되어있어 하고자 한다면 크게 방해가 되지 않을 뿐더러, 제 경험상, 꿈을 구체화하고 실현의지를 가지게 해준 것은 책상 앞의 공부가 아니라 책상 바깥의 활동이라 부르는 공부였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 제 꿈은 막연히 ‘역사와 관련된 직업’이었습니다. 역사학자, 큐레이터, 교사 등등.. 많은 직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저 추상적으로만 정해놓았을 뿐이죠. 역사를 연구하는 데에도 길이 나뉘어, 사학과 고고학으로 나뉜다는 것으로 보았을 때, 꿈을 구체화할 필요성이 있었지만, 책상 앞의 공부로는 막연히 ‘역사’에 대한 관심만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꿈을 구체화시켜준 것이 제가 해왔던 활동들이었습니다. 독서토론부 활동에서 배운 ‘토론’ 기술은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능력과 ‘소통에 대한 관심’을, YEGA의 분리수거 활동에서는 ‘몸을 이용한 봉사’라는 점 속에서 ‘남에게 도움이 되는 것’에 대한 관심을, 역사동아리의 ‘답사’에서는 ‘활동하고 돌아다니는 것’에 대한 관심을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것들을 다 종합해 보았을 때 사학보다는 고고학이 저에게 맞는 것 같아, 이 길을 선택했고, 그 이후로 책상 앞의 공부 또한 열심히 했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목표를 이뤄, 원하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책상 앞의 공부보다 활동을 우선시하는 것이 당장은 매우 불안할 수도 있습니다. ‘수능’이라는 입시제도가 가져오는 압박감은 현실적인 문제이고, 어떤 대학의 어떤 과를 가는 것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학생이라면 활동보다는 책상 앞의 공부가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목표를 가진 사람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저처럼 약간 돌아가는 길이라고 할지는 몰라도 활동을 통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정말로 무엇인지 찾아내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책상 앞의 공부 또한 열심히 할 것입니다. ‘나는 이렇게 하고 싶다.’, ‘나는 이렇게 되고 싶다.’라는 목표의식은 사람에게 힘을 주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곤 하기 때문에, 다양한 활동을 해보는 것이 수능 공부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왼쪽: 역사보드게임 ‘자유의 깃발 1919’ 제작 참여.

*오른쪽: Sol 토론회 형식 토론 배틀 참여.



글을 마무리하면서, 


제가 이야기한 ‘활동을 해보라는 것이’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와 여러분은 다를 수밖에 없는 개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니까 제 경험을 통해 여러분이 얻어가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여러분은 여러분만의 삶을 살아오고 있었고, 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믿고 계속 나아가면 그 끝에 다다랐을 때 분명 뿌듯하고 행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길에 격려를 보냅니다. :) 




글, 윤성민(35회. 2016년 졸업)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후회 없는 삶을 살자는 신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역사학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성과를 내는 고고학자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과 생각을 담은 이 글의 독자들이 앞으로 나아갈 때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졸업이 싫었어> 프로젝트는 영일고 졸업생들이 재학 중 미래의 의미 있는 삶을 준비하고, 더 넓고 따뜻한 관점으로 세상을 대하는 사람으로 성장한 기록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