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이겨내는 우리 아이들의 생존법은?

- 우치다 타츠루의 <어른 없는 사회>를 다시 읽고

by 글쓰는 민수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 내부의 불신과 혐오의 확산을 보며 우리 시대의 생존법이 계속 고민되었어요. 학교에서 만날 아이들에게 앞으로 위기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태도가 필요한지 말해주어야 할 텐데 정리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의 스승 중에 한 분이신,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의 <어른 없는 사회>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특히 6장, '불통을 넘어서는 소통 능력' 부분이 크게 와닿았어요. 아래에 조금 인용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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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법한 모든 사태를 망라하듯이 열거하고, 거기에 개별적 대응을 정밀하게 매뉴얼화해야 한다는 사고는 현대사회가 맞닥뜨린 병입니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병이지요. 진심으로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뉴얼 신봉자는 매뉴얼이라는 게 정밀해질수록 끝도 없이 두꺼운 책이 되는 것은 물론,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더 이상 쓸모 있는 설명서 기능도 하지 못하게 된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는, 우리 사회가 매뉴얼을 촘촘하게 만듦으로써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때 적절하게 대응하기'라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삶의 힘을 거세시킨다는 점입니다. 이 위험성에 대해선 어떤 누구도 주목하고 있지 않아요. 거듭 말하지만, 의사소통 능력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내는 능력' 중 하나입니다. 매뉴얼 대응 목록에는 없는 일을 하기, 말하자면 '목록을 뭉개는' 능력 말입니다. (187쪽)"


수능감독관 매뉴얼이 갈수록 두꺼워지고 있듯이,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하면 안 되고, 무엇을 해야 되는지에 관한 매뉴얼이 강하게 자리잡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이런 사태가 학교 교육에도 영향을 미쳐서 올해 졸업식과 입학식이 취소되었듯이 공동체의 소속감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행사가 줄어들고, 수업에서도 모둠활동이 위축되어 교실 속의사소통을 단절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래서는 학교나 사회나 정글로 변해서 각자도생하는 생존투쟁이 치열해지고 희망의 빛을 사그라들겠지요.

그래서 우치다 선생님은 예측할 수 없는 위기가 많아질수록 매뉴얼을 더 두껍게 만드는 미련한 짓대신, '상대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데까지 가까이 다가가기'를 제안합니다. 각자 매뉴얼을 붙들고 안절부절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수록 평소 만나지 않았던 사람과 대화하고 하지 않았던 질문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의사소통 능력이란, 의시소통을 원만하게 진행하는 능력이 아니라 불화와 맞닥뜨렸을 때 그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그 능력은 '보통은 하지 않는 것을 일부러 하기'라는 모습을 발동됩니다. 이를 통해 한번 끊어졌던 의사소통의 회로가 회복됩니다." (183쪽)


"의사소통이 어려워졌을 때 이를 회복하기 위한 가장 첫 번째 수순은, 먼저 입을 다물고 자기의 입장을 일단 보류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뭘 말하고 싶은지 나는 모르겠다. 지금부터는 당신의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일 테니, 내가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해 달라" 그렇게 상대에게 발언의 우선권을 넘기면 됩니다. 이것이 대화의 매너입니다" (190쪽)


그렇기 때문에 학교 교육에서 '대화'가 더욱 필요합니다. 요즘 아이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교사가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나눠야 하지만, 다음 세대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아이들에게 진정한 의사소통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마스크가 가리고 있는 서로의 미세한 감정변화를 알아채기 위해서라도, 서로의 손을 잡고 어깨동무를 하고 땀을 흘리는 것이 조심스럽기 때문에 더더욱 서로를 보살피며 존중하고 의지하는 관계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시대의 교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특별한 수업, 요란한 행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늘 하는 보통의 수업, 의례적으로 하는 행사 속에 따뜻한 환대와 공감의 시간, 이성적으로 대화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차분하게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힘도, 더 무서운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는 지혜도 각자도생하는 개인이 아니라 '연대하는 공동체'가 가지고 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웃으며 일하는 기쁨, 퇴근길에 동료들과 한 잔한 후 아이들의 간식을 사서 뛰어가는 설렘, 뛰어와서 안기는 아이의 따뜻한 체온을 미래 세대도 누릴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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