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라일락에서 5월의 꽃향기가

by 글쓰는 민수샘

- 아침 출근길에 늘 눈에 담고 오는 라일락 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제가 만나는 어떤 아이들을 닮아서 계속 신경이 쓰이는 나무입니다. 그래서 좀 여유 있는 금요일 아침에 몇 자 적어봤어요. ^^




7월의 라일락에서 5월의 꽃향기가


학교 주차장 뒤 화단에 숨어있는

키 작은 라일락 한 그루


7월의 짙은 초록빛 나무들 아래에

웅크리고 있어도 나는 보았지

5월의 어느 날 겸연쩍게 활짝 웃던 너의 얼굴을


나는 보았지

3월도 아니고 4월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금도 아닌

하필이면 5월에 피어나 라일락 향기를 흘리던 너의 미소를


그때 나는 알았지

누구나 한 번은 꽃망울을 터뜨려서

자기가 무슨 나무인지 진하게 시위하는 때가 있다는 걸


지금은 교실 구석에 엎드려 하루를 흘려보내지만

누군가의 입에서 '그 녀석들' 중의 하나로 잠시 출연하고 있지만


나는 오늘 아침에도 알았지

7월의 라일락에서도 5월의 꽃향기가 날 수 있다는 걸

벚꽃도 아니고 장미도 아니고 너의 이름은 라일락이라는 걸


(2020년 7월 17일 아침에, 민수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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