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의 전문성을 어떻게 기를까?
7월 20일 저녁에, 집 아이 학교의 학부모 아카데미 강의를 원격으로 들었어요.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라는 제목의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님 강의를 들으며, 가뜩이나 빨리 변했던 세상이 코로나19로 인해 가속도가 더 많이 붙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강의 내용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하고 올바르게 대응하기 위해서 ‘전향적 연구 관점(Prospective Study)’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인류가 지금껏 경험해보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의 솔류션이나 시스템에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시각각 관측하고 기록하고 추적하는 것을 통해 해결책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저도 뜨끔했는데요, 꼰대처럼 ‘라떼는 말이야~’하고 현재의 문제점을 과거의 해결책으로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을 통해 미래를 추론하는 관점이 '전향적 연구 관점'입니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정보의 투명한 공개, 데이터 리터러시, 민주적 토의를 통한 실시간 합의가 뒷받침되어야 하고요.
우리나라와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비교해보면 이 관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7월 20일 기준으로,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14만명이 넘었습니다. 미국이 참전한 제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수를 넘어섰고, 2차 세계대전 이후의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을 포함한 모든 전쟁의 사망자보다 많은 숫자라고 하네요.
이런 참담한 수치를 보며 미국인들이 받은 충격이 엄청날 것 같지만, 정작 미국은 별로 바뀌는 것이 없어 보입니다. 너무 큰 땅덩어리라서 그런가요? 너무 가진 것이 많은 나라라서 그런가요?
반면에 우리나라는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로 6개월 동안 참 많은 것이 바뀌었지요. 작은 땅덩어리에 인구는 많아서 외부에서 밀려온 코로나 바이러스에 크게 휘청였지만, 지금은 모두들 정신을 차리고 코로나19 이후의 사회에서 제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정보의 투명한 공개, 시민들의 민주의식, 공적 기관과 전문가들의 헌신 등의 사회적 자본으로 어제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오늘 치열하게 실천하면서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갔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사회의 모든 분야가 중요하지만 10년, 20년 후까지 바라보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헤쳐가는 체력과 지혜를 길러주는 곳은 역시 '학교'입니다. 학교 교육이 방역에만 신경 쓰고, 아이들에게 1부터 9까지 등급을 나눠주는 입시기관의 역할에만 머물러있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두워 질 것입니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다른 종에 비해 신체적 능력이 뒤처지는 인간이 지배 종이 될 수 있었던 원인을 ‘허구를 말하고 믿는 능력’에서 찾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코로나19를 극복한 공통의 경험이 일상적인 신뢰와 연대가 자리 잡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공통의 상상을 낳고, 이를 실제로 만들어가는 대규모 협력체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주에 교육청에서 내려온 2학기 원격수업에 관한 공문의 아래 내용 때문에 교무실이 술렁였습니다.
2학기 때부터 모든 온라인 수업을 쌍방향 수업으로 하라는 것으로 해석되어 선생님들이 압박감을 느낀 것이지요.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수업 플랫폼도 없는데, Zoom 같은 사설 플랫폼만 믿고 밀어붙이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교사의 전문성'은 제가 일부러 붉은색으로 강조한 건데요, 교육청도 그렇고 학부모님과 학생들도 결국 교사들에게 바라는 것은 전문성이겠지요. 그래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학교에서도 '전향적 연구 관점'이 자리를 잡았으면 합니다.
오늘의 수업에서 아이들의 배움을 시시각각 관측하고 기록하고 추적하는 것을 통해 해결책을 만들어가는 것, 이를 위해 교사들이 서로의 수업을 참관하며 배운 점을 나누고, 민주적 토의를 통해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는 동료성을 만들어가는 학교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