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모 구거투스 Jul 25. 2017

시간이 가져다준 변화와 행복

영일고에서 내가 배운 것 #13

글, 진명향(36회. 2017년 졸업)



반갑습니다. 저는 영일고등학교 36회 졸업생이자 부산교육대학교에 재학 중인 진명향입니다.

고등학교 3년은 제게 많은 일이 있었고 이로 인해 아프기도 했고 큰 기쁨을 얻기도 한 시간입니다. 이제는 추억이 된 그 시간 동안 저 자신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고 삶의 방향에 대해서도 숱한 고민을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영일고 3년이 제게 가진 의미를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


▲ 부산교대 정시 면접 날. 면접 보고 나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다시 못 올 수 있을 것 같아서 찍어놨는데 이제 매일 볼 수 있게 돼서 기쁩니다. :)




영일고등학교에서의 3년은 10대를 행복하게 끝맺고 20대의 시작을 찬란하게 해주었습니다. 


2016년은 제게 의미가 큰 해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제일 즐겁게 공부했고, 내면적으로 성숙해진 시간입니다. 그리고 제일 많이 웃고 울었습니다. 갈수록 낮아지는 성적에 불안해서 시험 치는 날 울고, 붙으리라 믿었던 대학교에서 수시 불합격 소식을 들은 날 세상 떠나가라 울고, 수능을 치고 집에 와서 다 끝났다는 생각에 울었고, 붙지 않을 것 같던 교대에 붙은 날 등.. 웃는 날 반, 우는 날 반이었습니다. 그때마다 가족, 친구들, 선생님들께서 위로해주고 잘 될 거라고 응원해줘서 끝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일고등학교 자체도 나 자신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3년 동안 만났던 사람들이 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친구들, 선생님들과 함께 보낸 시간 덕분에 저는 ‘남을 배려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사람이 되었고 ‘나 자신과 내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년이라는 시간은 저를 바꾸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제가 교대에 들어올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줬고, 덕분에 저는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현재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 해운대 야경과 광안대교. 학과 동기들이랑 제일 먼저 놀러 간 곳.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수변공원에서 먹고 놀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부산 놀러 오면 꼭 데리고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곳입니다.



영일고등학교는 ‘입시만을 위한’ 공부를 강요하는 학교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공부가 가능한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했던 다도 예절교육을, 교대에서 예절교육을 통해 다시 받게 되었을 때 ‘아, 배울 당시엔 악기 배우고 다도 하면서 다과 먹고 노는 재미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도움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양동마을 봉사활동이나 교육 봉사, 실장을 하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제가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한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것 자체도 좋았고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듣거나 칭찬을 들었을 때 행복했습니다.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다양한 경험 덕분에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잘하는지 발견했습니다. 사실 그전까지 저는 저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는 것도, 특출 난 재능이 있는 것도, 매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성격이 매우 좋은 그런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해서 자존감이 높은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들과, 나 자신을 위해 열심히 하는 모습을 통해 장점으로 제일 먼저 적을 수 있는 것이 남을 배려할 줄 알고 노력하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왼쪽: 우리 국어과 예절교육받은 날. 한복 입고 다 같이 즐겁게 교육을 받았습니다.

*오른쪽: 한 학기 동안 대학생 돌봄교실 봉사단으로 활동했어요. 초등학교 방과후 활동 선생님이 되어 걱정인형, 가로등도 만들고, 마지막 날은 편지도 받았습니다.



영일고는 좋은 학업 시스템을 여럿 갖추고 있는데 저는 아너스/레벨업 수업(Honors/Level up)과 질의응답시간 및 하브루타 수업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아너스/레벨업 수업은 토론 혹은 질의응답 방식으로 자유롭게 문제를 풀고 친구들·선생님에게 배우고 모르는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으로 저는 고3 때까지 참여했습니다. 수업하기 전에는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그냥 별표 치고 넘어가거나 답지를 보곤 했었는데, 수업에서는 무엇을 모르는지 알고 내 것으로 만들 때까지 계속 문제를 풀어보고 고민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공부 스타일이 변했다는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그 전에는 궁금한 게 있어도 그냥 넘기고 눈으로 외웠었는데, 이 수업을 들으면서 모르는 게 있으면 질의응답 시간을 이용해서 선생님께 배우고 내용을 공책에 스스로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이 공부 스타일이 가장 빛을 발한 것이 고3 때인데, 수능 공부를 이렇게 하다 보니 수능 직전에 스스로 만든 정리 노트와 오답 풀이를 보고 시험을 치니 마음도 훨씬 안정되고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질문 많이 하고 계속 찾아가서 귀찮으셨을 텐데 항상 잘 받아주시고 잘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영일고 학업 시스템의 특징을 저는 자율과 협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시를 위해 문제의 답을 알려주면서 받아 적기만 하는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고민해보고 친구, 선생님과 함께 해결하는 교육을 통해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고3 때도 대학 입시를 위해서 강의식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 팀을 짜서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고 서로가 일일 선생님이 되어 가르치고 피드백 받는 수업을 했습니다. ‘애들끼리 공부하면 얼마나 성적이 늘려나. 진행은 잘 되려나’ 걱정을 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친구들끼리 규칙과 목표를 정하고 웃으면서 공부를 하니 수업 분위기도 좋고 결과도 더 좋게 나온 것 같습니다. 이런 하브루타 수업과 발표 수업은 대학교 와서 강의를 들을 때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강의를 들으면서 질문에 대한 답을 보다 적극적으로 하고 팀 과제를 할 때도 주도적으로 이끌게 되었습니다.


*왼쪽: 고3 때 우리 반 친구들. 졸업사진 찍는 날 모두 예쁘게 하고 다 같이 모여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른쪽: 수능 치기 전 선생님들, 친구들, 후배들이 써준 편지들. 받았을 때 정말 고맙고 감동받았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써주신 편지를 부적처럼 부산교대 면접 보러 가는 날 가방에 넣어서 갔습니다.ㅎㅎ



목표를 낮추지 말고 노력을 높여라

     

경험을 토대로 제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저에 대해 솔직히 얘기를 하자면, 저는 고등학생 때 교대가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중학생 때는 교대를 원했지만 내신 성적이 많이 부족해서 교대는 일찍 포기하고 사범대 국어교육과를 목표로 공부했습니다. 3학년이 돼서 갈수록 낮아지는 모의고사 성적에 사범대도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혼자 울기도 했습니다. 복잡한 마음에 대학 지도를 보면서 내 성적으로 어느 학교 무슨 과를 갈 수 있을까를 보던 중 “목표를 낮추지 말고 노력을 높여라”라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성적이 낮아지면 어떻게 높이지 하는 생각보다 이 성적이면 어디를 갈 수 있지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했고, 교대에서 사범대 국어교육과로, 거기서 국어국문학과로 목표를 바꿨습니다. 물론 가르치는 것도 좋아하고 국어도 좋아하기에 선택에 대해 큰 후회는 없었지만 아쉽긴 했습니다. 저 말을 듣고 어느 대학 무슨 과를 목표로 잡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목표를 세우면 계속해서 낮추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목표를 내 생애 최고의 성적을 수능에서 받도록 노력하기로 하고, 수능 한 달 전 최대의 노력을 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제일 열심히 독하게 공부했고 결과적으로 저는 목표를 이뤘습니다. 


목표를 낮추는 것은 생각해보면 현실에 불만족하더라도 타협하고 ‘이 정도면 돼’ 하고 더 이상의 노력 없이 끝내버릴 수 있습니다. 물론 대학을 가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이기에 무슨 대학 무슨 과를 가는지에 대한 목표를 낮출 수는 있지만, 제가 말하는 목표는 마음의 목표입니다. 스스로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정도를 넘어서 노력하는 것, 끝이 났을 때 단 한 번의 후회라도 하지 않을 정도로 노력을 하는 것 등이 제가 말하는 마음의 목표입니다. 그래서 제가 고3 때 항상 마음속에 담아둔 생각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다. 나는 노력하면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다. 노력하고 다시 노력하고 또 노력하자. 그렇다면 나는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목표나 한계를 낮추지 말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왼쪽: 학과 동기랑 미술 수업 리포트 과제로 미술관에 갔습니다.

*오른쪽: 미술실기 수업 중 과제입니다. 1학기 미술 수업이 서예인데, 궁서체 배우는 날 제출한 과제이지요. 성적은 그저 그렇지만 그래도 교수님이 갈수록 잘했다고 좋은 성적 주셔서 다행이에요.



무엇이 되기보다 어떤 사람이 되려고 하자


독서토론부 활동을 하면서 책을 읽고 결심했습니다. “무엇이 되기보다 어떤 사람이 되려고 하자” 삶의 목표를 직업이나 혹은 어느 대학교 합격 등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로 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등학생 때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을 대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다시 깨달았습니다. 영어 시험이 교수님과 영어로 대화하는 인터뷰 형식이었는데, 교수님이 Future Plan에 대해 말해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친구나 엄마 같고 아이들을 존중해주고 사랑해주는 교사가 되고 싶고 또 배려할 줄 알고 누군가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러자 교수님께서는 그냥 교사가 아니라 어떠한 교사이자 어떠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게 중요하다고 잊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대학 입시를 앞둔 현 고3 후배들에게 꼭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삶의 목표를 대학으로 한정 짓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공부를 하고 무엇을 해서 이러한 사람이 되겠다는 것으로 세워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공부를 못해도, 대학을 못가도, 혹은 하고 싶은 것이 뭔지 잘 모르거나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이 들더라도 좌절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공부가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이 없는 게 아니라 못 찾은 것일 수 있습니다. 실패나 실수에 멈추지 말고 그것들이 준 교훈을 잘 생각하면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면 됩니다. ‘나’는 나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빛나는 사람입니다.


*왼쪽: 우리 과 동기들이랑 봄에 유채꽃 보고 자전거 타러 경주 놀러 간 사진. 각자 자신의 출신 고등학교 교복 입고 놀아서 더 재미있었고 교복 입은 모습 예쁘다는 소리 엄청 많이 들었습니다. 

*오른쪽: 우리 과 동기들이랑 하복 입고 부산 감천문화마을에 놀러 간 사진. 이날 만난 외국인들이 교복 입고 노는 모습이 예쁘다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글, 진명향(36회. 2017년 졸업)

‘베풀고 밝고 향기롭게 살자’를 삶의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훗날 이 나라의 빛이 될 아이들을 바르게 가르치는 참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은 모든 사람들이 항상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졸업이 싫었어> 프로젝트는 영일고 졸업생들이 재학 중 미래의 의미 있는 삶을 준비하고, 더 넓고 따뜻한 관점으로 세상을 대하는 사람으로 성장한 기록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전을 즐기며 나에게 진실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