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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것은 복잡한 대로 말할 수밖에 없다"

- 배움중심수업 연수를 빨리 끝내지 못하는 이유

by 글쓰는 민수샘

"읽기가 주는 역량에 대해 다시 얘기하면, 긴 글을 읽는 게 지루하고 재미도 없지만 그럼에도 사람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나를 간단하고 명료하게 파악하는 것만큼이나 사람에게 중요한 능력이, 복잡한 것을 복잡하게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이미 충분히 복잡하며, 단순화되지도 않을뿐더러 단순화하는 게 좋은 것도 아니에요. 단순하게 인식하는 것은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선악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등의 문제가 얽혀 있어요."

- 김성우, 엄기호,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중에서




코로나19 이후에 오랜만에 학교 안 전문적 학습공동체 연수의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배움중심 온라인 수업'의 필요성과 실천 사례를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다 보니, 2시간 연수라도 1시간 30분 정도만 하는 것이 예의인데, 그걸 지키지 못했네요.^^;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 담당 선생님께 메시지도 드렸지요.


"연수 준비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너무 두 시간 꽉 채워서 해서 송구하네요. 코로나19 이후의 수업이, 간단하게 핵심만 말씀드리기 어려운 특수한 상황이라서 양해 부탁드린다고 OO고샘들께 전해주세요. 강의자료도 보내드릴게요.^^;"


선생님들 앞에서 말이 길어질 것 같아 PPT를 간략하게 준비해도, 거의 모든 연수에서 예정된 시간에 겨우 끝내거나 조금 넘기기도 합니다.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한 것 같아 후회할 때도 많지만, 늘 결심해도 강의를 빨리 끝내지 못하는 이유를 위에서 인용한 책에서 발견하게 되었지요.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에서 엄기호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말하는 것이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것에 크게 공감하면서요.


'강의식 수업에서는 진정한 배움이 없으니 모둠활동으로 수업을 바꿔야 한다'라는 결론도 위험하고, 반대로 '모둠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학력이 낮아졌다'라는 진단도 역시 위험합니다. 또 모둠활동의 방법론에 대해서도 특정한 방식에 대해서만 배타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지양해야 하고요.


최근에 Zoom으로 역사과 1정 연수를 원격으로 했고 경기도의 지역별 배움의공동체 연구회에서도 사례 발표를 했는데 선생님들의 활동과 질의응답 시간이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그냥 배움중심수업도 어려운 주제인데 '코로나19 이후의 수업'에 관해서는 역시 간단하게 말할 수 없었습니다. 때론 욕심 때문에, 때론 미숙함 때문에 실패했던 수많은 수업 사례들은 특히 그렇습니다.


여러 가지 제약이 많은 상황이지만, 자신의 교육 철학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냉소적으로 바뀌거나 지쳐서 소진되지 않는 길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아이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착한 마음씨와 소박한 노력에 감동하며 배움의공동체 수업을 계속 실천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세줄 요약은 아예 불가능하고, 역시 글이 길어졌네요. 죄송합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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