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학교에서 가장 힘든 것이 뭐냐고 물어보면, '학급운영'이라고 답하고 싶어요. 19년 교직에 있으면서, 부장교사를 7년 했고 나머지 12년은 담임교사를 했지만 갈수록 담임 역할이 어려운 것 같아요.
어느덧 학생들이 자식뻘이 되어서 더 예쁘고 측은해 보이는 것도 있지만, 그래서 잔소리를 더 하게 될 때도 있어요. 나이 차이만큼 소통이 잘 안될 때도 있겠지만, 문화생활 측면에선 제가 정신연령이 좀 낮아서(?) 나름 극복하고 있답니다.
이번 주가 2차 지필고사 기간이라 다른 학년 교실에 시험 감독을 들어가면, 특색 있는 학년+학급 활동을 엿볼 수 있는 잔재미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 교실에서 방역도 해야 하고 학급활동에 제약이 많아졌지만, 담임샘들은 학급운영을 위해 특색있는 활동을 시도하고 있었어요. 따라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 다음날 아침에 일찍 와서 사진도 찍었지요.
학년 전체가 학급 자치 시간에 '어떻게 하면 우리가 더 친해질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의견을 모으기도 하고, '66일 습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학급 전체 학생들이 하고 있는 반이 있어서 '엄지척'이 나왔고, 저도 해보고 싶어서 양식 공유를 부탁했답니다. 교실 청소도 학급자치 활동 부서가 돌아가며 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특히 수뇌부(학급 회장, 부회장, 서기)를 따로 만든 것도 기발했어요. 분리수거 안내문도 아이들에게 맡기면, 더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것 같아요.
다른 교실의 학급운영을 보고 배우면서, 코로나19 이후에는 담임교사의 철학에 따라 한 가지 활동이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교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가치를 내면화하기 위한 것이고 다른 가치들과 연결됩니다. 예를 들어 '청소를 잘 하자'라는 것도 교실의 청결이라는 실리적 목적을 넘어서는 가치들을 품고 있지요. 자기 맡은 역할을 다 하는 책임감, 꾸준하게 실천하는 성실함,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친구들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포괄하고 있는 것입니다.
'꿈을 갖자'를 목표로 다양한 진로 탐색을 시도하는 것도, '좋은 습관 갖기'를 위해 목표를 정해 실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학급도 몇 명의 아이들이라도 제대로 실천한다면 좋은 가치를 내면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저것 다른 학교 혹은 다른 반 선생님이 하고 있는 것들을 백화점에서 쇼핑하듯 들고 와서 아이들에게 풀어놓는 것은 교사도 지치고, 아이들도 힘이 들고 결국 담임교사와 아이들의 사이만 나빠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2차 지필 고사 끝나고, 우리 반 고3 아이들과 진로진학 상담을 제대로 하고 싶어요. 아이들끼리도 대입 정보를 공유하도록 부탁하면서, 필요한 아이에겐 자기소개서와 면접 지도도 인내심을 가지고 하고요.^^; 지금까지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내 이야기를 끝까지~ 잘 들어주는' 담임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